유독 디저트와 초콜렛을 좋아하는 나는 어릴 때부터 온갖 종류의 초콜렛을 섭렵해왔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학교가 끝나면 집 앞 슈퍼에 들러 가나 크런키 미니쉘 등을 몇 개씩 집어 들고 신상은 뭐가 나왔는지 구경하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그때 우리 집 지하에 살던, 빚쟁이들 때문에 어느 날 말도 없이 야반도주해버린 가족이 있었는데, 그 집 막내딸이 나와 동갑내기 친구였다. 초등 저학년까지 같이 다닌 우리는 맞벌이하시는 부모님들 덕에 자연스레 소꿉친구가 되었고 학교에서는 친하지 않지만, 동네에서는 항상 같이 놀고 내가 그 친구의 자전거를 뺏어 타고 다니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 어머니가 해주시던 어육 소세지가 정말 맛있었는데.
아무튼 비가 오고 난 뒤 날이 깨끗했던 어느 저학년 때의 발렌타인데이 날, 웬일로 학교에 같이 가자며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그 친구 지은이. 그리고 교문 앞에 다 와서야 수줍게 내밀던 작은 유리병 하나.
90년대 맛소금 통은 뚱뚱한 유리에 납작한 쇠뚜껑 모양이었던걸 기억하시는지? 그 병을 깨끗하게 씻어 스티커를 떼고 그걸 종이와 셀로판을 붙여 포장한 뒤, 꾹꾹 눌러 담아 준 슈퍼에서 백 원 이백 원에 팔던 은박에 쌓여있던 초콜렛 뭉치. 동전 모양과 우산 모양의 그때 그 초콜렛 맛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때도 지금도 맛있고 좋은 게 얼마나 많았겠느냐만, 어릴 적 친구가 조금씩 모으고 모아 준 정성이 담겨있던 단맛과 색종이를 이어 붙여 포장해 줬던 그때의 맛소금 유리병과 순수함에 비할 수 있을까.
그때 이후로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도 알 수 없는 그 시절 내 친구. 그리고 발렌타인마다 생각 나는 내 유년의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
어쩌면 지금도 단순히 단맛이 좋은 것인지 인생 전반에 걸친 단맛에 관련된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들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