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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N Feb 24. 2022

흘러가는 것들.

살다 보면 억지로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가장 최고의 노력을 다 쏟아부어도,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당연하고 진부하지만 언제나 행복하고 좋은 일만 생기는 인생은 이 세상에 없다.


왜 이걸 당연하듯 알고 있었으면서 몸소 깨닫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지난 몇 년간 꿈은 잠시 접어두고 돈을 벌고자 시작한 일을 한지 벌써 4년째다.

머리로는 잠시 내려놓고 돈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돌아오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어디 돈 버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던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 잠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내가 설계해 둔 나의 인생계획들을 미루고 수정해가면서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들을 억지로 붙잡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완벽주의와 강박이 아집과 자기혐오로 변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내가 설계했던 목표들이 지금의 시간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루지 못한 목표들을 붙잡고 마치 다 채워지지 못한 과거의 허기짐을 채우려는 듯 계속 지나간 일들에 집착했다. 구태여 과거의 그것들을 다 욱여넣어야만, 내가 설계해뒀던 내 인생이 완성될 것만 같았다.


벌써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나의 친구들이 그러한 것처럼 '평범'과는 거리가 있지만 결코 그 평범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정해놓은, 내가 그리는 내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계속해서 미루고 보완해가면서 리스트만 쌓아놓을 뿐이었다.

나이가 들어서 삶에 조금 초연해진 건지, 그럴듯한 생각이었지만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안다. 돌이킬 수 없는 이루지 못한 것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내가 생각했던 방식으로 이루겠다는 생각은 아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요즘은 흘러가는 것들을 붙잡지 말고 내버려 두자는 생각을 한다. 내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면서 흘러가는 것들을 그대로 뒀다면, 돈을 벌고자 시작한 일에 성과가  빠르게 나지 않았을까?

아직도 마음속으로 아쉬워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더욱 관대해지고 오히려 그들을 더 좋은 얼굴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을 더 빠르고 좋은 방법으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역시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실천하기엔 어려운 말이지만, 정말로 마음을 지나간 것들에 두지 말고 지금 여기에 좀 놓아볼걸. 그냥 주어진 상황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걸. 최선을 다할 필요도 없이 오히려 모든 것들이 잘 흘러가도록 그냥 내버려 둘 걸.


결국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했는지에 대한 의미는,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정하는 것이지, 세세하고 디테일한 하나하나의 목표들이나 남들과의 경쟁에서 정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 가치를 더욱 확고히 한다면 더욱 밀도 있고 농도가 진한, 그런 빛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날씨가 참 좋다. 환기를 시킬 때면 미세먼지도 없고 정신을 깨우는 찬 바람이 불어온다.

이번 주는 꼭 깨끗한 가을날 같은 바람에 실려오는 봄을 맞이해야겠다.

계절이 가면 가는구나, 하면서 새로 오는 계절을 온전히 바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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