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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N Mar 31. 2022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

모든, 것들에 대하여



김훈 선생님은 바다의 기별에서,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만져지지 않는 것들과 불러지지 않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을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른다. 라고 쓰셨습니다.


아주 유명한 문장이라 대부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에도 저는, 영국에서 패션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연인과의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이별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유학생들이 흔히 겪는 그런 그리움과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의 막막함,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족들과의 관계와 앞으로 진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들까지.


모든 꿈 꾸고 진행해왔던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목표나 꿈, 새로운 것들과의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 그런 시기에 저는 이 문장을 접했습니다. 헤어지고 만나고, 떠나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그런 일을 할 때 이 문장이 주는 울림은 제게 무엇보다도 컸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벌써.. 6년이나 되었습니다. 강산이 변하는 시기의 반을 넘어섰습니다. 그동안 겪었던 모든 사랑과 이별, 떠나보냄과 맞이하는 일, 로고스와 파토스, 꿈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일을 한다던가 하면서 깨닫게 된 것들까지.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힘들었던 지난 시간의 상처들을 제대로 마주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들을 마주하다 글이 되는 것들을, 어떤 것들은 단편으로 혹은 연작으로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는 주제 아래 써보려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친한 친구들 몇이 인정하는 연애 고자입니다. 이렇게 무심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아직도 껄끄럽고 어려운 제가, 사랑에 대해 써보고 싶어 졌습니다.


대한민국에서 30대 중반의 남성으로 살아가다 보면, 특히 요즘에는 주식이나 코인, 혹은 돈 버는 법이나 여자 얘기 같은 것들이 주변인들을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수준 높은 얘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서,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완벽한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 완성될 수 없다고 믿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많이,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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