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에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내 앞에 니체가 나타나 영원회귀를 들먹이며 그래도 너의 운명을 사랑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연중 2주도 채 되지 않을 최고의 가을 날씨와, 가늘고 여리지만 해바라기를 닮아 언제나 한 곳만을 바라보는 가을 코스모스를 알아봤음에 경탄하고 있는 요즘이라면. 너무 늦게 만나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이 아쉽다며 좌절하고 할퀴다가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며 이 얼마나 세련되고 낭만적인 연대의 방식인지 나도 모르게 변해버린 나를 보면서, 요즘 내가 마주하는 이 계절을 볼 수 있다면 스스로 몰아세우던 그동안의 시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림을 깨닫고 있다. 아모르파티를 몸소 실천하며 역시 인생은 너무 진부해 우리에게 무감해져 버린 가치들로 지탱되고 있었음을 짧지만 완벽한 가을 하늘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시 먼지가 끼고 순환하는 날씨에서 언제나 하늘은 파랗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재지 말고 온 마음을 다 써서 지금 마주한 행복을 손에 쥐고 놓지 말아야겠다. 후회라는 것들로 물들이기에 우리의 가을은 너무 짧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