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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N Aug 14. 2019

어떻게 살아야 할까?

며칠 전 엄마랑 산책하러 나갔다가 차를 세워놓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동네 공터에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보랭 팩이 걸린 킥보드를 타고 오셨다. 그리고는 그 보랭 팩을 들고 풀숲에 가서 뭐를 막 버리는데, 우리는 차 안에서 그걸 보고 어머 저렇게 뻔뻔하게 쓰레기를 버리러 왔나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 두 마리가 나와 밥을 먹는 걸 보고는 금세 나의 편협한 생각에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나는 차 안에 있고 나의 공간에 씌워진 프레임은 나의 편견인데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서 지레짐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를 통해 생각의 중심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지 생각했다.

검도의 기본자세인 중단세(中段勢)는 칼끝을 상대의 목과 미간 사이로 겨누고 있는 자세를 말하는데, 이를 중시하는 이유는 중단이 흐트러지면 상대에게 틈을 보이기 마련이고 이는 곧 타격의 실패와 실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단이 흐트러지는 것은 곧 상대의 기세에 마음이 동요되어 나의 중심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산 정약용 또한 심경밀험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니 이것 또한 중단세와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고, 나 또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으니 나는 내가 믿는 대로 산다. 세상에는 너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 심연에는 사실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우리들이니, 나는 내가 믿는 가치를 보편적으로 타당한 것에 두고 내가 믿는 대로 살기로 했다.

이로써 나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고, 요즘은 혼자 시간을 보내더라도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이를 깨닫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나의 온전한 능력이 아닌 것으로 떠오르는 욕망만을 차례차례 해소하며 사는 삶은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려고 하면서 모두에게 좋아 보이기만 하는 빈 껍데기와 같은 삶이 아니었나 돌이켜본다.

서른의 반도 채 안남겨두고 겨우겨우 중심을 잡고 내 삶의 점들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나는 다만 나의 이러한 고민이 발현하여 나의 옷들이 의미 없는 원단 뭉치가 아닌 누군가에게 기분 좋게 입혀질 무엇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로 인해 나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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