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답법(2021)을 읽고
요즘 회한이 많다. 예전에 타인에게 했던 못되고 이기적인 말들이 잊을만하면 나에게 돌아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감정적일 때,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이 솟아오를 때면 나는 항상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내가 정당하다고 믿는 우선순위를 강조했고 맘에 안 들면 들이박고 그대로 깨졌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감정이 꼬여가는 기미가 보이면 자리를 뜨는 습관을 들이며 실수를 줄여가고 있지만 종종 과거의 못된 나가 떠오를 때마다 아찔함을 느낀다.
하지만 불행히도 언제나 자리를 뜰 수는 없는 법이다. 상종 못할 사람과도 일을 해야 하고 세입자 돈을 뜯으러 혈안이 된 집주인과도 협상을 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소요가 있을 때마다 “그래도 이번은 저번보다 잘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손해였다. 대화 상대에 대한 혐오와 대화 쟁점에 대한 관점은 구분되어야 하지만 열이 바짝 오른 머리로는 사리분별이 참 어려웠다.
그런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대화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대화는 문명인의 유일한 합법적 무기다.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할 때 정작 휘두를 수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편하게 누워서 읽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해왔을 셀 수 없이 많은 논쟁들을 생각해봤다. 등산객부터 인종차별 집단의 수장까지 온갖 군상에게 말을 걸면서 쌓아온 경험치들이 그들을 대화의 전문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최근 업무 중 비슷한 일이 있어 나도 조금씩 연습을 하고 있다. 새로 개발하려는 기능의 스펙 문서를 두 달째 승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긴 시간 동안 그는 반대하고 나는 수정하고의 역사가 쌓여가면서 피로감이 쌓을 때쯤 이 책을 만났고 이 대화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둘은 이 프로그램의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고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선의로 행동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 보였다. 아직 이 소요가 끝나지는 않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대화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인 것 같다. 타인을 이해하려 하고, 통하지 않을 때도 뭔가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자기 자신을 반추하는 일이지 않는가? 점점 빠른 속도로 분열되어가는 세상 속에 이제는 화도 안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 책을 읽으며 어떤 희망의 조짐을 본 것 같다. 우리는 대화를 다시 배워야 한다. 시행착오에서 발생할 파열음이 지금 사회를 가득 채운 소음과 구분이 가지 않더라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미래에 더 큰 시련이 찾아왔을 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