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사랑 프로젝트-산에 사는 내 친구
20160924
백화사→가사당암문→부암동암문→삼천사
백화사에서 가사당암문까지 두 번인가 세 번을 쉬었다.
물론, 쉰다는 말은 방석을 깔고 커피를 꺼내고 "어허, 좋다!" 올라선 구비들을 내려다본다는 말이다.
몇 번인가 앞서거니 다시 뒤쳐지던 늙수레아저씨가 곁에 앉아 말을 건다.
"그렇게 많이 쉬면 꼭대기까지 못가!"
(못가면 말죠. 그냥 산에 들어 숨쉬기만 해도 되요.)
"난, 협심증이 있어, 산을 올라가면 처음엔 막 심장이 터질 것같이 아퍼!"
"어머, 그런데 어떻게…."
"의사가 아무데도 안 가도 죽고 돌아다녀도 죽는대! 그래도 산에 가는 게 건강엔 훨씬 좋다고 하더라고."
"앉아서 죽기보다 실컷 돌아다니다 죽는 게 낫다!"
아저씨는 먼저 산을 올라가시고 몇 구비 산의 겨드랑이를 돌아 기다랗고 밝다랑 햇살무늬 속에 말을 걸어오는 풀친구를 만난다.
“삶의 그림자가 죽음이니?”
“…….”
“죽음이란 삶의 거울이니?
“…….”
죽음이란 바람을 머금은 채 빛나는 여린 잎새의 그림자일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