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이 가끔 쓰는 말에 안 본 눈 삽니다. 란 말이 있다.
너무 좋거나 보기에 그다지 좋지 않았을 때 쓰는 표현이다.
한마디로 극과 극을 달리는 체험인 것이다.
이처럼 어떤 경험은 지우고 싶을 만큼 자극적이거나 깊게 마음에 다가온다.
'너무'라는 말이 붙는 것들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던 감정과 타인의 행동이 있었던 게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연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상사가 단 한 명도 없었을 리 없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인간관계에서 불화가 발생할 때도 없었던 일로 돌리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현실은 늘 미래를 향해 흐르므로 우리는 피하고 싶다.
그럴 수가 없어서 인간은 회피 기제로 다양한 것들을 만난다.
우리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때 전보다 시간을 다른 곳에 쏟는다.
책에 더 몰두하거나, 일에 빠지고, 사람을 만나고 술잔을 기울인다.
이런 회피의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면 보다 성숙하게 나에게 부딪힌 문젯거리라고 느껴지는 것에
생각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마음을 지킬 것인가'와 같은 책들이 서점에 베스트셀러를 오르락 내리는 것을 본다.
예전보다 지식을 쌓는 것도, 부자가 되고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는 내 마음도 지켜야 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나는 타인을 보기 힘들 때면 나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무엇 때문에 힘든지 다정하게 물어보는 시간이 있다면 나와 세상의 관계, 나와 일의 관계,
혹은 타인과의 거리를 적절히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