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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카치카 Jan 21. 2022

PM 5:30의 순간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을 연습

 

 나는 언제나 산보단 바다가 좋았다. 그래서 제주도만 다녀오면 언젠가 제주 이민을 하겠다고 한동안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언제든 원하면 바닷가에 가서 책을 읽고 맥주를 마시며, 바닷가의 석양을 바라보는 일상에 대해 큰 로망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소망대로 테라스에만 나가도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살고 있다.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든 '일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종종 그것들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를 망각하게 된다. 나는 겨울이 되자 다시 집순이 모드로 바뀌어 나가기보단 방 안에서 전기담요를 두르고 책을 읽는 게 더 좋았다. 때론 하루 종일 집안에 있다 보니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지만 추운 날씨에 웅크러든 몸은 좀 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같이 방안에 담요를 두르고 책을 보고 있는데 방안으로 갑자기 뜨거운 노을빛이 스며들어왔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핑크빛과 주황빛의 하늘이 오묘하게 섞여  펼쳐져있었다.그리고 그 순간 잊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지금 얼마나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는지. 최근 읽은 황선우 작가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매일 일상의 조각 모음이 삶이 된다면, 그런 매일로 이루어지는 삶은 아주 단단하고 멋질 것 같았다'


 멋진 문장이라 저장을 해놨던 기억이 났다.

 맞아 나는 더욱 열심히 이곳에서의 일상의 조각을 모아야 해. 내가 원하고 원하던 바닷가에 살고 있잖아.


 이곳에서의 일상이 가진 반짝이는 것들을 더 열심히 발견하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 일몰  1시간 전쯤 산책을 나섰다. 퇴사 후 산 새 카메라도 오랜만에 꺼내 들었다.바닷가를 따라 걷고, 바닷가로 가는 길들의 장면들을 찍었다. 노을빛을 머금은 몇몇의 사진들은 제법 맘에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저물어가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해변가에서는 강아지들이 뛰놀고 있다. 여기저기서 아름다운 장면들이 바다의 윤슬과 함께 반짝였다.


 깨끗한 바다 내음,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 오후에도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일상. 내가 그토록 원했던 일상. 나는 한동안 매일 이곳이 나에게 주는 선물들을 놓치고 있었다. 매일의 일상에서 조각을 줍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조각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런 사람이 된다면 내가 어디에서 살든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하고 단단한 사람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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