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erto viejo, Algorta
날이 화창한 주말의 두시쯤이 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두 가지의 메뉴가 있다.
바로 차콜리와 라바스.
바스크의 날이 좋은 주말 2시쯤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의 테이블 위에 놓이느 라바스와 차콜리를 발견할 수 있다.
차콜리는 바스크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인데 바스크의 어느 지역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특징이 다르다. 비스카이아와 알라바에서 나온 차콜리는 드라이하면서 부드러우며, 산세바스티안이 위치한 기푸스코아의 차콜리는 좀 더 달큰하고 탄산이 있다.
라바스는 쉽게 설명하면 바스크의 오징어 튀김인데 한국의 오징어 튀김과는 그 맛과 식감이 전혀 다르다. 어느 지역의 , 어느 식당인지에 따라 라바스의 맛과 스타일이 모두 다르므로 바스크 여행을 한다면 이 집 저 집 에서 라바스를 시켜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바스는 주문이 들어가면 막 튀겨서 내어주기 때문에 따끈하게 나온다. 그런 라바스를 하나 집어 들어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게 잘리는 오징어의 육즙과 아직 뜨거운 올리브 오일이 베어 나오는 얇은 튀김옷이 함께 바삭하게 씹힌다. 핀초처럼 미리 만들어놓지 못하는 라바스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평일엔 수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주말에만 라바스를 내놓는 바가 많다. 게다가 차콜리는 차갑게 마시는 , 여름의 날씨와 특히나 어울리는 와인이기에 날이 좋은 주말은 라바스와 차콜리라는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즐길 기회가 된다. 나는 비즈카이아에 살고 있지만 과실 향이 짙고 탄산을 품은 기푸즈코아의 차콜리를 좋아한다. 갓 튀겨져 나온 뜨거운 라바스를 베어 문 입안을 식혀주는데 제격이기때문이다.
오늘도 해가 쨍쨍한 창밖의 날씨를 확인하고 남자 친구에게 라바스를 먹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바에 도착하니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이미 야외테이블은 북적거리고 있으며 카운터에서는 라바스의 주문을 쉴 틈 없이 주방에 넣고 있다. 갓 튀겨져 나온 라바스 한 접시와 차콜리, 핀초와 작은새우(키스키야)까지 주문해서 우리는 북적거리는 야외테이블대신 조금 떨어진 곳의 벤치로 향한다. 눈앞에는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가 펼쳐져있고,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한창 뜨거운 3시의 태양 아래 양반다리로 앉아 라바스한점, 차 콜리 한잔을 몸에 넣어주니 그저 모든 근심과 걱정도 사라지고 “아! 너무 좋다!”라는 말만 쉼 없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조만간 방문할 한국행 캐리어에는 차콜리를 가득가득 채워가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행복을 나눠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