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온지도 5개월이다. 종종 내가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들을 본 친구들은 부러움이 섞인 탄성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어쩜 매일이 그렇게 이쁜 거야'
'네 삶이 젤 부럽다'
그들 중 꽤 많은 친구들이 회사로 향하는 출근길, 혹은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에
내 인스타를 보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매일이 쏟아지는 태양 아래, 바닷가 앞에서 술잔을 앞에 둔 사진이라니. 나라도 누군가의 그런 일상 사진을 보면 부럽고 매일이 그림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인스타 피드의 사진들은 정말 모두 아름다운 순간들에 찍은 사진들이 맞긴 하다.
하지만 또 매일이 그렇게 아름다운 순간들로만 채워질 수 없는 것이 삶 이이다.
가끔은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반응을 들을 때면 내가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순간만 골라서 올릴 의도는 없지만 힘들고 슬픈 나의 개인사를 인스타에 올릴 용기는 더더욱 없기에 자연스레 피드는 아름다운 순간들로만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모여 나의 이곳에서의 삶을 매우 아름답게 포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사물은 가까이에서 보면 다를 수 있습니다'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지낸다는 것. 언어가 완벽하지 않은 곳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에 산 다한들 이 두 가지는 마음을 많이 지치게 하는 순간들을 가져다준다.
많은 날 가족들과 뜨끈한 거실 바닥에 도란이 앉아 티비를 보는 순간들이 그립고, 늦은 밤까지 친구들과 술잔 앞에서 왁자지껄 웃고 울던 밤들을 떠올린다.
때론 타지에 나와있는 내가 부모님께 불효를 하는 것 같은 마음에 이유 없이 자려 누운 침대에서 눈물이 그렁 거리기도 한다. 나보다 스페인어로 할 말을 더 똑 부러지게 하는 5살 꼬마 아이가 부러워지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멋지게 일을 하며 당당히 살아가던 내가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늘 필요한 것만 같고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하루 종일 마음이 가라앉아있기도 한다. 그러다 또 아름다운 바닷가의 노을을 마주하면 너무 아름답워 그 감정들이 잊히기도 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몇 번씩 탄다.
나는 이곳에 연인이 곁에서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있음에도 때때로 '나는 해외에서 살 수 없을지도'몰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개월의 아름다운 일상 속에서 운 날도 많다.
사실 누구든 안 그럴까. 완벽한 삶처럼 보이더라도 모두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힘든 것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그래서 쉽게 누구를 부러워하지도 않고 쉽게 "너는 좋겠다"라는 말을 내뱉지도 않는다.어쩌면 사람이란 만족과 행복을 느끼기 힘들게 태어난 존재이지 않을까.
*현재는 스페인에 온 지 7개월 째이다. 2달 전 저장해둔 글을 올린다.
2달 사이에 드디어 스페인 비자의 승인을 얻었다. 나의 권리를 얻는 일임과 동시에 내가 할 수있는게 많이 없다는 생각에 힘이 순간도 많았지만 지금은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그리고 비자가 나왔으니 드디어 한국행 티켓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