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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림공작소 Jul 02. 2020

일상의 탈을 쓴 판타지

백 일곱 번째 영화 아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고


1주일에 한 번 하는 드라마, 시즌제를 염두하고 시작한 드라마 등 형식과 내용 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흔적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치트키를 남발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어디서 베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낸 것들이란 점에서 치트키라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여하튼.

응답하라 시리즈로 입증된 향수 자극과 90년대 명곡을 리메이크한 OST 제작, 짝사랑 감정선 조절에 도가 튼 연출, 악역이 없는 훈훈한 세계관 등 전작에서 효과를 본 전략들이 다시 적재적소에 활용됐다. 어떻게 보면 ‘의사들이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고 비꼴 수도 있겠지만, 병원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도 무게감 있게 다뤄주었기 때문에 마냥 연애 드라마로 보이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연애는 적재적소에 활용된 느낌이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긴 했지만. 아이러니한 건 ‘이제 연애 좀 그만하지! 한국 드라마가 다 비슷하잖아!’ 라고 큰소리치지만, 막상 후반부로 갈수록 더 몰아보면서 재밌게 보긴 했다 :)

나는 드라마가 종영된 후에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는 1주일에 1개를 볼까 말까 했다. 초반 3~4화 정도까지는 다소 산만했기 때문이다. 5명의 주연급 캐릭터와 캐릭터별로 함께 다니는 조연 캐릭터가 나오고, 그 외에도 가족, 병원의 경영진, 인턴들까지 많은 캐릭터가 쏟아져 나오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장점이 됐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사단이 내놓는 드라마 스타일이 비슷비슷하다는 비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새로운 얼굴 발견에 탁월하다는 점이다. 채송화 역의 전미도를 비롯하여 도재학, 장겨울, 안치홍, 추민하 등의 역을 맡은 배우는 강한 인상을 남겨서 앞으로도 다른 곳에서 자주 보게 될 것 같은 느낌. 특히 장겨울 역할의 신현빈은 매번 안경에 가운만 입고 나왔지만, 다른 사진을 보면 완전히 딴 사람 같다.

5명의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조정석의 전방위적 활약이 드라마 인기의 1등 공신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할 것 같다. 조정석이 부른 아로하가 아직도 멜론 차트에 있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지만, 연습실 장면에서 부른 다른 곡들도 하나하나가 모두 훌륭했다. 개인적으로는 조정석이 부른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모든 곡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음원으로 나오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만취한 상태에서 노래방에 걸터앉아 부른 장면은 정말 명장면. 이 곡의 ‘99년 1월 31일’이라는 가사 때문에 99학번으로 설정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드라마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이 드라마뿐 아니라 그동안 신원호 & 이우정 사단이 만든 드라마들은 하나 같이 참 따뜻한 세계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역이 없고, 가족 이상으로 믿고 아끼는 친구가 있다. 만화로 치면 아다치 미츠루가 그린 세상과 닮았다. 일상의 탈을 쓰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면 판타지다. 실제로 세상에는 악이 드글드글하고, 인간관계에 지친 경우가 수도 없이 많으니까. 그래서 이들이 만든 드라마는 대리만족하게 되는 일종의 힐링 드라마이기도 한데, 생사가 오가는 병원의 이야기가 그려져서 그런지 그런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적어도 난 아프지 않으니까 다행이네’ 같은, 그런 생각이 조금씩 든다. 별거에 다 위안받고 있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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