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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야 Apr 13. 2023

병원에서 온 낯선 전화


핸드폰 화면에 **병원이름을 확인하고는 3초간 멈칫했다. 


"***님 누나시죠?"

"(침착하게 그리고 비장하게) 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어머니께서 오늘 동생분 낮병원을 그만두신다고 연락 오셨어요. 그동안 약물 음성 증상이 심하긴 해도 그럭저럭 잘 다니시는 편이었는데 갑자기 그만두신다 하셔서.. 혹시 정기적으로 다니시는 종교단체에서 어떤 영향이 있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누나분께 연락드렸어요. 약물을 한번 더 끊게 되면... 저번처럼........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어요. 제가 한번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낮병원. 환자에게 낮 동안 치료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신과 치료 시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니다. 저번처럼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무슨 이유인지 침착하고 조심스럽게 파악해 보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핑계를 대며 아빠와 있는 자리를 피하라고 하고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엄마를 탓하거나 몰아가지 않았다. 제일 힘든 건 엄마일 테니까.


전화를 끊고 다시 낮병원 사회복지사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네 아까 전화통화한 *** 누나예요. 알아보니 그만두는 건 종교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어머니가 아버지 몰래 동생에게 그동안 약을 먹이고 있어서 그만두신다 할 때 그 부분을 확실하게 말 못 하신 것 같아요. 약 타러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실 거예요. 그 부분이 제일 염려스러우셨죠?

"네. 다행이에요."

"동생이 아침마다 가는 걸 많이 힘들어했나 봐요. 그 때문에 부모님도 많이 지치신 상태라 저도 왜 상의도 없이 그만두었냐고 다그치지 못했어요."

"그렇군요. 이해해요. 제일 힘든 건 가족이죠. 2주 정도 쉬고 다시 나오셔도 되니 다시 병원에 나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네, 그런데 동생이 몇 개월간 다니면서 조금 변화가 있었나요?"

"음성증상은 사실 그대로이지만 막상 낮병원 프로그램에 오면 잘 따르는 편이에요. 이런저런 활동도 하게 되니. 특히 글로 표현하는 부분이 놀랄 만큼 나아지셨어요. 처음에는 주제에 상관없이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 부분만 내내 적다가 지금은 영상을 보고 주제에 맞게 표현하는 식이에요.


놀라고 말았다. 동생의 유일한 표현이자 표출은 그것이었을까?


"그리고 환자 본인이 약물의 중요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자신이 약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어요."

참고 있었던 눈물이 쏟아지고야 말았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저에게 전화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일단은 가족 모두가 지친 상태 같으니 휴식기를 조금 가지고 다시 병원에 복귀하는 방향으로 하겠습니다."


또다시 내가 개입할 때임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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