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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Jan 05. 2020

칭다오에서 하루를 삽니다 1

나의 첫 비행기와 첫 해외

  

칭다오는 나의 두 번의 해외 체류지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도시였다. 체류의 목적은 한 학기동안의 어학연수였는데, 목적에 맞게 말이 많이 늘어왔다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사실 살았다고 보기도 어려울 만큼 짧았던 시간이었다. 120일 간의 여행기록이랄까.     


내가 칭다오에 가게 된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당시 나는 해외에 정말 무척이나 가고 싶어했지만 여권조차 없었던 햇병아리보다도 못한 알(?) 수준이었고, 해외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한 구석에서 발견한 ‘워킹홀리데이’ 그 하나였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해외에 나간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해외에 나가려면 휴학도 해야 했으며, 1년 내지 2년을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나 혼자 의식주를 해결해야한다는 것. 숫기없고 내성적인 22살짜리 여자애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나는 그저 밥상 위에 매달아놓은 굴비마냥 메모장 한 켠에 ‘워킹홀리데이 가기!’를 써놓고 하염없이 보기만 하는 겁쟁이였다. 대학을 휴학하고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여러 대학생들을 보면 참 대단한 것 같다. 물론 그 때는 지금처럼 SNS나 블로그 같은 것이 발달하지 않아서 여행에 대한 정보가 적었던 것도 있고, 애초에 내가 여행보다 체류를 생각했기 때문도 있지만.      


그러던 중,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교수님이 새로 부임을 하셨고, 그 교수님이 전공수업 외에 따로 희망자를 모아 중국어 수업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슨 이유로 중국어 수업을 신청했는지 지금에서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심지어 수업을 빠지는 날엔 교수님을 찾아가 개인교습을 받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렇게 진도가 수업용 교재의 반 정도에 다다를 무렵, 교수님이 학교의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고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뭔가에 홀린 것 마냥 중국에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나는 중국 칭다오행 티켓을 받아들게 되었다.          








중국어도 잘 모르고, 당연히 중국에 대해서도 모르는 내가 칭다오가 어디에 붙어있는 지 알 리 만무했다.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한국에서 가까운 바닷가 도시, 맥주가 유명하고 등등... 그런 정보만을 주워들은 채 아빠한테 졸라 생일선물로 얻은 새로 산 빨간색 캐리어를 끌고 나는 인천공항에 입성하였다.     


날이 맑으면 인천에서 보일 것만 같은 거리의 칭다오

난생 처음 탑승수속을 밟고, 수화물은 마구잡이로 던진다는 말에 기내용으로 준비한 작은 빨간색 캐리어를 옆에 두고 가족과 인사를 하였다. 출국장만 지나면 바로 비행기를 타는 줄 알고 인사를 천년만년하다가 들어갔는데,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입국심사를 거치면서(이 당시에는 자동출입국심사가 아니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체되는 것에 당황했고, 내가 타는 비행기는 중국 항공(어디 항공인지 이 때는 보지도 않았다)이어서 셔틀 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해야한다는 것에 심장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러다가 비행기를 놓치면 어떻게 하지? 그럼 난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주변에 나 중국간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는데? 하는 생각에 토할 것 같았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비행기탄다고 신발 안 벗은 게 다행일 정도였구나.


발을 동동 구르다가 셔틀트레인에서 내리자마자 뛰었고, 다행히 나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첫 비행기를 무사히 경험하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 날을 시작으로 120일을 지냈던 칭다오의 기억은 내 머릿속에만 남아있다. 물론 사진을 수백 장도 넘게 찍었지만, 몇 년 전 사진정리를 하다가 칭다오 사진폴더를 모두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라는 것은 편리하고 간편하고 저장공간만 있으면 몇 만장을 찍어도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삭제가 되는 과정도 너무 간편한 것 같다...      


그나마 다른 폴더에 있어 살아남은 사진 중 하나...
살아남은 사진 중 둘...


여하튼 나는 그렇게 우여곡절 많았지만 무척 짧았던, 난생 처음의 비행을 마치고 칭다오 공항에 도착하였다.              

青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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