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오슬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예술은 영혼을 채워주지만 배는 채워주지 않았다.
노르웨이 예술을 보며 눈을 채우고나니
이제서야 배가 비워진 것을 알게된 우리.
시간은 벌써 오후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부랴부랴 국립미술관 근처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가족단위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식당처럼 보였다.
넓은 홀에 유럽의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아늑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던 곳.
홀이 넓어 어린 아기가 타고있는 유모차를 가져와 식사를 하는 젊은 부부도 있었다.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우리 둘 뿐.
3월의 여행비수기인 이 곳에 특히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몇몇 중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 외엔 거의 없었는데 평소 한식과 국밥류, 소주 한 잔을 즐기던 우리 커플에겐 이런 이국적인 인테리어안에 있는게 어색할 정도였다.
6년의 연애기간동안 우린 커플들이 흔히먹는 스파게티조차 먹으러가질 않았었으니 어색할수밖에. 그래도 캐나다에서 몇년동안 살았던 그의 준수한 영어실력으로 편하게 주문하고 다닐 수 있어 다행이었다.
먼저, 서늘한 오슬로의 온도를 녹여줄 따뜻한 커피 한 잔.
(커피 한잔에 40크로네 정도, 한화로 8천원. 비싼편이다)
카페인 중독이라 할 만큼 커피를 즐겨마시는 내겐 지금이 무척 행복한 순간이다.
에피타이저없이 바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브런치를 주문했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있어 산뜻한 스테이크 샐러드. (120 크로네, 한화로 15,000원 수준)
치즈가 올라가있어 고소한 풍미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채소와 고기로 만들어진 비빔밥같은 모습이라
왠지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맛은 평범한 수준.
채소가 듬뿍 들어간 오리고기 샐러드도 추가했다.
(110크로네. 가장 저렴한 메뉴 중 하나다. 한화로 14,000원 수준)
고수가 들어가 익숙치않은 비누와같은 향긋하고 산뜻한 맛이 났다.
다음에는 꼼꼼히 메뉴판을 정독하고 무조건 고수를 빼주세요. 를 외쳐야지.
인테리어에 비해 음식 맛은 평범하고 약간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이 채소가 듬뿍 들어간 음식에 고추장과 초장을 뿌려먹고 싶은 욕망이 내 마음 아주 깊은곳에서부터 이글이글 피어올랐다.
초장, 고추장을 만든 내 나라 조상님들께 깊고 깊은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