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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Jul 20. 2023

형제들

세 아들이야기


막내가 한국에 들어와 한 달쯤은 쉬기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짧은 여행을 다녀온 후, 대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방학기간 동안 글로벌인턴을 뽑는 회사에 지원하여 선발되었는데, 5명의 동기와 함께 보람 있는 경험을 하고 있는 거 같다.


인턴을 하고 있는 회사가 서울이어서 두 달간 생활할 숙소가 필요한 막내는 처음엔 에어비앤비나 저렴한 호텔을 알아보다가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파악하고, 둘째 형이 혼자 살고 있는 빌라에 얹혀 살 의향을 비쳤다. 다행히 둘째의 동의를 얻어 둘이 함께 살게 된 지 벌써 한 달 여가 되어 간다.


그 집도 공간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옷방 겸 컴퓨터작업실로 쓰는 작은 방에 얇은 매트리스를 침대 삼아 잠자며 생활하고 있는데,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많이 자란 거 같다. 돈생각 보다 본인의 쾌적함을 생각했을 때도 있었는데, 공돈 들이는 게 아까워 좁은 방에서 얹혀 살 각오를 하니 말이다.


둘이 살기 전 두 아이 각각에게 당부를 했다. 서로 성향이 다르니, 조금씩 양보하기를 부탁했다. 둘째는 털털하고 막내는 꼼꼼하니 부딪힐 일들이 있을 거다.

둘째와 막내는 성향이 많이 다르다. 어릴 적엔 다투기도 꽤 다퉜다. 한마디도 지지 않은 막내와 그게 얄미운 둘째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꽤 있었다. 다행히 그런 것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게 있다. 둘째가 군대에 다녀오고 성숙해지면서 막내를 귀엽고 기특해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개성 강한 둘째 형을 여러면으로 불가해했던 막내도 함께 살 생각까지 걸 보면  많이 자랐고 형에 대한 이해도가 좀 높아진 거 같다.


나는 큰아이와 둘째의 사례를 통해 익히 느낀 바가 있다. 큰애와 째도 기질이 너무 달라(사실 세 아들들이 각각 기질이나 성향이 많이 다르다) 어릴 적은 종종 부딪혔지만, 대학생 때 여행을 길게 두 번 갔다 오고 나선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친밀하고 각별해졌다. 낯선 곳으로의 둘만의 여행이 서로의 장점을 발견한 계기로 작용했다. 여행을 많이 다녔던 큰아이는 둘째랑 다녀온 여행이 가장 재미있었고, 둘째가 기획력과 추진력이 남다르다고 말했었다. 집에서는 뒹굴거리는 거 같았던 둘째의 진면모를 여행을 통해 발견했고, 둘이 대화도 정말 많이 나눴다고 했다.


형제가 어느 정도 자란 후에 함께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형제간의 이해를 높이고 친밀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물과 기름인 듯 보이는 둘째와 막내가 함께 살게 되는 것에 기대의 마음이 우려보다 컸다.


막내는 둘째 형이 어떤 일을 하는지 곁에서 보면서 형의 작품의 퀄리티가 꽤 높은 거 같다고 말한다. 가끔 형의 작업에 영어관련된 도움을 주는 거 같기도 하다. 매주 까미를 보러 내려오는 막내는 형이 영어능력을 키우고 콘텐츠를 보완을 해서 글로벌한 시도를 했으면 한다고 말한다. 나는 막내가 아쉬워하는 지점이 어떤 부분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둘째가 하는 일이 영어가 자유로우면 훨씬 파급력이 크다는 얘기인 거 같다. 나는 형제끼리 소통을 해서 그런 얘기들을 서로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내는 앞서서 함부로 조언을 하려고는 안 하는 거 같다.


둘이 제법 큰 문제없이 사는 것 같아 다행이다. 다만 막내는 깔끔하게 정리를 잘하는 반면, 둘째는 늘어놓는 타입이라 막내가 불만이 좀 있는 거 같다. 주말을 지방 본가에서 보낸 후 서울 형 집으로 갔을 때 심하게 어지럽혀 있으면 가끔 형에게 잔소리 문자를 보내나 보다. 그래도 얹혀사는 입장이라 조심스럽게 보낸다고 말한다.


어지러운 집 때문에 미안했는지 주말여행을 다녀온 둘째가 막내의 티셔츠도 사다 줬다고, 막내는 티셔츠사진을 가족카톡방에 올려준. 엄마아빠 선물을 사거나 서로 의논할 일이 있으면 삼형제카톡방에서 나름 소통도 한다고 한다.


티격대면서도 무섭다고 자기 방 놔두고 한방에서 잠을 자던 아이들이 어느새 쑥 자라서 각자 자기 길을 걷고 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친구를 형제보다 더 친밀하게 느끼는 것 같다. 자칫 형제간 끼리도 오래 떨어져 있다 보면 부러 마음을 쓰고 노력하지 않을 경우엔 소원한 관계가 되기 쉽다.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할 여유가 없을 때는 부모의 자연스러운 터치도 필요한 거 같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까지는 부모가 구심점이 되어 자연스럽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런 다음 훌쩍 시간이 지나면 세 아들이 주도하는 날들이, 바통터치할 날들이 오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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