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 만이다. 세 아이를 데리고 20여 년 전에 단체유럽여행 코스 중 하나로 며칠 머물렀던 프랑스에 대한 기억은 사실 거의 남아있지 않다. 프랑스가 인상 깊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애들만 보느라 그랬던 거 같다. 단편적인 이미지나 느낌만있다. 에펠탑 계단을 오르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좀 답답했던 느낌, 루브르박물관에서 둘째를 10분간 잃어버려 놀라서 정신없이 찾던 기억, 쎄느강을 배를 타고 지날 때 아이들이 혹 물에 빠질까 꼭 잡고 온 신경을 집중하던 기억들 정도다. 극기훈련 같았던 여행이었다.
막내가 당시 3살이었는데.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막내야 , 우리 어디 갔다 왔지?" 그랬더니"이~마~트" 이랬었다.이것저것 다양하게 본 느낌이 대형마트를 다녀온 거랑 별 다르지 않았던 걸까.
나는, 막내는 너무 어려서 나중에 기억도 못하니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네 명만가자고 했었다. 반면남편은, 나중에 막내가 커서 유럽여행사진을 볼 때 본인만없으면 서운해한다고,힘들어도 모두 데리고 가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해서온 가족이 간 첫 해외여행이었다. 남편이 레지던트과정을 다 끝낸 기념으로, 퇴직금을 탈탈 털어 갔던 여행이었다.
20년 만에 아이들 없이 홀가분하게, 심지어는 남편도 두고 성당언니들과 간다. 온전히 나만 챙기면 되는 해외여행은 난생처음이다.
사실비행기 타는 걸 무서워하고, 여행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지만, 드문 기회이니 열심히 보고 느끼고 오려한다.아이들이 성장하니 이런 날이 다 온다.
혹시 몰라 나에 관련된 모든 정보(보험증서위치, 여러 아이디, 패스워드, 내가 모아둔 상품권 위치 등등- 별스러운 게너무 없음)를 남편에게 메모로 전달하니 마음이 좀 이상하다.
남편과 이렇게 길게 떨어져 있게 되는날도 거의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아직 실감이 안 나는데, 어쩌면 "야호! 자유다~"를 외치는 게 내가 아니라 남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