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파리여행떠나기 전, 기력 보충 용소고기를 사준다고남편이식당을 예약했다. 둘이 먹을 예정이었는데, 예상치 않게 큰애와 둘째가 합류하게 되었다.
큰애는 대구에서 열린 정형외과 학회 끝나고 막 올라왔고, 둘째는 내 생일선물을 전하러(이미 지났지만, 당일날 준비하지 못해 미안해하더니) 일부러 내려왔다.
디자인을 전공한 둘째는 확실히 '미대오뽜'답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색연필이있나 싶은 고운 색연필과 작은 스케치북, 모직으로 짠 촉감이 좋은 겉표지를 지닌노트와 우리말 색이름사전과 지우개와 브런치 글 쓸 때 분위기 좋게 켜고 있으라고 작은 LED 등까지. 귀엽고 사랑스럽고 정감 있는 선물을 다양하게도 준비해 왔다.둘째는 선물을 전하면서 "엄마가 브런치작가이시니 작가에게어울릴 만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색연필로 글에 넣는 그림을 그리셔도 좋을 거 같다고.
브런치 작가가 된 보람이 확 올라오며, 쑥스럽게도예술가 대접을 받는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이쁜 색들이 가득들어있는 색연필들이 무척 아름답다.
'색이름'이라는 제목의 우리말 색깔사전도 독특하다. 색형용사사전도 포함되어 있는데, 둘째는 글 쓰는 중 색깔을 표현할 일이 있을 때 다양하게 예쁜 우리말을 찾아쓰시란다. 앞으로 내 글이 좀 더 다채로워져야겠구나 생각했다. 아들선물이 빛바래지지 않으려면.
이런 선물들을 생각한 둘째의 섬세함과 사느라 여기저기 발품을 팔았을 둘째의 다정함이 느껴져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려고, 생각을 하고 시간을 내는 일은 정말 다정한 마음이다. 아들들이 다정한 것에 깊이 감사하다. 선물을 받지 않아도 서운한 마음이 전혀없지만, 마음을 쓰고 표현할 줄 아는 아들들이 너무 곱고 예뻐기쁘다.
나는 식사를 하며 이런 말을 했다.
엄마 브런치필명이 '행복찾기'인데, 엄마는 행복을 대단한 데서 찾지 않는다. 이런 일상이, 너희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런 순간들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런 일상을 보낼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고.
별일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것처럼 감사한 일이 없다.
사실 너무도 개성이나 독특함이 없는 '행복찾기'라는 내 필명은, 갑작스럽게 일상이 흔들려 깊은 슬픔에 빠졌던 시기,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찾고 싶었던 마음에서쓰기 시작한아이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