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여행기를 몇 편 더 이어서 써볼까 하여 앞 글을 '프랑스여행을 다녀와서 1'이라 했었는데'1'을 슬그머니지울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브런치에만 해도 프랑스 다녀온 후기가 넘쳐나고 내가 다녀온 모든 곳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으니굳이 보태지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솔직하자면 다른 여행작가들만큼의 글을 쓸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이번 프랑스여행이너무 좋았던 건하늘과 빛이 너무 예뻤고, 공기가 깨끗했고, 만난 사람들이 풍기는 이미지가 너그럽고 부드러웠고 여유 있어서가 크다. 근데생각해 보니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가족단위가 아니라 처음으로 혼자 가볍게 떠나서였고, 같이 간 언니들과 조합이 좋았어서였다. 그런 조건이면 어디든 즐거웠을 거같다.
또, 여행에서 만난 프랑스인들이 내게 친절했던 건 추측건대 내가 항상 밝은 미소로 프랑스어로 인사를 건넸고, 영어가 부족해도 당당하고 여유 있었으며, 입성을 깔끔하게 유지했던 이유도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예전엔 해외여행 가면 왠지 주눅이 들었었는데 중년의 나이쯤에 생긴여유 때문일까 나는 능청스러움인지 씩씩함인지이름 매기기 힘든 무언가가 장착된 느낌으로 두려운 게 별로 없었다. 용감하고 씩씩한 중년의 여성이 어떤 건지 온몸으로 느껴졌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 것인가.)
여행과 그 후 몇 주 브런치글을 안 쓰는 동안 여러 작가분들의 브런치글들을 읽었다. 참 다양한글들이 많고, 좋은정보도넘쳐났다. 내가 알고 있는 정도의 정보는 브런치에만 해도 널려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부터 고등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생기부작성법등의 글은 내 아이들 고등학교 때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해외입시관련 해서도 얼리원서 낼 때 얼리디시전이나 얼리액션 유의사항 등 상세히 쓰여있는 글도 보았는데, 꾸준히 좋은 정보를 꼼꼼하게 추가하실 거 같다. 해외입시를 염두에 둔 분들이 읽으면 좋은 글들이었다. 실로 보물 같은 브런치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이 눈에 들어오니 상세한 설명을 귀찮아하고 투박한 글을 쓰는 내가 굳이다룰필요가 없는 범주의 글들이 떠올랐다. 나보다 설명을 섬세히 잘할 분들이 넘쳐나니 구태여 내가 보탤 필요가 없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고 느낀 것들 중에 브런치에 다뤄지지 않은 걸 서치 해서 써야 할까. 근데 그렇게 까지 내가 힘을 쏟을 거 같지는 않다.무언가를 할 때때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 내게도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 거 같다.
오늘은 어버이날. 주말에 미리 양가 어른 한꺼번에 모시고 첫째, 둘째 아들까지 3대가 식사하면서 한 큐에 기념일을 해치우고(?) 나서 생긴 여유 있는 어버이날아침,
미국의 막내가 교수님 제안으로 출연하는 Boston theater marthon 이 실시간 스트리밍 된다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출근 전이었던 남편과 분주히 영상을 보고 한 숨 돌리고 있는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