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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Jun 02. 2023

6월 모의고사 즈음에

일괄전형? 단계별 전형? 의대수시. 입시..

어제 6월 모의고사가 있었나 보다.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입시는 남의 일이 된다. 모의고사 있을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그 순간들이 정말 머릿속에서 싹 지워져 버린다.


엊그제 남편 의대동기 부부모임이 있었다. 다섯 부부가 만나는데  세 집은 입시가 끝났고, 한집 막내는 재수를 하고 있고, 또 한집은 아이가 늦어 중 3이다. 상황이 그러다 보니 대화주제로 종종 입시얘기가 오른다. 가장 최근에 아이를 대학에 보낸 엄마가 가장 최신의 정보를 알고 있고, 수시로 둘 다 잘 보냈기에, 중3 쌍둥이를 둔 엄마는 궁금한 정보가 많기는 하지만, 아직은 입시에 대한 큰 현실감은 없고, 당장은 고등학교를 어디로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일반고를 보내느냐, 자사고를 보내느냐, 일반고라면 집 근처를? 아니면, 학생 수가 많은 데를? 다양한 선택지 속에 고민하고 있나 보다.



나도 큰애 때는 '학생수가 많은 일반고''분위기 좋은 지역자사고' 중에 고민했는데, 원서 낼 때까지 하루에도 열두 번쯤 마음이 바뀌었었다. 운동 좋아하고 분위기를 타는 큰애인지라 자사고를 선택하여 들어갔는데, 3년 내내 내신 때문에 고생했다.(모의고사는 잘 봤는데 꼼꼼함이 요구되는 내신관리는 서툰 아이였다. 고2, 2학기쯤에서야 내신공부방법을 깨달았다고 했었다.ㅠㅠ)


큰애는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자기 같은 스타일의 아이에겐 적합한 학교였다고 말한. 수시원서를 쓴 후 마지막 스퍼트를 올려야 할 때 친구들끼리 팀을 묶어 자율적으로 저녁내기 '봉투모의고사'풀었었는데, 그 추억자체가 재밌었고  모의고사 점수와 비슷하게 수능점수가 나오는 데도 큰 몫을 했단다. 자칫 지치고 늘어지기 쉬운 시기를 의외로 유쾌하게 보냈다고 했다.



6월 모의고사 결과는 수시원서를 쓰는데 주요 지침이 된다. 경험상 6월 모의결과가 수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면 열심히 공부를 해야 그나마 등급 유지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6월 모의고사 때는 재수생들이 아직 덜 유입된다. 그래서 등급 컷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데 9월 모의고사 때는 재수생들이 대거 유입되어 시험을 치르게 되고, 등급컷도 꽤 올라간다. 그렇기에 6월 모의 때 아슬아슬하게 1 등급컷에 걸린 점수는 안전하지 않다. 수능 때 1등급을 맞으려면 모의 때 다 맞거나 한 문제 이상 안 려야 한다는 게 팩트에 가깝다. 6월 모의고사 잘 봤다고 공부에 소홀하게 되면, 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


생각해 보니, 모의고사뿐 아니라 내신때문에도 피가 말리는 가 이 시기이다.

의대에 가고 싶었던 우리 큰애는 수시원서를 쓰기 전, 내신이 안 좋아서 근심이 많았었다.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제 내신으로는 의대 수시는
불가능할 거래요..
아무래도,
정시에만 집중해야겠죠?


고3 초가 되자, 학부모상담을 앞두고 학교에서 2학년때까지의 내신성적이 공식적으로  나왔고, 의대 지망학생 중 내신이 썩 좋지 않았던 큰아이는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다.

의대 지망친구들은 내신이 1점대 초반이었고, 큰애는 흔히 수시에서 의대를 쓸 수 있는 내신 기준 점수에 한참 못 미쳤다.


OO야, 수시원서가 6장이니,
한번 써보자,
내신이 안 좋아서
단계별 전형은 못쓰지만,
일괄 전형을 찾아 쓰면 되고,
학생부종합전형도 써보고,
논술전형도 있잖아.

일단 내신은 고3,
1학기 비중이 크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

일단 공부를 잘해 놓으면
수시가 안 돼도,
정시로 가면 되고,
미리 걱정하지는 말자.

애들 말, 신경 쓰지 마셔.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내 불안을 안 들키려고 담담하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었다. 그리고 내가 공부한 바로는 대학별 내신점수 산정은 각 대학 내신프로그램을 돌리는 거에 따라 달랐다.


가중을 두거나 하는 게 조심씩 달랐기 때문에 대학프로그램으로 돌리면 고등학교에서 알려준 점수보다 내신점수는 더 올라간다. 미리 낙담하고 좌절해서 공부에 소홀할 필요는 없었다.


큰애 고3 때, 큰 애와 나는 다행히 소통이 잘됐다. 큰애는 입시관련된 자기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나는 적절한 가이드를 하려고 노력했다. 의욕을 낮추는 말은 안 하려고 애썼고,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정보를 찾아 욕과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노력했다.

‘파파안달부루스’와 ‘오르비’를 통해 여러 정보를 탐색했고, 입시설명회도 꾸준히 들어, 입시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나는 아이가 고 3 올라가면서 작은 노트 한 권에 입시에 관한 정보를 정리했었다. 암호 같은 입시용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니 무슨 말인지 알게 되고 큰애에 맞는 수시원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처음엔 수시에서 단계별 전형이 뭔지, 일괄전형이 뭔지 잘 몰랐었다. 그런데 내신이 안 좋아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일괄전형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고 기뻤었다.

단계별 전형과 일괄전형을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보통 내신이 좋으면 '단계별 전형'을 넣는다. 1단계에서 내신 점수대로 몇 배수(대학에서 정한 대로)를 통과시켜 놓고 수능 후 '등급 합 조건'을 맞추면 최종 합격이 되는 거다.

'일괄전형'은 내신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학생들이 내는데, 일단 수능을 봐서 '등급 합 조건'이 맞는 학생들을 선별한 후, 내신점수 순서대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거다.


우리 큰애는 수시로 의대를 합격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낸 곳은 다 떨어지고(종합전형도 내신이 꽤 중요하게 작용하는 거 같았다) 일괄전형으로 낸 두 곳 중 한 곳에 합격했는데, 수능 컷은 두 곳 다 조건을 맞췄으나, 내신이 좋지 못하니 내신점수 순서에서 밀려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나머지 한 곳도 예비번호에서 붙었다. 물론 수시에서 떨어지면 정시의 기회가 있고, 우리 아이 점수가 정시의대도 합격가능했음을 나중에 알았으나, 수시는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해야 고, 아이와 잘 맞는 의대였기에 큰 애는 아쉬움이 없다고 했다.


막내의 해외입시과정도 겪어 본 입장에서 국내와 해외는 입시가 정말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마음 조마조마한 거는 국내입시가 더 한 거 같다. 큰애의 의대 입시도 힘들었고, 둘째의 미대 입시도 힘들었었다.

다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 듯 느껴지지만, 닥친 입장에서는 입시만큼 인생의 중대사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6월 모의고사를 본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모두 슬기롭게 여름 잘 보내길, 훗날 후회 없이 추억할 시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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