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제도 남의 살을 먹었다. 식탁 위에 올려진 고깃덩어리의 모습을 볼 때면 꽤나 꺼림칙하지만, 한 입 먹고 나면 금세 괜찮아진다. 고깃덩어리는 그저 고깃덩어리다. 형체를 알 수 없으니 누구인지도 모른다. 남의 살이라 그런지 입에서 살살 녹고 힘이 충전되는 느낌이다. 워낙 고기에 익숙해져 있고 좋아하기 때문에 한 번에 끊기가 쉽지 않다.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위에 글을 읽고 나서 나를 신고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마치 내가 식인종이 된 것 같다. 남의 살이라는 표현이 소름 끼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남'이 '동물'이 될 수 있다. 꼭 사람만 '남'의 기준으로 들어가는 건가 싶다.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은 알겠지만 동물도 느끼는 게 있다. 생각도 한다. 그러니 동물도 남이라 생각한다. 특히 얼굴이 있고, 뇌가 있는 생명체 모두 다.
고기를 워낙 좋아해 이전까지 비건을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비건은 왜 하는 거지. 속이 편해지기 위해서? 암 환자여서? 트렌드여서? 입 맛에 맞아서? 솔직히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을 읽기 전까지. 책을 보니 평소 가리지 않고 먹었던 고기와 생선, 달걀, 우유가 점점 꺼림칙해진다. 인간이 얼마나 우월하길래 다른 생명에게 고통을 일삼는지 모르겠다.
육식을 점차 줄이고 채식을 하는 삶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같이 사는 사람, 음식을 해주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예를 들어 매번 김치를 해주시는 엄마와 장모님에게 새우젓이나 멸치액젓을 넣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렇게 까지 해서 채식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고통받는 '남'이 순간 머릿속에 스친다.
책을 읽는 순간 '그래, 채식을 해야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안된다. 워낙 좋아하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 슈바인학센에 흑맥주 한잔이 생각날 때가 있다. 다만 자주 먹거나 고기를 남기는 행위는 지금도 지킬 수 있으니 그러지 말아야겠다. 점차 줄여가야겠다. 담배를 피우다가 점점 줄였던 것처럼. 언젠가는 완벽한 채식을 할 순간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