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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Aug 05. 2017

미숙함의 흔적

민.원.상.담.실








가끔(아주 가끔이면 좋겠습니다), 날이 궂거나, 집안에 문제가 있거나, 끼니를 놓쳤을 때, 아이들의 퉁탕거림을 받아주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더 솔직히 바이오리듬이 정점을 찍을 때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빤한 거짓말을 할까?', '왜 그렇게 예의 없이 굴까?'


이런저런 판단을 하면서도 최소한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람이기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습니다. 좁디좁은 도량 탓인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애들은 애들이다라는 생각이 날 선 마음들을 누그러트립니다. 때 아니게 터지는 울음, 소소한 일에 번지는 환호, 칭찬 한 마디에 헤벌쭉 벌어진 미소를 보며, 미숙한 건 자신이었음을 느낍니다. 결국 초보운전자를 몰아세운 눅수그레한 아저씨에 불과한 거였습니다. 어설픈 유턴과 차선 변경을 느긋하게 바라보기보다,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누르며 제 앞길 가로막지 말라고 재촉하는 꼴이었습니다.


캐리비안 베이에 다녀온 다음 날, 몇몇 아이들이 햇볕에 많이 타서 태권도를 쉬었습니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에만 집중했지, 일일이 붙잡고 선크림을 발라주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다음번에는 더 잘 할 거라며 감자를 썰어 까맣게 탄 저의 양 어깨에 붙여 주었습니다. 제 미숙함의 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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