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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퇴직

벨트가 끊어지는 꿈을 꿨답니다.

남편: 벨트가 끊어지는 꿈을 꿨어 해몽이 뭘까

나: 그만 나오라는 말인가보다

오늘 아침 남편의 꿈과 내 해몽이다.


공식적으로는 일 년이 남았지만 다음 달이면 남편이 퇴직을 한다. 오늘 아침 월급이 들어왔다며 자기 몫의 용돈을 저녁에 이체하겠다 말하는 남편은, 월급의 10분의 일도 안되는 용돈을 받으면서도 그걸로 진짜 월급이 정산이 되는 싼 남자다.

통장 명의만 남편일 뿐, 실소유주는 나라고나 할까


원래부터 그랬는지 애들 셋 가르치느라 그렇게 변했는지 뼛속까지 다 알 수는 없으나 스물 일곱에 들어간 직장의 월급부터 어머니에게 맡겨서 결혼하던 해에 통장을 돌려 받은 걸 보면 큰 욕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던 걸로 생각되어진다.


남편이 결혼 전 분양받았던 아파트는 고등학교 친구가 건설회사 아파트를 분양받으라고 해 둔 게 우리가 살던 신혼집 새 아파트였으니 얼마나 재테크에 관심이 없었고 몰랐는지 알겠다.


그저 재테크란 안 쓰고 빚없고 모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 살면서 은행빚을 질 때 얼마나 속이 타 들어갔겠나싶다.


돈 생길 일이 있으면 그걸로 투자를 하겠다는 나와 있는 빚부터 갚자는 남편은 한 번도 여윳돈에 대해서 생각이 같았던 적이 없었다. 여윳돈이 생길 틈도 없이 애들에게 들어가더니 겨우 돈이 모여질만하니 남편이 퇴직을 한단다.


별 탈없이 직장 생활을 정년으로 마무리하는 일도 대단히 큰 행운이라 생각된다.


내가 잘했어도 다른 사람이 잘못하면 책임을 질 수도 있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의 흐름때문에 그만 둘 수도 있는게 직장 생활이다보니 30년 넘게 한 직장에서 마무리를 좋게 할 수 있는 것도 본인에게는 축복의 마무리라는 생각이 요즘 든다.


취업 첫 달 월급이 얼마나 작았는지 시어머니께서 이게 다냐고 물었다던 월급으로 애 셋 가르치고 그것도 예체능 교육을 시켰으니 남편이나 나나 베짱이 두둑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정년퇴직이 승진보다 명예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퇴직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맞이하는 일이니 운도 좋아야 되는 일이고 모두가 돕지 않으면 맞을 수 없는 게 정년 퇴직이다.


아무리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도 내가 아침에 일어나 소리 한 번 안 해보고  출근했으니 성실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벨트 끊어지게 다닌 모양이다.

다시 나가 벌더라도 벨트 끊어진김에 좀 쉬는 것도 괜찮아

고무줄 바지 입고 일하러 다니면 되지 안그래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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