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가을에 갔던 교토 난젠지의 산몬(三門)이다.
교토의 3대 문 중의 하나로 높이가 앞에서 보면 어마어마했다.
산몬의 2층 누각까지 22미터에 해당되므로 아파트 1층의 높이를 3미터라고 가정할 때 7층 높이 쯤 된다.
산몬의 2층 누각까지 가파른 계단이 있었고 난젠지의 입장료는 없지만 산몬의 2층 누각까지 올라가는 입장료가
500엔이었던 것 같다.
지금봐도 높이가 압도적인데 옛날 일본사람들이 봤을 때는 더욱 그러했을 듯
의적이라 불리던 도둑이 그 옛날 산몬의 2층에 올라가서 주변의 경치를 보고 감탄을 참지 못하고
"절경이로다, 절경이로다"를 크게 외쳐서 뒤쫓던 추격자들에게 잡혀 토요토미히데요시에게
기름솥에 넣어지는 형벌에 처해졌다고 한다.
키가 작았던 옛날 일본 사람들이 7층 높이의 건물에 올라 주변을 볼 수 있는 일은 성주나 귀족이 아니고는
거의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한순간, 자신이 쫓기는 도둑이라는 사실도 잊고 터져나오는 탄식을
참지 못했던 넋빠진 도둑의 심정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절경이로다. 절경이로다" 가 유언이 된 셈이다.
난젠지(南禪寺)의 안으로 들어가면 수로각이 나온다.
시가현에 있는 비와호의 물을 끌어다가 교토 사람들에게 대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수로각이다.
난젠지안을 걸쳐서 놓여져 있기 때문에 수로각을 만들 때에는 난젠지의 경치를 헤친다고 반대를 했다고 하나
지금은 수로각이 있어 난젠지에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면 한 곳을 정해서 나홀로 관광을 하던 때에 난젠지까지
걸어서 갔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아마 나는 내 평생에 걸어야 할 걸음의 3/1 정도는 교토에서 다 걸었지 싶다.
생각보해보면, 걷고, 공부하고, 보고 였던 쓰리고의 한 해였다.
단풍을 보러 가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풍놀이라고 표현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もみじがり [紅葉狩り] - 모미지가리 라고 표현한다.
狩り(がり) 가리는 원래 사냥하다라는 표현인데 단풍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봐야 되는 것은 가리라는 표현을 쓰고 꽃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먹고 마시며 꽃을 보는 일은
꽃구경 はなみ [花見] 하나미라고 하는것이 우리와는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과 단풍도 모두 놀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아니면 구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아
일본 사람들보다 덜 전투적이라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칼을 찬 사무라이가 양반이었던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것인지, 일본 역사극을 봐도 성주 앞에서 "하이"라고
대답을 짧고 빨리 끊어서 하는 것도 대답을 늦게 했다가는 목 날라갈 판이라 짧고 잽싸게 대답을 한 것 같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후지모토 아줌마가 나한테 일을 시키면 내가 "하이----" 하고
늘어지는 말투로 대답을 하면 그것은 마치 짱구는 못말려의 신짱구가 엄마한테 하는 말 같다며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게 후지모토 아줌마의 말이었다.
내가 하이를 느리게 하든 빨리 하든 상관마시고 너나 잘하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후지모토아줌마가 원하는 대로 하이를 빨리 해주는 것이 그곳에서 내가 살 길이라
후지모토 맞춤형 "하이"로 알바를 견뎠다.
난젠지의 단풍은 아름다웠던것 같다.
교토로 단풍을 일부러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교토가 분지이기 때문이다.
주변이 온통 산이기 때문에 단풍으로 휘감고 도시가 폭 안겨 있기 때문에 단풍맛집이 된 것이다.
난젠지 앞에는 교토의 100년 이상 된 구옥을 고친 블루보틀이 도쿄에 이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생겼다.
오후 6시까지만 운영했던 블루보틀 - 파란색 시그니처가 이제 보니 술병처럼 보인다.
딸과 함께 갔었고, 혼자도 갔던 블루보틀
그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헤이안진구가 있었고, 보기에는 멋졌던 수로는 물비린내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단풍은 멋졌다.
그래서 가을의 교토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보다 여행가방 끌고가는 소리가 더 많이 들렸던 곳이다.
2018년도에는 보로니아의 빵을 열심히 썰고 포장했지만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잠깐 기초학습 강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가 만들어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오전에는 원격학습 지도를 하고 오후에는 기초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기역 니은을 가르치면서
나도 한글 공부를 다시 하고 있다.
받침으로 붙은 쌍자음의 발음이 너무 어렵지만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독창적인 글자인지
새삼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간" 이라는 글자를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가에 니은 받침이라고 설명해주면 곧바로 "간"이라고 읽는다.
집현전 학자들에게 곤룡포 덮어줘가면서 한글창제를 독려했던 세종대왕에게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학교가 있는 월드컵경기장 주변으로 단풍이 예쁘게 들었다.
오전에 과잉행동장애로 원격학습 내내 나를 힘들게 했던 아이에 대한 마음도 잠깐 눈을 돌려 밖을 보면
사라진다.
그 아이의 과잉 행동도 본인이 하고 싶어서 그런것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화가 나는것은 아니다.
산몬의 2층 누각에 올라가서 "절경이로다"를 자기도 모르게 외친 도둑이나, 내가 보는 과잉행동장애의
아동이나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행동이었을것이다.
기름솥에 죽은 일본 도둑은 내 소관이 아니니 패쓰하고, 오전에 보는 OO 이는 어서어서
그 병이 없어졌음 좋겠다.
나무에 단풍들듯 성숙한 한 인간으로 바르게 성장하기를, 잠시 그 아이를 스쳐서 가는 사람이지만
아이의 마음에도 예쁜 단풍이 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