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아니고 일본의 선거-
남편이 확진 판정을 받고 청주에 있기 때문에
집안에서 가장 말 많았던 1인이 없어진 이유로
주말, 우리 집은 고요하다.
청주에서 혼자 있으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남편보다
건너 방에서 기침을 하는 아들이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내가 남편의 엄마가 아니라 내 아들의 엄마라는 증거일것이다.
끄레도르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고
초밥 한 셋트와 탄산 음료 3종 셋트를 사서 나르느라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의 죽음의 레이스를 달렸어도 아들이 이걸 먹고 나을 수만 있다면
지금 언덕길이 문제냐,허벅지 굵어지는 게 문제냐
초밥집에서 아들이 먹고 싶다는 '특초밥'을 기다리고 있는데 선거홍보차가 지나갔다.
아들이 아픈데, 뭐시 중혀
그래도 우리의 지도자를 뽑는 일이니 중허긴 하다.
특정 후보에게 빠돌이처럼 빠져있던 남편은 확진자들만 모아서 하는
특정 시간대에 가서 사전 투표를 했고
아직 나는 투표 전이고 후보를 정확히 정하지 못해 마음이 혼란스럽다.
2019년 교토에 있을 때, 일본어 학교에서 처음 내 짝꿍이었던
말레이시아 인이었던 TOU (토우) 상은 같은 반 남자애들 중에서
가장 성실했었다.
지각 결석이 없으면 일단 일본어 학교에서는 성실한 사람이다.
그랬던 토우 상이 일주일정도 결석했던 단 한 번의 이유는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2019년의 선거때문이었다.
재외선거도 할 수 있었을텐데 토우상은 부인과 큰 애 아이코를 데리고
말레이시아로 가서 선거를 하고 돌아왔었다.
내가 봤을 땐 정치에 관심이 많이 없어 보이는 일본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이냐 싶은 반응이었지만 나는 토상이 이해되는 마음이었다.
그때는 아베가 총리일 때라 학교의 선생님들 중에서 두 분 정도는 아베를
싫어하는 표현을 하기도 했지만 일본사람들은 선거에 대해서 우리나라처럼
뜨거운 피를 갖고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투표 방식부터 다른 일본의 선거다.
초등학교 반장을 뽑듯이 후보의 이름을 연필로 써서 투표함에 넣는다.
보통 네글자로 된 일본인들의 이름중에 앞의 두 글자는 성이고
뒤의 두 글자는 이름이 되는데 일본인들은 성으로 쓰이는 앞의 두 글자도
이름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三原 喜子(みはら よしこ) 미하라 요시코라는 사람이 있다치자.
이때 미하라는 성이고, 요시코는 이름이 되는데 내가 미하라요시코에게
표를 주고 싶으면 한자로 三原 喜子(삼원 희자)라고 써도 유효표가 되고
히라가나로 みはら よしこ(미하라 요시코)라고 써도 유효표가 되는 것이다.
みはら(미하라)까지만 써도 유효표, よしこ(요시코)만 써도
미하라요시코의 유효표가 되는 것이다.
한자이름이 어려운 후보중에는 선거때에 히라가나로 개명을 한다고도 한다.
어려운 한자를 잘못 쓰면 무효표가 되고, 한자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받는 일본인들이지만 우리가 맞춤법 어려워하고 틀리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일본인들이라고 해서 한자에 다 강한것은 아니기때문에
출마를 위해서 히라가나로 개명을 하는 것이다.
하여간 연필로 쓴다는 행위 자체가 우리식의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에서 투표용지 인쇄하는 것이
바쁘고 중요한 일인 것처럼
일본의 선관위 공무원들은 연필깎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내가 했던 최초의 선거는 대학교 때 총학생회장을 뽑는 선거였다.
자민투나, 민민투냐로 갈렸던 1987-1991년의 최루탄 냄새 가득했던
교정은 살벌했다.
인생 첫 투표였으니 긴장했던것 같다.
지금 선거방식처럼 후보의 이름이 있는 칸에 도장을 찍어야했는데
막상 기표소 안에서는 당황해서 이름을 썼었다.
그것도 좋아하는 초록색 파이롯트 펜으로 이름 세 글자를 쓰고 나왔었다.
나중에 혼자서 이름을 쓴 걸 알고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리고 무효표가 되었을 내 한표가 얼마나 아깝던지
가장 친한 친구였던 희정이한테도 말하지 못했던 투표의 비밀이다.
그리고 대학생일 때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 투표를 했었고
아버지와 나 ,엄마까지 찍었던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지 못했다.
학교에 남아 있는 최루탄 냄새로 눈물 콧물 흘리고 다녔던 1987년
이 한열 열사가 죽어가는 순간에 찍힌 사진을 집에서 신문으로 보고
충격을 받았던 1987년이 내가 원했던 선거결과로 나타나지 않아
그 해, 겨울 나는 허무했던것같다.
정치보다 우리집 한 달 살림살이가 흑자냐 적자냐가 더 중요하고
정치인 누가 아픈 것 보다 우리 아들이 아픈 게 나한테는 더 신경쓰이는 일이지만
정치인을 잘 뽑아야 앞으로 5년동안 나라가 편할거라 생각하니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일이다.
산불에 전쟁에 코로나에 3월이 혼란스럽다.
산불은 얼른 잡히고, 전쟁은 끝났으면 좋겠고
미친 코로나도 얼른 꺼져버렸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선거에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