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는 사람들

은, 친구가 될 수 있다.

2018.4-2019.3 in kyoko


만 일년에서 며칠 모자라는 시간으로 내가 얻은 것은 참 많다.


친구가 생겼다. 그것도 일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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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선생님이 교토에 새로 생긴 꽈배기가게의 간판 메뉴를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일본어로도 한국말 발음 그대로 꽈배기지만

일본어로 풀이하자면 ねじる (捩(じ)る) 네지루, 비틀다는 동사에

기름에 튀기다는 동사 あげる [揚げる]를 합쳐서

ねじりあげドーナツ (비틀어서 튀긴 도너츠)가 꽈배기다.


일본어로는 네지리아게 도나츠라는 설명이 붙지만 한국말로는 '꽈배기' 라는 3음절로 상황 끝이다.

한자도 아닌 한글로 심플하게 설명이 끝나는 꽈배기


그래서 꽈배기는 일본식의 화려한 꽈배기보다 시장에서 설탕 잔뜩 묻혀서 파는 게 진짜같다.


집게로 꽈배기를 들고 아줌마가 쳐다보면서

"설탕 묻혀 드릴까요?" 묻자마자

"네 묻혀주세요"했다하면 벌써 봉투에 들어가 있던 꽈배기집 아줌마의 빠른 손동작

그런게 원래 꽈배기집인데 이름을 달고 체인점처럼 우리동네도 몇 개 생기더니

교토에도 생긴 모양이다.


이것이 진짜 꽈배기다. 사진을 보내줬다.


교토의 고등학교 교사인 히라이 선생님은 교토 니시진이 본가로 집안의 가업이었던

니시진오리(西陣織)로 おび (帯)를 만드는 장인집안의 딸이다.


(西陣織) 니시진오리는 교토 니시진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전통 견직물을 가리키는 말로서

조상들은 금각사 인근에서 직물을 짰었는데 어떤 계기로 니시진으로 집단 이주를 하게 되었고

이후에 (西陣織) 西陣 니시진이란 지명에 織오리(방직, 옷감)이라는 합쳐져서

니시진오리라는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993C0D3E5C45A19C38 니시진에 있던 사라사니시진에 가는 동네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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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에 나왔던 니시진에 있던

사라사니시진 카페에 가던 날 추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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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안에 있던 난로가 따뜻했었고, 카페안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왔던 사라사니시진을 언제 다시 가 볼수 있을까


방언터지듯 터졌던 일본어는 교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말이 통하면 친구가 되기 쉽다.

말이 통하면 마음이 통할 수 있고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되는 법이니

그때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과는 지금까지 친구처럼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교토에 양념치킨 가게만 생겨도 라인으로 알려주는 내가 심어놓은 교토 특파원

히라이선생님

치킨 무를 치킨보다 좋아하는 특이한 식성으로 치킨무를 먹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 되었다.




교토는 날씨가 따뜻해서 어지간하면 눈이 내리지 않아서 눈 내리는 겨울이 유별나다.


눈이 이렇게 펑펑 내리기가 대구만큼 드물기 때문에 눈이 오는 풍경을 찍어서

보로니아 빵집 알바동기생인 나카무라상이 찍어서 보내주었다.



함께 일했던 보로니아빵집의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고 이렇게 눈 내리는 교토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하는 나카무라 아줌마도 수원에 놀러와서 우리동네 한성목욕탕의

특급 세신 서비스를 받고 너무 좋아했었는데, 언제 다시 한성목욕탕에 데리고 갈 수 있을까


짧은 일년이었지만 친구가 생겨서 지금까지 소식을 주고 받으니

학교는 일년 다녔지만 그때 사귄 일본인 친구들의 유효기간은 평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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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そうやみさき [宗谷岬] 소우야미사키조차 영하 1도일 때

수원이 영하 12도라며 안부를 물어왔던 히라이 선생님의 라인에

"마침 영하 3도까지 올라갔기때문에 이정도면 더워서 맥주를 마셔줘야 한다"며 답장을

보내놓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날이 추우면 춥다고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하는 우리 엄마같은 사람들이

일본에도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국적불문

친구가 될 수 있다.


교토에 있는 나의 친구들

다시 볼 수 있을 때까지 また今度こんど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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