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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bj Jan 21. 2023

긍정의 힘 족가세요

21-11-17 미워할 용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운


지난 16일 10분씩 3번을 쉼없이 뛰다 사이사이 2분간 걷는 루틴의 런데이 날. 10분이랄 게 출근 전 누워 유튜브 속 남이 정성껏 편집한 영상을 보고 SNS 속 남의 인생을 염탐할 땐 그렇게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이었다가, 계속해서 내 힘으로 허벅지를 놀리며 뜀박질을 해야만 지나는 시간일 땐 야속하게 느리게만 흘러간다. 러너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런총각은 5분대쯤 시간을 보내는 것을 돕겠다며 시덥잖은 조언을 시작한다. 이번에 설파한 건 진부하기로 둘째가기로 서러운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상 제일 가는 최고의 삶의 태도 ‘긍정’의 힘. 숨차서 별 생각들 틈도 없겠다 잠자코 수동적인 태도로 들으려는데 자꾸 심기에 거슬리는 말만 들려왔다.


회사에서 나에게만 일을 많이 시킨다면 불평만 할 게 아니라 ‘회사에서 내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라, 또 뭐가 있었지. 지금 가진 것에 자꾸 불평만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없었던 시기를 생각하며 가진 것에 감사하라 등. 통찰력이나 뚜렷한 근거라고는 없는 피상적인 말.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보라'는 식의 말. 코 아래 입이 뚫린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자료화면] 나는 무슨 색이게


생각만 바꾸면 내 현실도 참을만한 것이 된다는 식의 위로는 누군가에겐 그깟 생각도 바꾸지 못하는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진 않을까. 불행에 잠식돼 불평만 하는 사람도 싫지만, 말그대로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식의 긍정 종용러들의 조언도 (적어도) 내게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납득이 되지 않는 조언이 도움이 될리도 만무하다.


내가 29년 살아온 바 깨우치기론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만 달리진 않았다. 자기 객관화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돌아봐도 현재의 내 구린 기분은 실제로 내 마음먹기와는 너무 관련없는 구린 남 탓일 때도 너무나 많았다. 양쪽 중 누군가가 바뀌어야 한다면 마음을 다시 먹어야 한다면 내가 아니라 그쪽이어야 할 것만 같은 순간들. 그럴 때 정확하게 사과를 요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과거와 비교해 현 상태를 자위를 해보라는 것도 전국 자위왕 대회밖에 더 되지 않나 싶다. 설령 그런 태도가 살아가는 데에는 더 편할지언정 내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와 깨우쳐야지 안그래도 숨차죽겠는데 이름도 얼굴도 정확한 내 삶도 사정도 모를 이의 AI식 충고로 듣고 싶지는 않다.


그냥 또 뻔한 소리하네 넘기면 되려는데, 그냥 나는 시간날때쯤 한 번씩 들었던 말들 곱씹어보고 반박하고 싶은 인간이라서. 근데 그걸 또 피곤하게 사는 내 탓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렇다고 저 앱이 저런 말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단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것도 알고. 다만 걍 난 이런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고 기록해두고파서 쓰는 일.


싫은 걸 싫다 말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이 있는 사람이 좋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사람은 사회생활엔 부지런히 끌려다닐 진 몰라도, 마음에도 없는 말들로 점철된 일들에 취미가 없는 나에겐 자기 자신에 대해서라고는 공부해보지 않은 게으른 사람 같이 느껴진다. 미움받을 용기만큼 미워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편하다.


결국 중요한 건 객관화, 그리고 비슷한 상식과 배려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도 너 입장에서 별 게 아니지만 동시에 너도 내 입장에서 별 게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조심하고 쉽게 사과하고 어렵게 무례하고 살아야 한다. 내 입장에서 본인의 말 한마디가 때론 너무 같잖아 별 게 아닐 수도, 때로는 너무 별거라 그 다음일을 전혀 하고싶지 않을 정도로 기분 나쁠수 있다는 걸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과는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다. 나에겐 사실 몇 빼고는 너무도 별 거였던 적이 많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들이 여러 부조리한 순간순간을 손쉬운 자기 탓으로 넘어가버리다 정작 자신을 탓해야 할 사람에겐 아무도 화살을 돌리지 않으면 어떡하지. 난 때때로 그런 사람들을 똑같이 배려하지 않고 꼭 적시해서 네 탓이라고 귀에 대고 말해주고 좆되게 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그런 민폐롭고 무식하고 멍청한 주제에 성의까지 없는 사람들에게 꼭 찝어 네가 한심하고 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가도

대부분은 그냥 앉는다. 주저앉는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싶지만 한동안 화를 식히려 애쓰는 시간이 아깝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느낄 줄 알고 불행해하고 나아질 방향을 찾기를 멈추지 않고 싶다. 남에게 반복된 과한 하소연으로 짐을 두 배로 불려 나눠지워서야 안되겠지만. 비슷한 말을 들으면 비슷한 생각이 들어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걸으며 정확하게 불평하고 세심하게 싫어하고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지 않고 살 것이다. 그게 긍정의 힘무새들보다 훨씬 건강한 삶의 태도라고 난 믿는다.


사회생활에선 도무지 사람들이 내 기대와 상식의 수준만큼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주지들을 않아서,


내가 싫어하는 그들의 모습으로 늙고 싶지 않아서 나는 내곁의 누군가가 분노하며 이런 글을 쓰기 전에 스스로를 자주 돌아보고 자주 고마워하고 내 책임은 없을지 스스로가 먼저 언급하고 반성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자주 생각한다


좆같단 말은 말하면서도 너무 상스러워서 다른 비슷한 어감의 말은 없나 고민스럽다가도, 어떤 감정은 저 단어만한 뾰족뾰족한 그릇이 아니면 담기가 어려운 것 같아서


아무튼 세상에는 참 구린 게 많음

세상은 좁기 때문에 주어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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