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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bj Dec 10. 2022

눈 감은 얼굴

22-11-08

   누군가의 눈 감은 얼굴은 가끔 꼭 죽은 모습 같다. 무장해제된 채 오래 감은 눈을 보여주는 건 대게 더없이 가까운 사이들이라서, 내 어떤 시절에 이렇게 코앞에 생생하던 숨결이 언젠가 영영 사라지겠구나. 나는 어느 미래에 이 사람의 이 표정 앞에서 펑펑 울고 있겠구나 혼자서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그 미래가 꼭 상대와 나 둘 중 하나라도 늙어빠지게 되는 먼 훗날이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누구라도 갈 수 있는 장소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맞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에는 너무 젊고 안일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게 죽음 가진 고약한 얼굴  일부라는  안다.


  매일 주어지는 아침 냄새와 엄마의 저녁 8시면 오는 밥 먹었냐는 문자도 내일이면 평생 동안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살면 나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이제 그런 아찔한 골목은 먼 미래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퍼런색 1인용 병실이 아니라 너무 자주 가는 장소의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는 가게 맞은편에도 도사리고 있겠다 싶다. 그날 아침 왠지 나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일 것 같 그렇게 생각을 못할 것 같은데. 우리 모두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날 점심부터 일산 모교 축제까지 갈 여유가 없도록 근무가 있었다면, 혹은 축제를 다녀와 친구들과 한참을 떠들고 참살이길을 누비고도 체력이라도 남았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 시간대에 주위 사람을 꼬드겨 그 골목을 가자고 했을 인간이다. 그랬다면 숨 멎기 전엔 나 많이 놀랐겠지. 우리 엄마 너무 슬플까 봐 그게 제일 걱정된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주위 사람들도 자신도 언젠가 죽는단 걸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매 순간마다 이를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겠지.  언제 닳아버릴지 모를 삶이라서 좀 더 자꾸 내가 원하는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이고 그곳으로 나를 데려다주고 싶다.  잠과 죽음이 맞닿 있는 듯한, 모퉁이를 돌면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듯한 소름 끼치는 이 감각이 나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도끼눈 뜨고 지적하기 바쁜 세상에서 내 곁에 눈감고 잠들어주는 사람들을 아침마다 방금 태어난 것처럼 사랑해줘야지. 매일 그리 낯간지럽게 살진 못하더라도 종종 죽음에 대해 곱씹으면서 나는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내가 갚아주고 싶은 마음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얼마 전 고모한테 생일 카톡이 왔다.

"시국이 수상하니 네가 고생이 많겠다. 요즘은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건강하게 잘 살아주는 게 효도라는 생각이 든다. 생일 축하한다~^^"

고모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생일 케이크 초를 후- 불고 나서는 눈감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소원으로 재빨리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부터 읊었다.

제한 시간 내에 다 말하지 않으면 잘려서 혹시나 들어주지 못하기라도 할 것처럼, 신이 있다면 못 들으시면 안 되는 것부터 먼저 두괄식으로 긴히 부탁드렸다.


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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