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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bj Dec 10. 2022

[2] 우리 제법 안 어울려요

용기내 건네는 작은 고백

  혹자는 제대로 된 연애 상대를 만났는지를 살펴보려면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를 보라고 했다. 애초 생겨먹기를 밥벌이 인연들과 연인처럼 사랑까지 키워나갈 워커홀릭은 못 된다. 하지만 인생 만사가 내 의지와는 별개, 이 생활은 인생 어떤 인연보다 가장 큰 비중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의문의 동행 4년째, 이 조합이 과연 '제대로 된' 쪽이었는지가 요즘 나의 주 관심사다.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만 29세로 생애 첫 직업과의 이별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있다. 상상으로는 인간은 아득한 과거로도 미래로도 갈 수가 있어서. 결혼할 것으로 믿었던 남자친구와의 마지막 인사를 앞둔 기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리기 전 짬날 때마다 한 뼘 더 먼 미래로 가 방송기자를 그만 둔 내 모습과 이런 고민의 이유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단한 철학적 이유를 찾아 새로운 멋진 도전을 하게 됐다고 포장해보고도 싶지만 그런 깜냥이 못되는 인간이라서. 스스로를 그만 속이고 싶어 하는 선택의 이유조차 포장하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풍기던 구린내가 날 것 같아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쌓이고 쌓였던 마음속 응어리의 모양을 들려주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의식하지 않는 이상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너무 자주 질질 흘러나와 문제. 그러다 보니 마음에 걸린 건 어느 순간 불행을 전염시키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이었다. 취업했다는 친구에게 일은 할 만 하느냐고 묻는 내 목소리 어딘가에는 친구가 자신의 일상에 대해 불만족하기 바라는 기대가 배어 있었다. 나만 이렇게 구린 게 아니길 바라던 그 모습이 과연 그녀가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일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아닌데, 친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었는데, 난.. 또다른 가장 가까운 사이인 친구에게 매일 같이 싫어하는 회사 사람을 욕보이고 조롱하는 일로 채우고 잠드는 밤이 여럿이었다. 그 횡포를 멈추고 나와 매일을 함께하는 나 자신과의 대화를 더 해보려 한다.


  평소 혐오하던 누군가들의 이기적인 모습과 닮아있다 느끼고는 소름끼치기도 했다. 세상에, 이건 결코 내가 바라던 30대 커리어우먼으로서 자신의 본업에 최선을 다하는 능력있는 여성 직장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을 스스로 원했던 것인지에 대해 되돌아보지 않는 건 내 어떤 존재론적 의무에 대한 유기 같았다.

상호 피곤한 배설에 그치지 않고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들에 대해 곱씹어보고 배우고 싶다. 평생을 내 하루의 8시간 이상을 차지할 어떤 생활에 대해 부정하고 조소하는 인간으로 남고싶지 않아서.


  글쓰기는 어쩌면 나 자신과 떠드는 일 같다. 기록하며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 어떤 출입처보다도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살고 싶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쓸 수 없기에. 내 상태를 정확히 살펴보고 가감없이 진단할 것이다. 찌들지 않았던 어느 날의 다짐처럼 따뜻하게 바라보고 날카롭게 적을 것이다. 이 공간은 그 대화의 기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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