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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n 04. 2024

좋은 PM영어학습은 무엇일까?

Product Manager에게 가장 효율적인 영어 학습법


PM은 연차가 오르면 반드시 영어 쓸 일이 생깁니다.


1) 영미권 회사로 이직을 할 수도 있고, 2) 외국인 팀원이 들어올 수도 있고, 3) 담당 서비스가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기회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상황인데요.

1. 외국인 팀원이 우리 팀에 배치된다.
2. 해외 콘퍼런스에서 토론해야 한다.
3. 해외 기업과 인수합병 협상을 해야 한다.
4. 해외 개발팀과 기술 세미나를 진행해야 한다.

위 4개 사례는 모두 제가 어느날 갑자기 겪은 일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제가 했던 영어 공부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소싯적 토익점수 800점(대한민국 평균이 690점입니다.) 이상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래 방식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영어를 전혀 못하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방식은 내향적인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됩니다. 영어는 사실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 만나고 편하게 대화할 때 가장 빨리 늡니다. 하지만 생면부지 외국인과 얼굴 마주하는 상상만 해도 심박수가 올라가시는 분이라면 차라리 아래처럼 시작하는 게 낫습니다. 나중에는 본인이 먼저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상태가 됩니다.






1. 방식


1. 유튜브에서 PM Interview라고 칩니다.


유튜브에 PM Interview라고 치면 동영상이 수만 개 나옵니다. 보통 아래 예시처럼 1) 사람 얼굴 + 2) 주제로 썸네일이 만들어져 있는 20-30분 내외 영상입니다.


유튜브 썸네일들



2. 조회수 5만 이상 영상을 고릅니다.


조회수가 5만 이상인 영상, 가능하면 10만 이상인 영상들로 고릅니다. 조회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공부한 선배들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검증된 영상에만 씁니다. 조회수가 낮은 영상은 웬만한 영상을 다 본 뒤 찾아봅니다.



3. 가벼운 마음으로 3분만 들어봅니다.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면 힘듭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를 하나 골라 3분만 들어봅니다. 자막 없이 듣는 게 가장 좋지만 너무 어렵다면 자동으로 완성되는 영어자막을 켜고 봅니다. 이런 영상은 촬영자도 보통 각 잡고 찍기 때문에 자동 완성 자막의 퀄리티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cc. exponent



4. 들으면서 댓글을 확인합니다.


댓글 반응을 확인합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영미권 PM 형님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가상 인터뷰(mock interview) 영상에도 꽤 냉정하게 코멘트를 하십니다. 칭찬만 있는 영상이 꼭 좋은 영상인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욕만 있는 영상은 거를 수 있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좋은 영상인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합니다.


1) 긍정적인 코멘트 예시

인터뷰 답변이 논리적이었다는 각종 칭찬

긍정적인 댓글들 cc. exponent


2) 부정적인 코멘트 예시

인터뷰의 주제를 벗어나 딴소리만 많이 했다고 비판

부정적인 댓글들 cc. exponent



5. 일단 다 듣습니다.


마음에 드는 영상이라면 끝까지 다 듣습니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버립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튜브에는 좋은 영상이 넘쳐납니다. 재미없는 영상 참으며 꾸역꾸역 들으면 공부의 습관화에 방해만 됩니다. 1)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들어, 2) 답변이 좀 지루해 정도의 하찮은 이유일지라도 영상을 꾸준히 보는데 불편하다면 바로 2단계로 돌아갑니다.



6. 자막 생성 사이트로 들어갑니다.


https://downsub.com/ 이라는 사이트로 들어갑니다. 이 사이트는 모든 유튜브 영상의 자막을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링크 넣고 1초만 기다리면 메모장 형태로 자막이 다운로드됩니다. 조금 피곤한 건 자막 스크립트가 아래 그림처럼 보기 불편하게 편집된다는 점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대본



7. 자막을 chatgpt로 편집합니다.


인공지능의 힘을 빌립니다. AI는 반복업무 요청하는데 최고입니다. 메모장 텍스트를 그대로 복사해서 chatgpt에 붙여 넣고 마지막에 아래와 같이 요청사항을 씁니다.

Please delete every linebreak of the following script and do not omit any words in this.


1분 정도 기다리면 chatgpt가 따란! 하고 대소문자, 문장부호까지 깔끔하게 편집된 스크립트를 만들어줍니다. 보통 30분짜리 영상의 스크립트는 길이 때문에 chatgpt가 스크립트를 정리하다 중간쯤 멈춘 뒤 다했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럴 때는 chatgpt한테 please continue til the end of the script라고 쳐줍니다. (2번 정도 해야 합니다.)


chatgpt편집



8. 자막을 보면서 2-3번 더 듣습니다.


이제 스크립트가 생겼으니 프린트해놓고 더 듣습니다. 스크립트 수정도 동시에 합니다. 어렸을 때 딕테이션 공부하던 것처럼 조금씩 고쳐서 완성된 대본을 만듭니다. 이렇게 글과 함께 들으면 어지간한 내용은 다 이해가 됩니다. 가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있으면 사전 찾는 게 아니라 통째로 구글에 치면서 고쳐봅니다. 이 과정 자체가 공부입니다.



9. 좋은 문장들을 뽑고 외웁니다.


좋은 문장을 뽑고 정리합니다. 20-30분짜리 원어민 인터뷰에는 좋은 표현이 최소 10개는 있습니다. 이 표현들은 PM이 업무 중 사용하기 아주 유용합니다. 똑같은 의미의 말도 훨씬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A옵션이 좋아 보입니다”를 표현할 때

평범한 말 : I like Option A
다듬은 말 : I think I gravitated toward Option A
“옵션 A를 이해했습니다”를 표현할 때

평범한 말 : I can understand what the Option A is
다듬은 말 : Now we're on the same page about what the Option A is


이런 표현들을 1-2개씩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필요한 말들이 대부분 들리는 경험을 합니다. 보통 한국사람들이 외국인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건 이런 표현 때문입니다. 직접 말할 때 한두 번씩 활용해 봅니다.



10. 외울 때까지 따라 합니다.


반복이 핵심입니다. 정리한 영상은 최소 20번, 많으면 50번까지도 듣습니다. 은근히 별 일 아닙니다. 아침저녁 출근길, 혹은 운동할 때 틀어 놓으면 됩니다. 차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중얼중얼 따라 하면서 운전합니다. 2주 정도 하면 직전 문장만 들어도 따라오는 문장을 예측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노래처럼요. 완전히 몸에 체화되면 영상 속 문장이 회의 중에 필요한 상황에 자동으로 나옵니다.



11. chatgpt랑 연습해 봅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화 연습도 훨씬 쉬워졌습니다. chatgpt를 활용해서 비슷한 인터뷰 상황을 설정하고 대화해 봅니다. 생각보다 상황극을 엄청 잘해 줄 겁니다.


chatgpt를 켜고 아래처럼 말하면 인터뷰 상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상황 설정)

"Today, I'm going to do a Google PM interview. I'm a 5-year experienced PM and I'll be interviewing for the Senior PM position at Google Maps. I'd like to conduct an interview based on a scenario where Google Maps traffic is declining for unknown reasons. Could you be the nice interviewer?”

https://youtu.be/QMnKZYX39Aw?si=TPhDTjb8gREyErTf

chatgpt를 활용한 좀 더 구체적인 공부 방식은 위 영상을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12. 다음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1개 영상을 클리어하면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다음 영상을 듣다가 너무 어렵다 싶은 경우 예전 영상으로 돌아와서 또 들어도 됩니다. 아침에 30분 달리기 한다 생각하고 꾸준히 연습합니다. 이렇게 영상 10개 정도를 샅샅이 배우고 나면 PM이 업무 생활 중에 해야 하는 말 대부분을 외우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이 방식의 장점


기본적으로 영어공부에는 수만 가지 많은 방식이 있고,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방법이 제일 좋은 왕도도 아닙니다. 누구나 각자 맞는 방식이 있습니다. 다만, 내향적이지만 꾸준히 반복하는 건 자신 있는 PM에게는 위 방식이 꽤 잘 맞았다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좋습니다. 이 방식은 일반적 영어 회화 공부보다 크게 3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1. IT분야 PM의 영어를 배웁니다.


PM이 쓰는 영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업무 영어는 일상생활 영어보다 범위가 훨씬 작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영어를 완벽하게 마스터하면 좋겠지만 당장 내일 미팅에서 쓸 영어가 시급하다면 1) 토익 공부, 2) 미드&토크쇼 보기, 3) 뉴스 듣기, 4) 전화 영어는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써먹을 일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PM은 위 방식을 통해 당장 회사 회의에서 쓸 수 있는 표현들을 제일 먼저 배울 수 있습니다. 한번 들은 것은 회사에서 바로 적용해 보면 됩니다. 공부 많이 하신 선배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지만 언어는 자기 입으로 말해 버릇해야 안 까먹습니다. 한두 번 재미를 붙이면 재미있게 습관화할 수 있습니다.



2. 전 세계의 다양한 발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발음에 대한 이해력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익숙한 영어 발음은 미국이나 캐나다 서부 발음(특히 토익에서 많이 쓰는 발음)입니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대개 미국에서 백인들이 하는 표준 발음을 흡수합니다. 문제는 PM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의 상당수의 발음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데 있습니다.


1년 전 인도 억양이 아주 심한 PM과 회의할 일이 있었는데 내가 지금 영어를 듣고 있는 건지 힌디어를 듣는 건지 모를 정도로 못 알아먹어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IT PM의 세계는 원어민보다 인도, 중국, 아랍, 유럽 계통 사람이 많습니다. 각자 습관적인 엑센트가 있는데 이런 요소는 영어 실력을 떠나서 여러 번 들어본 적이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처음 3-4개 동영상은 오직 흥미 위주로 선정하더라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등장인물의 발음을 다양하게 섞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인도 출신 PM, 엔지니어들이 말하는 방식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제 생각에 IT에서 일하려면 인도 발음은 무조건 익숙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3. 사람을 만나는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쉽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언어 공부에는 1) 꾸준함과 2) 타고난 외향성 모두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본인이 자신 없는 분야에서 외향성을 발휘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동영상과 chatgpt를 활용해 연습하는 것은 영어가 꼭 대면 소통으로 이어지는 허들을 상당히 낮춰줍니다. 영어 공부의 최종 목적은 언젠가는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심리적으로 너무 큰 스트레스라면 이제 혼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습니다.



3. 콘텐츠 채널 추천


1. Exponents


PM인터뷰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채널입니다. Kevin과 Stephen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출신 PM들이 리드하는 채널입니다. 최근에는 활동이 약간 드물고 기술 인터뷰 중심 영상이 올라오는데요. 과거에 이미 좋은 PM 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채널에서 올려준 PM 인터뷰 영상은 거의 다 봤습니다.


별도의 유료 사이트도 있지만 유튜브에 올려준 동영상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모든 영상이 다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영어를 떠나서 보면 인터뷰 답변의 논리적인 수준은 한참 낮은 인터뷰이들도 존재합니다. 앞서 댓글을 살펴보라는 조언은 이런 콘텐츠를 거르기 위함입니다.

https://www.youtube.com/@tryexponent



2. Product Alliance


양은 적지만 양질의 인터뷰 콘텐츠가 있는 채널입니다. Brian이라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출신 시니어 PM이 리드합니다. “기존의 유튜브 PM 콘텐츠들이 빅테크들의 채용 허들을 너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채널입니다.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피드백합니다. Brian이 개인적으로, 혹은 소개를 통해 알고 있는 주요 기업 PM들이 모의 인터뷰 대상으로 등장합니다.

https://www.youtube.com/@ProductAlliance



3. Y-combinator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요람 Y-combinator에서 직접 만든 채널입니다. 대개 스타트업 구루들이 과거 창업 얘기해 주거나, (잔소리하거나) 최근 기술 트렌드에 대한 대담을 합니다. 단순히 영어를 떠나서 소재만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습니다. IT업계에서 쓰는 전문 용어를 거의 다 배울 수 있습니다. 세상은 넓고 똑똑한 사람은 참 많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https://www.youtube.com/@ycombinator



4. Bain & Company


IT분야는 아니지만 경영 컨설턴트들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정제된 케이스 인터뷰 사례들이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인터뷰가 너무 적다는 데 있습니다. IT PM이나 경영 컨설턴트 모두 논리적 사고력이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PM후보자들이 하는 답변 방식을 주목해 볼 만합니다.

https://www.youtube.com/@bainandcompany



4. 마치며


영어 공부의 최대 도피처는

1. 앞으로 영어 쓸 일 없거나 멀었다고 단정하기
2. 아예 못하는 것과 적당히 못하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3. 언젠가는 AI가 해결해 줄거라 생각하기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PM이 자기 서비스를 성장시키려면 글로벌과 부딪히는 일이 반드시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때 조금이라도 준비되어 있다면 훨씬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20분씩이라도 조금씩 스스로를 노출시키면 1-2년의 시간이 지났을 때 PM이 회사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영어를 준비하는 데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cc.yve.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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