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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n 11. 2024

좋은 PM포트폴리오란 무엇일까?

자기소개부터 프로젝트 상세까지


강남, 판교 이름 있는 IT회사들은 PM에게 포트폴리오를 요구합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디자이너 직군에서만 통용되던 문서가 이제는 PM직군 면접에 일반적인 서류가 된 셈입니다. 1) 연차가 어느 정도 쌓였고, 2) 이직 경험이 있는 PM이라면 대개 개인 PC에 포트폴리오 한편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은 PM 직군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방증입니다. 포트폴리오는 1) 핵심 역량이 분명하고 2) 여러 케이스를 통해 그것을 증명해 왔을 때 만들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PM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1) 도전 과제와 2) 풀이법을 포트폴리오에 정리합니다.


포트폴리오의 구체적인 구성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를 설명하고 나만의 해결 방식을 소개한다는 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제가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포트폴리오를 예시로 좋은 포트폴리오란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1. 자기소개



1-1. 기본정보


시작은 자기소개입니다. 날 것 그대로 ‘스펙'을 나열하는 페이지입니다. 다큐멘터리의 도입부처럼 이야기의 나레이터를 소개합니다. 1) 이름은 뭔지, 2) 여태 무엇을 배웠는지, 3) 무슨 일을 했는지, 4) 그 외 알아두면 좋은 점이 뭔지를 간결하게 담습니다.


스펙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품이나 협업 철학처럼 주관적인 가치관을 함께 적는 것이 좋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성자를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도록합니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바둑기사 장그래의 성장과정을 상세히 보여줍니다. 포트폴리오 첫 장도 밀도 있고 진솔하게 구성합니다.


자기소개



1-2. 스킬셋


다음은 스킬셋입니다. 할 줄 아는 것을 적습니다. PM은 다른 직군보다 출신이 다양하니만큼 강점이나 성향도 제각각입니다. 1) 서버, 2) 디자인, 3) 재무, 4) 데이터분석, 5) 영업 등 다양한 배경에서 PM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기획 역량을 넘어 자기만 가진 특별한 장점을 노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외국어를 잘했고, 경력에 비해 대관(공공기관 상대) 경험이 풍부한 장점이 있습니다.


스킬셋에서는 매일 쓰는 업무 도구도 적습니다. 사실 PM은 도구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무입니다. 다만, 여러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많은 스킬이 있고 걸맞은 툴을 활용할 수 있다면 ‘저는 당신 회사에서도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을 쉽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스킬셋 소개



1-3. 담당해 온 프로덕트


과거 담당한 프로덕트를 보여줍니다. PM에게는 ‘회사명’도 중요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 왔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일했다고 하더라도 프로덕트를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없다면 경력에 의구심이 생깁니다. 반면, 작은 스타트업에서 일했더라도 1) 의미 있는 문제에 2) 창의적으로 도전해 온 사람이라면 PM으로서 훌륭한 소양을 갖추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프로덕트 이력에는 도메인 전문성도 담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이력을 보면 헬스케어 분야와 모빌리티 분야의 프로덕트를 맡아왔는데요. 특히 모빌리티에서는 대중교통, 대리운전, 방문세차, 퀵서비스처럼 비교적 다양한 서비스에서 경험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면 지원자가 바닥부터 구르며 획득한 도메인 지식에 흥미를 느낍니다.


프로덕트 및 프로젝트 소개


2. 프로젝트 : 문제와 해결


프로젝트 소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말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100부작짜리 KBS 대하드라마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보고 나면 여운이 남는 3부작 드라마로 충분합니다. 반드시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면접관은 본인 일할 시간도 부족하며, 냉정하게 말해 처음 보는 사람의 이력에 관심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면접관에게 인터뷰란 바쁜 실무 중에 생긴 추가 작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블라인드 같은 공간에서 면접관들의 못난 행동이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구성은 3개 프로젝트 정도가 적당합니다. 이보다 적으면 지원자의 성과나 업무방식을 자세히 알기 어렵고, 많으면 끝까지 집중해서 읽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줄이고 줄여도 좋은 소재가 차고 넘쳐도 최대 3개 프로젝트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나머지 과제는 한 페이지에 요약해서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관이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추가 질문을 유도할 수 있으면 됩니다. 지원하는 회사의 면접관이 좋아할 법한 프로젝트만 골라내는 것도 능력입니다.


연차가 아직 3년이 안된 주니어 기획자의 경우 프로젝트를 3개까지 짜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2개만 써도 무방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첫 이직 때는 3년 경력자로 프로젝트는 큰 거 1개, 작은 거 1개, 총 2개 썼습니다. 본인이 생각해도 별 것 아닌 프로젝트라면 면접관 입장에서는 굳이 질문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간혹 2년-3년 차 정도의 지원자가 구체적인 결과도 없는 리서치형 프로젝트를 5-6개씩 나열하는 경우가 있는데 면접관 입장에서는 피곤한 일입니다.


아래 글에 프로젝트 예시는 제가 첫 메인 PM이었던 ‘레드커넥트'를 설명해 보았습니다. 

* 레드커넥트는 SK텔레콤과 대한적십자사가 공동 구축한 ‘헌혈 건강관리앱'입니다. [헌혈자들이 인생에 걸쳐 꾸준히 헌혈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목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9년 출시되어 현재까지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 관리하는 제품입니다.

레드커넥트 앱 소개


2-1. 표지


프로젝트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포트폴리오에는 프로젝트의 과정이 투명하고 극적으로 담겨있어야 합니다. 프로젝트 표지는

1. 프로젝트 제목(핵심 질문)
2. 소속 조직
3. 함께한 멤버
4) 나의 역할
5) 프로젝트 기간

을 순서대로 적습니다. 표지 하나만으로도 1) 이야기의 주제, 2) 배경, 3) 등장인물이 누군지 알 수 있고 4) 나의 역할과 5) 쏟은 시간도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잘 짜인 영화 예고편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결말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다음 페이지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레드커넥트 프로젝트의 경우 ‘수혈용 혈액이 부족해서 고통받는 사람이 없도록 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고, 여기에 답을 찾는 과정이 중심입니다.

프로젝트 소개 : 문제 의식


문서 작성은 늘 처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작성자 입장에서는 지금 만드는 문서의 주제가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년씩 파고든 내용이기 때문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이 주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토픽으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평생 헌혈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 혈액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요?



2) 문제 현상과 원인


프로젝트가 주목한 문제의 현상과 원인을 말합니다. 현상은 문제의 크기를 보여주고, 원인은 문제 밑바닥에 숨어있는 사용자들의 심리를 짚습니다. PM은 위 2가지를 납득 가능하게 설명함으로써 자신이 PM으로서 훌륭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레드커넥트는 1) 혈액 부족량을 언급하며 문제 현상을 설명하고, 2) 혈액 부족이 발생하는 원인을 탐구합니다. ‘한번 헌혈한 사람의 90%는 다시 헌혈하지 않는다’까지 리텐션 데이터를 중심으로 1) 헌혈에 적절한 보상이 없다는 점, 2) 내 혈액 전달에 깊은 불신이 있다는 점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문제의식


가능하다면 문제 원인을 찾아낸 과정도 보여줍니다. 훌륭한 PM은 발이 가볍습니다.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서슴없이 듣고 조직 안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현장을 돌아다녔던 시각적인 자료가 남아있다면 포트폴리오에 함께 담습니다.


탐색 과정



3) 해결 방법


포트폴리오는 시각자료입니다. 따라서 해결방법도 시각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상당수의 프로젝트는 앱, 웹의 프로세스로 완성된 화면이 있습니다. 2가지 원칙에 따라 작성합니다.


첫째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문제 A를 제시했다면 반드시 대응되는 해법 A’를 강조합니다. 논리적인 흐름을 지키면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따라옵니다. 1) 화면의 어떤 기능이 핵심인지, 2) 어떤 플로우로 흘러가는지 강조합니다. 좌→우, 위→아래로 시선 이동에 따라 논리가 뒷받침된다면 좋은 구성입니다.


둘째, 단순해야 합니다. 누구나 1장 혹은 2장만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상세한 정책은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면접 때 말합니다. 포트폴리오는 기획안이 아닙니다. 독자가 나를 궁금해하도록 만드는 문서일 뿐입니다. 줄글을 구구절절 쓰기보다 1) 커다란 이미지에 2) 주요 지점을 강조하고, 3) 상세한 구현 방식은 궁금하도록 만드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레드커넥트의 사례는 1) 헌혈 혈액 검사, 2) 혈액 위치 추적을 화면과 함께 소개합니다. 구체적인 정책은 담지 않습니다. ‘이거 어떻게 한 거지?’, ‘재밌네’ 정도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면 깔끔하게 구성한 포트폴리오라 하겠습니다.


솔루션 설명



4) 결과


PM은 숫자로 말합니다. 단순히 ‘서비스를 런칭했다', ‘동료들을 잘 리드했다’ 식의 근거 없는 무용담은 의미가 없습니다. 프로젝트의 문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했다면 숫자가 남습니다. 숫자를 표현할 때는 3가지를 주의합니다.


첫째, 쉽게 씁니다. 처음 읽는 사람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씁니다. 이를 위해서는 1) 가장 중요한 2-3가지 결과만, 2) 쉬운 용어로 풀어서, 3) 과거와 현재를 시각적으로 비교하며 설명합니다. 너무 많은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욕심에 모든 지표를 담으면 면접관이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둘째, 정직하게 씁니다. 현재 회사의 데이터는 공개 가능한 수준에서만 담습니다. 구체적인 매출보다 성장률처럼 비율의 변화로만 공개합니다.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면접관은 포트폴리오 속 숫자에 의구심을 들 경우, 자신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해당 내용을 촘촘히 물어봅니다. 합리적인 설명이 없다면 성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셋째, 최대한 씁니다. 현실적으로 일부 회사의 경우 프로덕트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문제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했던 분들 중 일부는 면접 시 ‘기존 회사는 정량 성과를 측정하지 않습니다’, ‘환경이 여의치 않았습니다’처럼 말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하는 PM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정량적 성과를 설명합니다.


레드커넥트의 사례에서는 헌혈자들이 다시 헌혈하는 비율(재헌혈율)이 얼마나 늘었는지 제시했습니다. 추가로 헌혈자들의 앱 사용 비중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사회공헌성 프로젝트의 성격을 고려하여 정성적인 성과도 함께 다뤘습니다.


결과 지표 공유



5) 상세 역할


지금까지 1) 문제 - 2) 해결 - 3) 결과를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프로젝트 내 자신의 구체적인 역할을 씁니다.


PM은 프로젝트의 큰 그림을 그리며, 전반적인 진행을 책임지고, 구성원들에게 업무는 분배하며 다양한 장애물을 제거합니다. 면접관들은 후보자가 입으로만 일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실무적인 자료 제작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프로젝트 별 마지막 장에는 이 내용을 담습니다.


예를 들어 레드커넥트 프로덕트 진행 시 PM은 상위기획부터, 대외협력, 디자인, 개발관리, 운영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다양한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내가 관여한  작업물들을 상세하게 보여주어 필요하다면 면접관이 구체적인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작업 내역 공유



3. 그 외 내용


도전과 회사 밖 활동


3개 프로젝트 설명을 잘 담으면 기본적인 포트폴리오는 완성입니다. 하지만 그 외 프로젝트도 언급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의식은 훌륭했지만 풀이에는 실패한 프로젝트, 성과가 있었지만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 예전에 진행해서 시간이 오래된 프로젝트는 한 장에 요약해서 담습니다. 문제의식과 성과 정도면 충분합니다.


기타 프로젝트 설명 방식


추가로 업무와 연관된 사외 활동을 적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후보자가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커리어 관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내 출판물 간행에 참여했었고, 브런치 활동도 종종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외부에서 컨설팅, 강연 요청이 들어온 건들도 종종 생기면 간단하게 적어두는 편입니다.


사외 활동 소개



4. 정리



언제 만들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은 사실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한 장씩 만드는데 꽤 많은 시간이 들어갑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회사가 너무 싫어서 무조건 나가겠다거나, 확고한 이직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쉽게 책상 앞에 앉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포트폴리오는 평상시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이직하고 싶지 않더라도 매번 프로젝트 하나가 끝나면 하루 이틀 저녁시간을 비워 포트폴리오를 채워두는 것이 좋은 습관입니다. 예쁘게 만드는 것은 차치하고 프로젝트 종결 시마다, 주요 자료와 숫자들을 한 군데 몰아두는 것만도 포트폴리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빠르게 만드는데 요긴합니다.


위 포트폴리오 예시는 주니어 연차(5년 차 이하) PM에게는 참고할만한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을 리드하는 PM의 포트폴리오는 조금 더 전략적인 관점이 추가됩니다. 리드 PM들의 포트폴리오는 다음번 글에서 조금 더 다룰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cc. yve.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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