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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n 18. 2024

좋은 PM면접이란 무엇일까?

훌륭한 PM을 찾아내는 질문에 대하여


면접은 양날의 검입니다.


짜임새 있는 면접은 훌륭한 지원자를 찾아내지만, 그렇지 못한 면접은 잘못된 확증 편향만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면접이라는 채용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인이 단어를 고르는 것처럼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꼭 필요한 질문만 정제해 넣어야 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PM 직군 실무 면접관으로서 ‘좋은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고민해 보겠습니다. 검증해야 하는 역량과 그런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임원들이나 HR에서 진행하는 컬처핏 면접이 아닌 PM직군의 실무 역량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PM 실무 면접은 후보자의 5가지 역량을 검증합니다.


첫째, 소통 역량입니다.

지원자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인지 확인합니다.

둘째, 논리 역량입니다.

지원자가 원칙, 데이터로 사고하는지 확인합니다.

셋째, 실행 역량입니다.

지원자가 현장에 나서서 일하는 사람인지 확인합니다.

넷째, 기술 역량입니다.

지원자가 실무 스킬을 갖추었는지 확인합니다.

다섯째, 리더십 역량입니다.

지원자가 조직을 이끌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위 5개 역량을 검증하는 질문을 순서대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역량목록






1. 소통 역량 :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일까?


첫째는 소통 역량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역량 혹은 소프트 스킬이라고도 합니다. 소프트 스킬은 직장인 모두에게 중요하지만 PM에게는 특히 그렇습니다. 이들은 본인의 갈등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련자들이 마주한 모든 이슈 상황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통 역량의 핵심은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가”입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QA, 재무, 법무, 보안 등 회사의 제품을 둘러싼 모든 동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설득하거나 타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다양한 직군 업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소통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원론적인 질문으로는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하세요”라거나, “자신만의 소통 노하우가 있나요?”와 같은 질문이 그렇습니다. 이런 질문은 실제 소통 역량 보다 1) 면접 준비도나 2) 순발력을 검증할 뿐입니다.


면접 과정에서 포트폴리오의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 “OO기능 구현이 꽤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개발팀과 일정 관련해서 부딪히지 않았나요?”, “A기능에 대한 OO님 의견에 대해 리더들은 어떻게 피드백 주셨나요? 그때 OO님은 피드백을 어떻게 수용하셨어요?”처럼 상황을 파고드는 질문을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조금이라도 선명한 답을 얻습니다.


질문 예시


1. A프로젝트에서 개발부서와 일정에 대해 갈등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소통하셨어요?

2. OO기능에 대해 UX디자이너와 의견 충돌은 없었나요?

3. A프로젝트에서 리더와 초기 의견이 달랐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4. B기능이 A기능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5. C프로젝트에는 30명이 투입되었다고 하셨는데 대규모 회의 주재는 어떻게 하시나요?




2. 논리 역량 : 머리가 좋은 사람일까?


두 번째는 논리역량입니다. 논리 역량의 핵심은 생각의 과정을 동료들이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투명하게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자기 의견의 1) 출발지(필요한 데이터), 2) 경유지(종합적인 사고), 3) 도착지(설득력 있는 주장)를 순서대로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리 역량을 체크하는 가장 효율적인 질문은 ‘데이터나 돈의 흐름을 도식화해달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제품이 데이터를 수집, 저장, 활용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주세요.’ 또는 ‘A제품이 사용자에게서 돈을 받은 뒤 공급자에게 전달하는 그림으로 그려주세요.’라고 요청해 볼 수 있습니다.


PM은 업무 중 항상 복잡한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품 구조에서 데이터와 돈의 흐름을 칠판에 즉석으로 그리고 설명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한 일이기 때문에 지원자의 논리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질문은 지원자 회사의 민감정보를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별 지표 설정에 대한 질문도 좋습니다. PM은 프로젝트 진행 시 핵심지표와 보조지표를 설계합니다. PM이 중요한 숫자를 선택하는 방식을 보면 생각의 흐름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신규 상품 매출을 올리기 위해 하위 지표로 무엇을 관찰했는지만 (ex. 1) 고객 유입, 2) 결제 전환, 3) 리텐션율 등) 물어보아도 논리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질문 예시


1. A제품이 데이터를 수집, 저장, 활용하는 방식을 그려주세요.

2. A제품이 돈을 버는 방식을 도식화해서 그려주세요.

3. A프로젝트 배포 시 핵심지표를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4. 핵심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조지표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5. 보조지표 B가 핵심지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3. 실행 역량 : 발이 가벼운 사람일까?


세 번째는 실행 역량입니다. PM은 계획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까지 하는 사람입니다. PM이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 내 아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미국 커머스 기업인 Amazon도 리더십 원칙을 이야기할 때 “행동 치우침(Bias for Action)”을 강조합니다.


실행 역량의 핵심은 사용자와 현장입니다. 후보자가 책상 앞에만 앉아있는 사람이 아니라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 사용자를 만나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으로 나가는 관성은 거의 본능과 같아서 주니어 시절부터 좋은 습관이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실행 역량을 확인하는 좋은 질문은 과거 실행 상황에 대해 자세히 묻는 것입니다. ‘A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를 어떻게 만나셨나요?’로 출발합니다. 이후, 현장의 특징은 무엇인지, 인상 깊은 사용자는 없었는지,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는지 등을 편안한 환경에서 이야기 나눕니다.


대개 현장력이 강한 PM은 위와 같은 질문이 쏟아질 때 점점 신나 하는 게 보입니다. 사용자와 만난 특별한 경험은 하나의 무용담과 같습니다. 아무 곳에서나 말할 수 없지만 막상 말할 기회가 생기면 떠드는 일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반면 현장 경험이 부족한 PM과 대화하면 어색한 소개팅 자리처럼 대화가 뚝뚝 끊깁니다.


질문 예시


1. A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사용자를 어떻게 만나셨나요?

2. A프로젝트 UT(User Test) 진행 시 가장 인상 깊었던 사용자에 대해 말해주세요.

3. OO을 찾아갔다고 하셨는데 모르는 사람 만날 때 대화하는 노하우가 있으세요?

4. OO현장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5. B프로젝트 현장 지식을 개발팀에 전달한 방식을 설명해 주세요.




4. 기술 역량 : 당장 일할 수 있는 사람일까?


네 번째는 기술 역량입니다. 후보자가 회사에 즉시 전력감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입니다. 간단한 실무 개념을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저스토리는 왜 쓴다고 생각하세요?’는 아주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후보자가 관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원리를 생각하면서 일하는 사람인지 판가름할 수 있습니다.


SQL, 태블로, 피그마처럼 구체적인 업무 툴의 사용방법을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데이터를 조회할 때 어떻게 하셨나요?’, ‘SQL사용이 얼마나 익숙하세요?’, ‘저니맵은 어떻게 작성하시나요?’, ‘기획서는 어떤 툴을 사용해서 만드세요?’처럼 가볍고 원론적인 질문도 괜찮습니다.


기술 역량과 관련된 질문은 사실 앞선 3개 역량에 대한 질문보다 중요도가 낮습니다. 특히 주니어를 채용하는 면접이라면 기술 역량이 부족한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PM의 기술이란 똑똑한 사람이라면 2-3 달이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니어 PM면접을 볼 때는 다릅니다. 기술 역량이 심하게 떨어진다면 실무자로 채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합니다. 기술 역량은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역량을 방증합니다. 연차가 있는 PM이 자기 생각을 자기 손으로 정리할 수 없다면 새로운 조직에 잘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예시


1. 유저저니맵은 왜 만든다고 생각하세요?

2. A프로젝트 진행할 때 데이터는 어떻게 추출하셨어요?

3. 이전 회사에서는 데이터 가공을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했나요?

4.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는 어떤 툴을 사용하셨나요? 설계서는 누가 그렸나요?

5. 서버팀과 협업할 때 지라 티켓을 관리하셨던 규칙 알려주시겠어요?




5. 리더십 : 마음을 사는 사람일까?


마지막은 리더십입니다. PM은 실무자도 리더십이 요구되는 직군입니다. 훌륭한 PM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가 동료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리더십 역량을 확인할 때는 지원자의 답변 속에서 자신감, 솔직함 겸손함 3가지 요소를 관찰합니다.


첫째로 자신감을 확인합니다. 자신감은 태도와 목소리를 통해 드러납니다. 확신찬 자기소개, 분명한 지원동기, 또렷한 포트폴리오 설명이 간접 증거가 됩니다. 스스로에 대한 설명도 어려워하는 PM이 실패 위험이 높은 프로젝트를 자신감 있게 끌고 나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둘째로는 솔직함을 확인합니다. PM직군은 조직 전체가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역할을 해야 합니다. 불편한 상황을 솔직하게 대면하고, 유머러스하게 바꾸는 것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면접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는데요’처럼 진솔한 답을 나오면 오히려 합격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셋째로 겸손함도 확인합니다. PM은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일부 PM들을 보면 직군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의식이 거대한 경우가 있습니다. 지나친 자의식은 필연적으로 시야를 좁게 만듭니다. 대화를 하며 도움을 주었던 동료 이야기를 한다면 훌륭한 리더십을 가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질문 예시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부탁드릴게요.

A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어떤 동료와 일할 때 가장 잘 맞으시나요? 구체적인 사례를 생각해서 말해주세요.






면접관은 면접이 끝난 즉시 5개 관점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메모합니다. 5분만 지나도 면접의 경험이 모두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지원자가 방문을 나서는 순간 숫자와 키워드로 점수를 매겨봅니다. 이후 동료 면접관들과 의견을 맞춘 뒤 만장일치인 경우에 합격을 줍니다.


훌륭한 동료를 찾고 싶다면 면접 질문을 세심하게 고르고 충분히 연습해야 합니다. 1시간 면접이라면 최소 30분은 질문을 구조화하고 곱씹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준비할 때만 짧은 면접 과정에서 1. 소통에 능하고, 2. 논리적이며, 3. 행동력 있고, 4. 스킬도 훌륭한 5. PM리더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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