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자주 써먹을 수 있는 5가지 커뮤니케이션 팁
커뮤니케이션은 PM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조직의 분위기, 프로젝트 상황, 대화 상대방에 따라 올바른 말하기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의도로 한말이 어떤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때는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PM은 조직을 조율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민감한 커뮤니케이션을 술술 풀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PM이 타직군 동료들과 대화할 때 기억하면 좋을 5가지 원칙에 대해 가볍게 다뤄 보겠습니다. 제가 주니어 시절 욕먹어가면서 했던 실수, 최근 저희 팀원들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실제로 써먹기 좋은 것들만 단출하게 적어보았습니다.
업무를 요청할 때는 동료의 상대편이 아니라 같은편에서 말하듯이 해야 합니다.
개발 중간에 새로운 스펙을 추가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PM이 아무리 기존 설계를 지키려고 노력하더라도 개발 중간에 불가피한 변경은 자주 생길 수 있습니다. 아래 두 가지 소통 방식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1. 나쁜 예 (상대편 느낌)
급히 (A) 기능을 추가하려 합니다.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2. 좋은 예 (같은편 느낌)
OO으로 인해 (A) 기능 추가가
꼭 필요한 상황이 되었어요.
혹시 이 문제 해결하려면 좋은 방법이 없을지
개발팀에서도 의견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상대편 커뮤니케이션은 PM이 문제 방향에 서있습니다. 무리한 요청을 하는 지시자가 되고 저항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 같은편 커뮤니케이션은 PM이 불쌍한(?) 동료가 됩니다. 갈등 상황을 먼저 대면하고 해결을 위해 애쓰는 인물로 느껴집니다. 동료의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손으로 문제를 가리키며 도움을 청하듯이 이야기해야 합니다.
공공의 적을 언급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경쟁 서비스가 이런 전략을 쓰고 있어요, 위기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데 혹시 도움 좀주실 수 있을까요?’ 도 좋은 화법입니다. 조직의 적은 늘 회사 밖에 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 결속감을 키우는 것도 훌륭한 전략입니다. 제일 미련한 행동은 단기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눈앞의 동료를 적으로 돌리는 일입니다.
PM은 항상 업무를 예고하고 예측 가능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주니어 PM들의 실수가 잦습니다. 주니어들은 대개 기획서가 충분히 준비된 뒤에만 동료들에게 안건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빠르게’ 이야기하는 것을 찜찜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PM이 완벽한 기획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적절한 공유 시점도 지나치게 됩니다.
PM은 회의, 메신저, 식사자리, 지나가다 마주치며 등 모든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자신의 고민과 앞으로 제품이 나아갈 길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래 2개 상황을 보겠습니다.
1. 나쁜 예
(어느 날 갑자기 회의를 잡으며)
이번 10월 앱 UX 개편 총정리해 왔습니다.
2. 좋은 예
(지나가다가)
이번 10월부터 앱 UX를
개편하려고 고민 중이에요.
8월쯤 다시 한번 말씀드릴 것 같아요.
아이디어부터 이야기해보고 싶은데
혹시 잠깐 티타임 가능하세요?
세상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지고 끙끙거리는 PM은 동료들로부터 공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서프라이즈 하는 PM보다 했던 얘기 또 하는 PM이 훨씬 믿음직스럽습니다.
적절한 1:1 대화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1:1은 동료의 배경과 가치관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어떤 점이 필요한지, 해보고 싶은 일은 없는지, 인생 가치관은 무엇인지 들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적인 이야기는 단체 회의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습니다. 조직적인 이슈로 비협조적인 동료가 1:1로 만나면 좋은 사람인 경우도 많습니다.
1:1은 생각보다 거절당하지 않습니다. ‘업무 고민이 있는데 의견 좀 구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매몰차게 뿌리치는 동료는 매우 적습니다. 또 한두 번 이렇게 1:1을 하면서 마음이 맞다면 단순한 직장 동료 이상의 친구 관계가 되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작은 유대감이 탄탄한 조직력에 큰 힘이 됩니다.)
1. 나쁜 예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소통하시죠
2. 좋은 예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30분 정도 티타임 괜찮으세요?
다만, 1:1을 너무 자주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PM은 기본적으로 동료들 한복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말이 와전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PM은 동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PM은 서비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동료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대중을 상대로 발언할 기회가 많은데요. 적극적인 태도로 도움을 준 동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의 평판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회사의 보상은 돈과 승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동료가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한 보상입니다.
PM은 조직적인 인정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스펙을 배포했다면 모든 구성원들이 보는 채널에 “OO님이 늦게까지 살뜰하게 살펴주신 덕분에 이렇게 안정적인 배포가 가능했어요”라고 쓰는 것도 좋고, 단순한 아이디어만 얻었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OO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요”처럼 공로를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살짝 과해도 좋습니다.
1. 나쁜 예
OO기능 배포하였습니다.
향후 지표 꾸준히 관찰하도록 하겠습니다.
2. 좋은 예
OO기능을 배포하였는데요.
OO님이 살뜰하게 챙겨주신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PM은 자기가 인정받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PM은 함께 일하는 동료가 인정받는 게 인정받는 것입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실무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유용한 한마디만 고르라면 주저 없이 “제가 정말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를 꼽겠습니다. 이 말은 마법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저 말 뒤에는 어떤 문장이 오더라도 안전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예시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사업 일정 상 10월까지 개발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때 개발팀에서 도저히 일정을 못 맞추겠다고 답변합니다. 이럴 때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좋을까요?
1. 나쁜 예
A기능이 왜 10월까지
개발이 안된다는 건가요?
2. 좋은 예
OO님 제가 이 내용을
진짜 잘 몰라서 여쭤보는데요,
A기능 10월까지 어려운 이유를
상세하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진짜 궁금한 표정으로)
모른다는 말의 기저에는 동료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위치로 내려가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순수하게 들어오는데 그걸 굳이 고깝게 듣는 동료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두 번 너털웃음을 짓고 자기가 처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PM으로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같이 일하기 힘든 동료도 종종 만납니다. 하지만 정말 못된 사람은 드뭅니다. 보통 그들 각자의 상황이 있고 여러 요인이 얽혀서 순간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될 뿐입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1)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2) 자주 말을 걸며, 3) 1:1도 신청하고, 4) 박수쳐 주면서, 5) 모르겠는 부분에 도움을 청하면 반드시 내편이 되어줍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연차가 쌓일수록 더 중요한 스킬입니다. 상위 조직을 맡을수록 대화해야 하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팁에 더해 자기만의 대화 노하우를 꾸준히 쌓아 올라가면 동료들에게 강한 신뢰감을 주는 PM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