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란 무엇인가 브런치북 마칩니다.
총 21편 글을 모두 썼습니다.
2024년 겨울부터 시작해서 이제 푹푹 찌는 여름이 되었으니 총 5개월이 넘도록 한주도 빼먹지 않고 쓴 셈입니다. 최종 편집을 하기 전에 소회를 감정 키워드로 이야기해 봅니다.
학기 마치고 방학한 기분입니다. 저는 학부 때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는데요. 문학 전공생의 1년은 대개 3개월 글쓰기, 3개월 먹고 살 준비, 3개월 글쓰기, 3개월 먹고 살 준비..(4회 반복)으로 흘러갑니다. 오래간만에 학기 중 서평 쓰는 것처럼 꾸준히 글을 썼더니 잠깐 충전하고 싶습니다.
재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 글을 쓰는 것은 한여름 아스팔트 달리기처럼 고되고 지루한 일입니다. 정리된 결과물을 보니 결승선을 통과한 시원섭섭함이 있습니다. 이제 다음 학기가 올 때까지 쓸 수 있는 재미있는 주제를 새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제가 7년째 일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에 대해 써보려합니다.
세상과 연결고리가 생겼습니다. 글을 쓰면서 메일도 여러 통 받고 커피챗 요청도 자주 받았습니다. 모르는 회사의 PM분들도 만나 보고, 예전에 잠깐 알고 지냈던 분들과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PM들이 여러 도메인에서 신선한 고민을 하는구나 싶어 견문이 넓어진 기분입니다.
회사집 회사집만 하느라 넓은 세상을 잘 모릅니다. 용기 내어 PM모임에 나가 보아도 인연만들기가 참 어려웠는데, 확실히 글의 힘이 대단합니다. 조만간 제가 맡은 팀에서 경력직 채용을 할 텐데 이렇게 쌓은 인연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생각보다 실력이 부족해서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시중에 나온 PM책들의 단점을 발견하고 고쳐써보려 한것이었는데 새삼 그 작가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하는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일을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느낍니다.
줄글을 쓰다 보니 위트가 줄어드는 것도 아쉽습니다. 교과서처럼 쓰고 싶은 강박이 있어 오히려 경직된 것 같습니다. 모든 글은 한 번씩 퇴고를 할 텐데, 말을 좀 더 가볍고 탄력 있게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잘 모를 때 쓴 몇 년 전 글이 오히려 잘 읽힐 때 점점 헛똑똑이가 되어가는구나 싶습니다.
연재 못할 위기가 3번 정도 있었습니다. 한 번은 코로나, 한 번은 심각한 치통, 한 번은 프로젝트 마감이었는데요. 한번 핑계를 대면 앞으로도 절대 못할 것 같아서 짧게라도 꾸준히 연재했습니다. 남은 2-3주 동안은 그때 쓴 부족한 글을 고쳐서 쓸 예정입니다.
인생에서 어떤 결심을 하면 누가 CCTV로 보고 “이래도 할 거야?” 방해하는 것처럼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럴 때 순간을 넘기고 “이것도 넘겼는데 내가 못할 거 같냐”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짧은 위기가 긴 태도를 만든다는 점을 배웁니다.
우선 그림 그려준 아내한테 고맙습니다. 보통 토요일 아침에 글을 썼는데요. 점심 먹을 때 즈음 ‘이번주는 뭐썼어?’라고 물어보고는 30분 쓱싹쓱싹해서 귀여운 그림 한 장씩 그려주었습니다. 사실 직무 원고라는 게 꽤 단조로운데 고양이 그림이라도 귀여워 좋았습니다.
팀원들에게도 고맙습니다. 함께 일하는 주니어들이 여럿입니다. 글 주제는 팀 주니어들이 물어보는 주제에서 정했습니다. 같이 한지 1년이 넘어서 더 이상 가르쳐줄 것이 없는데 매번 신박한 주제 던져주어 좋았습니다. 보통 주니어들에게 하던 잔소리에서 주제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좋아요 눌러주시고 가끔 댓글도 남겨주신 독자분들에게 제일 고맙습니다. 마라토너에게 생수병 건네주는 천사 같았습니다. 브런치에 아직도 양질의 글이 올라오는 건 버튼 한번일뿐이지만 ‘잘 읽었어요’ 알려주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을까지 10주 동안 기존 발행 글을 가독성 있게 편집하고 사례와 그림도 추가해보려 합니다. 1-2편의 글이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 써주었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말씀 주셔도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좋은 프로덕트 매니저란 무엇일까?"를 읽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