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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차 Sep 25. 2019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생긴 일

저도 문 밖에만 나가면 당신의 손님이 될 수 있습니다


타다닥. 누군가 또 들어온다.

“계산요” 날카로운 음성이 내 귀를 찌른다.

나는 걸레질을 하던 손을 급히 씻고 계산대로 간다. “2000원이요”

나는 친절하게 말을 한다. 아 깜박할 뻔했다. 요즘엔 멤버십을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가게를 가득 메울 손님이 있어도 상품을 반품하고 다시 계산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나는 다시 친절하게 말한다. “멤버십 카드 있으세요?” 커피우유와 과자 한 봉지를 사려던 그 여자는 “무슨 카드가 요?” 라며 되묻는다. 10원이라도 할인받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심술 맞은 얼굴이다.

“TT카드와 YY카드요” 나는 또 친절하다.

그 여자는 한참을 뒤진다. 가방 속, 핸드폰, 지갑까지. 10원을 할인받기 위해 내 속까지 뒤집을 생각인 가 보다.

뒤에 줄 선 손님이란 작자들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진다. 내 맘도 답답해진다.

“아 혹시 EE카드는 안 돼요?” 아 말을 콧구멍으로 들었나...

나는 가식 섞인 웃음으로 친절을 무장한다. “아니요. TT카드와 YY카드만 됩니다”

“아씨.. 그럼 그냥 현금 영수증 해 주세요” 잘 모르겠다. 내가 뭘 잘 못 했길래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건지.

이런 상황에는 ‘손님이 왕이다’ 따위의 개소리를 만든 인간을 한 번 만나고 싶다. 만나서 “요즘 손님들의 행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말 장사라는 것을 해봤느냐.. 구매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판매자인 것을 인지했느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들고 싶다.

게다가 이 여자. “봉지에 안 넣어줘요?” 참 앙칼지다.

뒤에 손님이란 사람을 맞이하려던 내 눈길을 다시 그 여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 여자는 자리를 떡 버티고 눈을 치켜들고 봉지에 넣어달란다.

봉지.. “환경 부담금 20원씩 받고 있습니다” 내 얼굴은 이제 없다, 가면을 쓴 거처럼 가식이 뒤덮고 있다.

사실 20원 따위가 문제가 아니다. 봉투를 무상 판매하는 것을 적발하는 일명 봉파라치가 기승이란다.

게다가 벌금이 만만치 않다, 알바생의 월급에서는 가히 댈 수도 없는 거금이다.

하지만 봉파라치가 아니라도 그렇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가난한 나라에서 가방은 이태리제 명품으로 그 나라 먹여 살리면서 그깟 가방에 우유 넣으면, 뭐 우유에서 젖소라도 튀어나오랴?

하지만 그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서운 괴물로 변했다.

“아니 저 앞에 M 마트는 그냥 주던데, 저기랑 여기랑 나라가 달라요? 규정이 다른가 보죠?” 이런... 할 말이 없다. 이런 여자는 고객센터로 달려가 불만의 글을 사정없이 써재낄 여자다.

그것도 나는 20원에 손님 농락한 재수 없고 서비스는 개나 줘버린 싹수 노란 알바생, 자신은 물건 구입하러 온 선량한 시민.

자신은 그냥 간식거리를 사고 귀가하던 길이었는데, 가방이 무거워 봉투에 넣어달라고 한 것인데 알바생이 큰 소리로 “안 된다”고 소리쳤다. 난 너무 놀랐다. 알바생이 이래도 되는 거냐.. 서비스 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냐, 등등으로 말이다. 헐렁한 가방이 날 보고 비웃는 거 같다.

상상이 간다.

점장의 호랑이 같은 얼굴, 본사 직원의 원망 섞인 표정. 한숨이 나온다.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나도 이 편의점만 뛰쳐나가면 이 여자 같은 평범한 물건 구매자이며 봉투 값 따위 생각하지 않는 소시민이다.

역지사지. 이런 좋은 말 여자는 알고나 있을 까?

아마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 하나로 나를 밟고 싶을 거다. 그것도 아주 꽉꽉

하지만 난 또 방긋 웃는다, “넣어드릴게요.”

이제야 그녀는 아니 그년은 당당한 얼굴로 다시 돌변한다. 승자의 표정이다. 작은 토끼를 이기고 승리의 쾌감에 빠진 하이에나 같다.

그리고 매대 위에 있는 빨대를 한 움큼 쥔다.

아까도 말했듯이 봉투 20원, 하나에 고작 5원가량하는 빨대가 아쉬운 게 아니다.

정말이다.

평생을 착하다, 순하다만 듣고 자란 나. 알바를 하고 나서는 야박하다, 치사하다는 말을 이름보다 많이 듣는다.

우유 하나 사고 빨대 한 움큼 가져가는 게 야박하고 치사한 거지. 그런 사람 만류하는 게 야박한 건가? 어불성설이다.

그냥 그런 생각 없는 태도가 싫을 뿐이다. 왜 우유 하나 하고 빨대를 10개 넘게 챙기는 걸까.

사실 입이 하나가 아니라 고대 문명에 출몰하던 다두 괴물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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