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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코리아 Apr 19. 2018

이 어려운 걸 시각장애인이 했다고?

'장애'를 지우고 "이 어려운 걸 했다고?"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지금 몇 시야?

어느 날 옆자리에 앉은 시각장애인 친구가 강의시간 중 시간을 물어왔습니다. 지루한 강의가 이어지자 그는 여러 번 시간을 물어봤는데, 친구의 손목에는 투박한 시계가 있었습니다.
 
본인의 시계를 두고 옆 사람에게 자꾸 시간을 묻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알고 보니 친구가 차고 있던 시계는 음성으로 시간을 안내해주는 토킹 워치였고, 그는 그 기능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강의 중에 자신이 시간을 확인하는 것을 동네방네 알리고 싶지 않다면서요.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제품은 왜 못생기고 쉽게 고장 나고 볼품없어야 할까?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소음으로 방해받기 쉬운 음성시계 또는 쉽게 고장 나는 촉각시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욱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Eone(이원)의 창업자 김형수 대표는 MIT 경영대학원 과정 중 시각장애인 친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제품은 왜 못생기고 쉽게 고장 나고 볼품없어야 하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함께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목표로 시계를 만들었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면에 있는 구슬은 분(minute)을, 옆면에 있는 구슬은 시(hour)를 나타냅니다.



나를 위한 이야기, 당신을 위한 이야기, 모두를 위한 이야기


시각장애인 친구가 수업시간 중 시간을 묻지 않았더라면, 시각장애인은 어떤 시계를 착용하는지 몰랐더라면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탄생할 수 있었을까요? 모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만나지 못해 알 수 없었던 것,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묻혔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시각장애인용 시계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특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착용하든, 비시각장애인이 착용하든 멋스러운 패션 아이템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When you include the extremes of everybody, that is to say differently abled people of all sorts, then you produce things that are better for all of us.” – Michael Wolff   

  “당신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원형으로된 회색 콘크리트 바닥 위에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놓여 있습니다.


이원코리아는 앞으로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모두를 위해 디자인된 제품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제품이 될 수 있듯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우리가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는 주제를 붙여 장애, 편견, 고정관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 어느 한 주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오는 장애가 있을 것이고, 누군가 나를 향해 던지는 차가운 시선과 편견 또한 존재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보기로 했습니다. 많이 만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만날 수 없다면 대신 만나 목소리를 들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의 시작, 나는 잠재적 장애인입니다 편을 봐주세요. 




모두를 위한 이야기 #1, Eone의 김형수 대표를 만나다.


첫 번째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들려줄 분은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든 Eone의 김형수 대표입니다. 현재 김형수 대표는 워싱턴 D.C에서 Eon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김형수 대표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김형수 대표가 돌로된 의자에 앉아 있습니다. 그 옆에 서있는 아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아빠가 찬 브래들리 타임피스의 구슬을 만지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도와주세요

Eone의 김형수 대표와 이원코리아 임동준 대표가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형수입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 출시 후에 시각장애인 가족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런 제품이 나왔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은데 사실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만들기 전에는 '장애'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Eone을 운영하면서 시각장애인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는데요. 시각장애인 분들은 항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각장애인 분들은 필요 이상의 배려를 받는 걸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팔을 잡으면서 "제가 도와드릴게요"한다든지, 길을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제가 길을 알려드릴게요. 어디 가세요"라고 묻는 것이 이에 해당됩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 구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돕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의 독립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사회 시스템은 대부분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배려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작정 도와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도움과 배려의 경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지속적으로 관계를 쌓는 것. 대화를 나누고 함께 생활을 해봐야 합니다. 




이 어려운 걸 시각장애인이 했다고? 

브래들리 스나이더가 금메달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폭탄 제거 중 사고로 시력을 잃은  브래들리 스나이더를 따라 이름 지어졌습니다.


브래들리 스나이더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있어요. 사업적인 이야기보다는 보통 일상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많은 분들이 브래들리 스나이더를 장애를 극복한 스포츠 영웅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브래들리 스나이더가 패럴림픽에 출전한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시력을 잃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체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수영실력이 좋아 금메달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죠. 


우리는 결과 자체보다는 '장애'에 초점을 맞추곤 합니다. 


시각장애인이 수영으로 금메달을 땄다고? 

시각장애인이 오페라 가수가 됐어? 

시각장애인이 나랑 같은 수업을 듣네? 


물론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은 시력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경쟁을 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브래들리 스나이더가 수영 경기에서 메달을 따고, 시각장애인 친구와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의도가 좋잖아. 뭐가 문제야? 


Eone을 운영하다 보니 타인을 돕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매일 느낍니다. "나는 의도가 좋았는데 뭐", "나는 좋은 의도로 한 거니까 결과는 안 좋아도 괜찮겠지"하며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거든요. 정말 좋은 도움, 임팩트 있는 선행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내가 도움을 주려는 주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상대방이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래들리 KBT를 착용한 사람이 점자 용지 위에 손을 올리고 점자를 읽고 있습니다.


Eone은 시각장애인의 자립성과 독립성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맹목적으로 기부금만 전달하는 구조는 원치 않고요. 'The Seeing Eye'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고, 'Kilimanjaro Blind Trust'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시각장애인 아이들에게 점자타자기를 보급하거나 아이들의 글자 학습을 돕는 단체입니다. 최근에 '비전케어'라는 단체에 후원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비전케어는 아프리카, 아시아 그리고 저개발국 아동 중에 시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치유를 돕고 있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 개발 단계에서 시각장애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기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도움받은 것의 일부를 돌려드리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중받는 사회

김형수 대표 인터뷰 중. 그는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착용했으며, 회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앉아있습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으면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길을 걷다가도 시각장애인 분들을 만납니다. 시각장애인을 만나는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닐뿐더러 쳐다보는 사람 또한 많지 않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시각장애인의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일상생활을 하며 시각장애인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겠죠. 한국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은 안마사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미국 같은 경우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비교적 공평하게 제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이 학위를 따고 남들과 똑같이 일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철저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요.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간을 만지는 공통된 경험 


그동안 시간은 시각장애인에게 듣고 알 수 있는 것, 비시각장애인에게 보고 알 수 있는 것이었다면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시간을 만져서 알 수 있다는 공통된 경험을 제공해주는 도구라 생각을 합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브래들리 타임피스가 시각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목표였다면 다음에는 시각 장애가 아닌 다른 장애가 있는 분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제품과 스토리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흔쾌히 시간을 내서 진심 어린 답변을 해주신 김형수 대표님, 고맙습니다. 

Eone의 자세한 스토리와 브래들리 타임피스 제품은 http://eone-time.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형수 대표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들을 만나 모두에게 유용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전달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 만나보고 싶은 사람, 나도 모르게 가졌던 편견 등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에 남겨 주세요. 어떤 이야기든 좋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모아 '모두를 위한 이야기' 만남 때 하나씩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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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날 #모두를위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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