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배운 지 3개월이 좀 넘었는데, 아직은 악보 보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새로운 악보를 볼 때마다 가온 도에서부터 하나하나 도레미파솔라시도, 혹은 도시라솔파미레도 계이름을 말하며 손가락을 오르락내리락 짚어가며 음을 찾습니다. 피아노를 치면서도 계이름을 속으로 되뇌면서 손가락으로 건반을 꾹꾹 누릅니다. 살면서 가장 계이름을 많이 말하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제가 치는 아주 쉬운 악보 하나에도 수십 개의 음표가 있습니다. 그 많은 음표의 계이름을 하나라도 잘 못 치면 예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계, 하나하나 이름을 제대로 읽어주고 불러주고, 제 자리에 놓아주어야만 곡이 완성됩니다.
제 마음들도 하나의 곡처럼 하나하나 계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 중이었던 주말의 마음은 “라”였을 테고 오늘처럼 흐린 날은 “낮은 시”일 거예요. 기분에 따라 낮은 도부터 높은 도까지 최소한 2옥타브 정도의 마음들이 제 날들의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 마음들도 제가 제대로 계이름을 읽어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제 자리에 놓아서 예쁜 음악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피아노 실력만큼이나 마음의 악보를 연주하는 능력을 갖는 것도 참 더디기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