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두나'를 보고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드라마와 웹툰 모두를 감상하신 뒤에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웹툰이 아닌 드라마 '이두나'는 시작도 끝도 수지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은퇴한 아이돌 이두나 역할을 맡은 수지는 얼굴이 재미라는 공식을 입증했다. 담배 연기를 머금고 뱉는 모습이나 편안한 복장에서 묘한 섹슈얼리티가 느껴졌다. 상처 주려는 거친 눈빛과 상처받은 눈빛을 마음껏 오가는 연기까지 완벽했다. 수지가 아닌 다른 이두나는 없다. '건축학개론'의 국민 첫사랑은 마성의 매력을 가진 두 번째 사랑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 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하고 은퇴한 두나(수지 분)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원준은 첫사랑과 두 번째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한다. 아름답고 예쁜 여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꿈같은 상황을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인 '이두나'는 웹툰이다. 웹툰의 결말과 드라마의 결말은 다르다.
이두나와 원준의 관계는 쉽게 정의할 수 없다. 원준은 우아하고 청순한 첫사랑 김진주(하영 분)를 좋아하다가. 솔직하고 거침없고 매력적인 이두나에게 빠져들게 된다. 이두나가 상처를 주면 마음을 애써 접기도 하고 의심도 한다. 이두나는 그런 원준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원준의 사랑은 두나의 상처를 감싸 안으면서 시작된다. '이두나'에서 원준은 이두나의 가시 돋친 말이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상처를 능동적으로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상처를 감내해 낸다. 자신을 빼면 전부 이두나의 적인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그는 유일한 구원자가 된다. 원준이 가장 분노하는 순간은 이두나를 구할 사람이 자신이 아닌 P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원준은 P 앞에 쉽게 체념한다.
이두나는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인물이다. 늘 장난기 넘치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한없이 우울한 면과 불안정한 면을 가지고 있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시험하고 괴로움을 알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결국 원준에게 돌아간다. 이런 패턴은 계속 반복된다.
이두나의 무책임하고 의존적인 모습에 한 없이 얄밉고 열받다가도 다시 원준을 향한 환한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녹는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만드는 이두나의 미소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다. 상처받아서 화가 난 원준에게 다가가는 이두나가 성격을 죽이지 못하고 다시 화를 내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다.
원준과 두나의 이 치고박는 로맨스는 참 뜨겁다. 뜨거운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사랑은 뜨거운 것을 견디는 시기가 더 길다. 사랑해서 좋은 것은 뜨겁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결국 뜨거운 사랑은 행복보다는 고통 쪽에 더 가까웠다. 뜨거운 것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은 사랑 그 자체다. 그것을 깨닫는 길은 지난했다. 그래서 드라마 속 두나와 원준의 사랑이 끝까지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원작 작가 역시도 두나와 원준이 아닌 다른 결말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