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타 Jan 01. 2020

'따뜻함'의 그가 만든 단체 - 온기제작소 조현식 대표

레타가 만난 사람 4

레타가 만난 사람 4


네 번째 인터뷰 - 온기제작소 대표 조현식



1.

 21살,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두 개의 동아리 활동. 첫 번째는 교내 러닝 동아리. 말 그대로 ‘뛰는’ 동아리다. 두 번째는 독서토론 동아리. 이건 연합동아리였다. 매주 한 번씩 만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좋아했고, 책에 대한 교감을 나누기 위해 이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때 오늘 소개할 사람을 만났다.


2.

 이 사람은 나와 참으로 상극인 사람이었다. 나란 사람을 ‘차가움’이라 표현하면 이 사람은 ‘따뜻함’이었다. 어쩌다 사회생활을 좀 일찍 경험했다. 나아가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실패를 맛봤다. 결국 나는 ‘차가움’으로 대변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은 달랐다. 매사에 긍정적이었고 이상적이었다. 리더십도 있었다. 그래서 동아리 회장을 했나 보다. 어쨌든 이 사람과 나는 매주 한 번씩 거친 토론을 벌였다. 상극이었던 본성 탓인지 책에 대한 해석도 완전 반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공통점이 있었다. ‘술’이다. 엄청난 애주가였던 우리는 모임이 끝나면 항상 술을 마셨다. 그리고 화해했다. 


 물론 정치·사회적 이야기가 나오면 그날은 난장판이었지만.


3.

 제대했다. 제대 후에는 이 동아리가 없어져 있었다. 사실 입대 전에 없어졌다. 동아리는 동아리원의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지속된다. 이 동아리는 그것이 부족했다. 연말이 되어갈수록 동아리원의 탈퇴가 잦아졌다.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동아리는 퇴화를 맞이했다.


 기자는 항상 고민한다. 취재 아이템에 대해. 누굴 취재할까 고민하던 중, 이 사람이 특이한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초록창에 검색해보니 ‘온기제작소’ 대표로 되어있었다. ‘이 사람 또 이상한 거 하나?’ 확인해보니 본인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손 편지로 우리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지인을 취재한다는 거 자체가 조금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홍보’로 비칠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취재 계획서를 제출했고 취재를 강행했다. 온기제작소는 더 홍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4.

 조현식 대표는 독서토론 동아리 시절서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그냥 소통이면 안 된다. ‘진심이 담긴 소통’을 중시했다. 이 신념의 발현이 바로 ‘온기제작소’였다.


 “뭔가 답답하고 고민을 얘기하고 싶고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들어줄 수 있는 창구가 없죠. SNS를 통해 나누는 이야기들은 금방 소비되어 버립니다. SNS에서는 모두가 좋은 이야기만 하는데 우리의 삶은 보이는 것처럼 행복하지만은 않거든요. 사람들과 진심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창한 건 없어요.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곳,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따뜻한 진심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에 ‘온기제작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5.

 오랜만에 만났다. 하지만 서먹서먹함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인가? 인터뷰는 굉장히 빨리 끝났다. 기자인 나도, 인터뷰이인 조현식씨도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기사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형은 인터뷰 마스터가 되어있었다. 당시의 나보다 인터뷰를 더 많이 했었다. 인터뷰의 맥을 아주 잘 짚었고 기자가 원하는 답변을 잘해줬다.


6.

 인터뷰를 끝냈고 기사 출고까지 마무리했다. 다 끝난 후, 잠시 상념에 잠겼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인간의 본성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문장 자체가 의미론적으로는 모순이지만.. 어쨌든,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각자의 환경에 따라 성(性)은 변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 형을 보니 본성은 역시 본성이었던 것 같다.

따뜻함의 조현식이란 사람이 온기제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걸 보니.


--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L&tnu=201709100018


매거진의 이전글 '인디'를 추구하는 그의 음악세계 - 가수 윤딴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