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타 Aug 12. 2020

숲만 추구해서 더욱 아쉬운 드라마 ‘보이스 1’

OCN 보이스 1 비평

숲만 추구해서 더욱 아쉬운 드라마 ‘보이스 1’


 2017년 1월, 말년병장이 됐다.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이내 권태를 느꼈다. 군필자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말년병장 때의 시간은 참으로 무의미한 시간의 연속이기에... 어느 날, 하릴없이 리모컨을 붙들고 TV 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그때 드라마 한 편을 발견했다. 드라마를 본 건지 영화를 본 건지 헷갈리게 만든, 특별한 매력을 지닌 드라마였다. 이는 곧 필자를 포함한 생활관 모든 전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김흥선 연출의 드라마 ‘보이스 1’이다.


∗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주행 끝내신 분들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 전역 후 쓴 글을 다듬었습니다. 3.5년 전의 글이네요... ㅎㅎ

∗ 이후 보이스 2,3 비평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1. 소리와 서스펜스의 극대화


 과거, 사고로 인해 눈을 다쳤지만, 청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경찰 강권주. 그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감지해 사건을 해결한다. 이 성문분석 수사법을 위해 ‘보이스’는 소리의 사용을 극대화했다. 각종 도구에서 나오는 청각적 요소를 활용해 극에 긴장감을 조성했다. 서스펜스의 활용도 돋보였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번갈아 잡아주는 숏 테이크와 교차편집은 극의 서스펜스를 증폭시켰다. 범인을 목전에 두고 드라마를 끝내버리는, 시청자와의 밀당 편집까지 완벽했다. 이 서스펜스는 ‘보이스’의 전매특허로 자리 잡았다. 필자 또한 미치게 만들었다.     

#2. 나무를 돌보지 않았던 ‘보이스’


 완벽할 줄 알았던 ‘보이스’. 하지만 스토리 전개 방식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큰 얼개였던 피카레스크식 구성은 좋았다. 그러나 섬세함이 부족했다. 사건에 숨겨진 뒷이야기, 이를 대사에 의존해 풀어나가는 경향이 짙었다. 이 과정에서 강권주는 감정적으로 변하고 사건 해결의 최전선에 있는 무진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점차 소모적인 피로감을 느꼈다. 또한 컨트롤 타워에서 청력을 활용한 강권주의 오더, 현장에서 패기를 활용한 무진혁의 행동. 이 둘을 활용한 사건 해결 방식은 정형화되었고 이는 진부함으로 직결됐다. 즉 스토리 전

개의 동력을 잃어버리는 원인이 됐다. 숲만 추구하고 나무는 보살피지 않은 드라마의 전형이었다.     


#3. 씨앗도 보살피지 않은 ‘보이스’


 곳곳에서 나타나는 설정의 어색함, 즉 씨앗을 보살피지 않은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신고 후 3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하는 ‘골든타임 팀’. 우리나라에서 3분 내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최적의’ 신고센터 위치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경찰이 너무나도 무능하게 나온다. 주인공인 무진혁 형사 또한 폭력 원툴이다. 뭐... 현실 고증이니 드라마적 허용이니 그러면 할 말 없지만 아쉬운 설정이었음은 분명하다.



출처 : OCN 보이스 시즌 1


 장르 드라마의 힘은 스토리에서 나온다. ‘보이스’의 스토리는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못했다. 씨앗도 보살피지 못했다. 나무를 보기 위해, 다양한 시각적 장면을 담아 극을 전개하든지, 아니면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좀 더 담아냈으면. 강권주, 무진혁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의 비중을 늘려 사건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해결했으면. 그리고 씨앗을 잘 보살피기 위해 입체적인 설정을 담아냈으면. 정주행 후, 무의미한 가정만이 머릿속을 부유하던, 그리고 그만큼 애착을 갖고 봤기에 더욱 아쉬웠던 드라마 ‘보이스’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