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비평
어른 멜로의 선물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멜로에는 참으로 많은 장르가 있다. 로맨틱 코미디도 있고, 학원 멜로도 있고... 이런 멜로에 새로운 ‘멜로’가 등장했다. ‘어른 멜로’다. 시대 갈등이 심해지니 멜로에도 시대적 나이를 반영하는 것인가?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그러한 어른들이 좋아하는 멜로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보기로 했다. 어른 멜로라 불린, 김정민 연출의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주행 끝내신 분들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소재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다. 이건 어른 멜로가 맞다. ‘불륜 멜로'가 메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냥 잠깐 한눈 파는 거면 모른다. 손지은(박하선)과 윤정우(이상엽)의 멜로는 정신과 육체를 넘나 든다. 하지만 왜때문에 이 어른 멜로를 20대 중반인, 아니 20대 중반이라고 믿고 싶은 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사랑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하는, 야리꾸리하고도 오묘한 감정이기 때문이기에. 그리고 필자도 과거에 사랑을 했고 현재도 사랑을 하고 미래에도 사랑을 할 것이니까.
사랑으로 고통받으면 다른 사랑으로 잊고, 도피하고, 해결한다. 이게 사랑을 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이성적으로는 불륜은 안 된다고 하지만, 감성적으로는 이들의 불륜을 이해하고 있었다.
김정민 PD는 말했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남편이 자신을 발견하고 갈등과 번뇌 속에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드라마”라고. 이를 위해 그는 지극히 일상을 다뤘다. 말 그대로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신데렐라형 캐릭터는 없다. 엄친아 캐릭터도 없다. 우리네 일상에서 있을 법한 캐릭터로만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밋밋하다. 드라마에 드라마에 있을 법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담백하다. 불륜이란 자극적 소재에, 사랑이란 철학적 소재에 치밀한 인문학적 소양을 담아냈다. 꾸밈없고 진솔한 대사와 그 속에 담긴 심리묘사는 이 드라마를 또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선사해줬다. 이에 맞는 따뜻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력도 아주 훌륭했다.
‘사랑’은 변덕스럽다. 이론으로도, 경험으로도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와도 같다. 그러나 사랑에 ‘공감’은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랑에 공감을 안겨줬고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이게 ‘어른 멜로’의 힘인가?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