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보좌관 2 비평
관계와 관계의 아쉬운 앙상블 - ‘보좌관 2’
모처럼 볼만한 시즌제 드라마가 나왔다. ‘보좌관’이다. ‘보좌관 1’은 과거, ‘비밀의 숲’을 보는듯한 감정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준, 특별한 드라마였다.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감정을 느꼈나 보다. 이렇게나 빨리 시즌2가 나올 줄이야. 그래서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조금은 실망스러웠던 드라마 ‘보좌관 2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정주행 끝내신 분들이 읽기를 추천합니다.
장태준은 보좌관이 아니다. 송태섭 장관이 준 독주 한 잔은 그를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흑화 시켰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그는 꿈꿔오던 배지를 가슴에 달게 된다. 지위의 상승은 장태준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윤혜원은 비서관에서 보좌관으로, 한도경은 인턴에서 비서로 승진한다. 이 인물들은 자신의 주관과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며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질주한다. 이 속에서 수많은 관계들이 그들에게 다가와 얽히고설킨다. 이 속에서 ‘관계와 관계의 앙상블’이 만들어진다. 뉴페이스로 등장한 캐릭터와 장태준과는 반대의 성격을 가진 강선영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이러한 입체적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관계 속에서의 앙상블은 드라마 보는 맛을 더해준다. 동시에 전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에피소드의 전개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관계와 관계의 앙상블 속에서 드라마는 힘차게 달린다.
하지만 힘차게 달리지만 자꾸 다른 쪽으로 빠지려 한다.
어쩔 때는 스퍼트를 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자신의 욕심, 아니 자신과 이성민 의원의 이상만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달리는 장태준. 초선 의원인 그의 적은 대한민국 법조계를 휘어잡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이다. 그리고 언제나 악으로 묘사되는 재벌도 그의 적이다. 흠... 우리나라 초선의원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강력했나?
어쩔 때는 숨을 고르다가 호흡을 잃고 만다. 갈등이 극단에 치우치자 등장하는 정치혐오 유발 장면.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클리셰로 나타난 ‘재벌에게 묻지 마 폭행 당해버리기!’. 그토록 기대했던 보좌관 2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필자 또한 열심히 달리다가 돌에 걸려 넘어진 느낌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는 일종의 법칙이 있다. ‘전작보다 나은 후속작은 없다’. 보좌관 또한 이 법칙의 희생양이 됐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은 또 필자를 이상하게끔 설레게 만들었다. 이번엔 국회가 아닌, 청와대네? 한번 더 속아봐야겠다. 이상 ‘보좌관 2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