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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념있는 희애씨 Jun 03. 2022

N 포족 손가락 접어

파트 2. 포기하다

요즘 2030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는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MZ세대. 발음 나는 대로 민지들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가 사회적인 문제를 일컬을 때는  ‘N 포족’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3 포족, 시간이 갈수록 5 포족, 급기야 7 포족이 나오고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세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세대라며 N 포족이라고 묶어서 부르는  같았다.


은행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쯤부터 나 역시 포기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그 전에도 ‘포기’라는 단어는 나와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이건 안돼.’, ‘조금만 참자.’라며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적극적으로 놓아버린 것은 이 시기가 유독 짙었다.


신문이나 TV 뉴스에는 결혼 같은 큼지막한 것들이 N포의 대상으로 언급되지만 사실 피부에 와닿는 것들은 그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가장 먼저, 식탁에 앉아서 하는 식사가 사라졌다. 이직 준비를 위해서 퇴근 후나 주말을 활용해서 공부하곤 했는데, 집에 있으면 졸린다는 이유로 주로 카페를 이용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아무리 돈을 아끼려고 해도 아메리카노 5천 원은 기본이고, 주로 이용하던 스터디 카페는 시간당 요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1 1초가 눈앞에서 돈으로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배꼽시계는 더할 나위 없이 정직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연료를 채워줘야만 했다. 그렇다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카페 좌석에 짐을 두고 나가자니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카페에 있는 베이커리 류로는 배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때마다 애용하던 것이 ‘계단 매점이었다. 말이 매점이지 진짜 매점이 아니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계단에서  ,  ,   만에 준비해온 주먹밥을 먹어치우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준비해온 주먹밥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기도 전에 서둘러   안에 식사를 끝내려는 의지 탓에, 체하는  일상이 됐다. 돌이켜보면 3개월 만에 편입학을 성공했을 때도 학원 복도 화장실 앞에서 주먹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는데, 취업을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이라니 새삼 놀라웠다.


 요즘  바빠서…! 다음에  보자!”


 은 정말 수없이 했다. 다들 이제 제각기 벌이를 하는 직장인이 됐다 보니 진짜 어른처럼 만나 회포를 풀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친구를   만나면 밥과 커피가 기본 세트다. 더치페이를 한다고 해도 배추 이파리  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친구를 만나는  사치처럼 여겨졌다. 이직 성공하면, 모조리  만나 근사한 식사를 대접할 요량이었다. , 불행 중 다행으로 그때 생긴 습관이 하나 있는데 ‘안부 묻기. 당장 만나서 지갑을  자신은 없지만, 너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덕인지 7개의 직장을 거치 수많은 이직을 반복하고, 이와는 관계없이 수시로 찾아오는 재정난 탓에 때때로 ‘사이버 친구 되는 나를, 많은 이들이 친구로 남겨줬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그들이 나를 친구로 남겨둬 준 탓에 훗날 내 결혼식 장에는 400명이 넘는 하객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그리하여 포기를 하면서 불행했던 희애는, 이직을 성공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 아니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스르륵 놓아버렸다고 해서 불행하거나 처량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열심히 아등바등하는 나 좀 괜찮은 사람 같아!’라며 마음을 단단히 한 덕에 지금도 나에게 찾아오는 시련들은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의도적인 괜찮은 척이 아니라, 더 건강해질 내일의 나를 위해서 쓴 약을 먹고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불쑥불쑥 나를 어루어만져 줬다. 기분 좋은 조급함을 안겨주며 채찍질을 해줬기에 현재의 내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 내가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순간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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