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념있는 희애씨 Jul 19. 2022

꿈이요? 이기적인 삶이요

파트 2. 포기하다


누나!  합격했어!!!”


드디어 동생이 취업에 성공했다. 나는 곧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퇴사 선언이었다. 퇴사를 하는 것 자체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고 문제는 시기였는데,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했던 동생까지 취업을 했으니 이제는 정말 마침표를 찍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거다.


퇴사 과정은 생각보다 담백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오히려 볼 만했던 것은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고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주말마다 서울과 포항을 오가는 고충과 막판에는 주말근무까지 해야하는 악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내가 ‘진짜로’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 ‘진짜로 그만두는 거야?’라는 질문은 거듭 받은 걸 보면, 그만두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뉘앙스도 포함돼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근무 마지막 날은 퇴사 관련 서류에 최종 날인을 했고, 책상정리를 했다. 직장 내에서 나를 따돌렸던 주축  기수 직원은 사람 좋은 얼굴로  자리를 찾아, 퇴사하는 직원의 앞길을 응원하는 인간성 좋은 직원의 모습을 잠시잠깐 연기하고  갈길을 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직원을 보고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자리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어쩌면  인생 마지막 직장이  지도 모르는 곳을 뒤로하고, 자유의 몸이 됐다. 드디어.




사실 가장  복병은 엄마였다. 엄마는 은행을 그만둘 때에도 그랬듯이 공기업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에도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의 수입이 없어진다는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나른한 오후에 목욕탕을 찾아 각자의 아들  자랑에 여념없는 다른 아줌마들 사이에서 어깨를  펴면서 딸의 ‘직장 자랑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못하게 되었으니  아쉬움도   했을 거다. 그러고보면 엄마들은 어쩜 하나같이 ‘직업 아닌 ‘직장으로 자식자랑을 하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정리를  나를 돕기 위해서, 마지막 퇴근길을 함께 해줬던 엄마는 운전을 하는 내내 걱정이  가득 늘어놨다. 주황색 노을이   가득 메운  , 나는 어쩌면 엄마에게는 상처일지도 모르는 한 마디를 낳았다. 


나도 이제 이기적으로  살아보려고.”


지금까지 이기적인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는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환경을 끌어안고 걸어나가는 내내, 나는 원하는 것을 위해서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특히 동생에 비하면 극 이기주의자였다.


내가 말한 ‘이기심 ‘ 대한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나운서, 시간이 흘러서는 방송기자를 지망했지만 꿈에 대한 간절함보다는 K장녀로서의 책임감이  무거웠기에 꿈을 접었다. 그리고 돌아보면 그 이후로 은행원, 공기업 등 해보았거나 고려했던 것들이 거의 엄마가 바라왔던 모습이 대다수였다. 삶의 10년 주기 중 머릿 속에 자리한 생각들이 가장 많은 아홉수, 스물아홉살의 나는 이제  되도  ,   돼도  탓을    오롯이 나의 선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모든 생각들을 꼬깃꼬깃 접어  맽은 단어는 결국 ‘이기적인 이었다.


우리는 ‘나를 위한 선택’에 박한 편이다. ‘우리’가 아닌 ‘나’를 위한 사람은 개인주의다, 이기적이다, 급기야는 제멋대로라고 수식어를 붙인다. 그런데 오히려 ‘나’를 위한 선택이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위한 선택’일 때가 많다. 처음부터 한 명이 다른 이들을 모두 등에 업고 달리려고 하면 금방 지치게 된다. 업는 주체를 순서대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체력이 금새 소진돼서 속도가 나지 않는다. 반면에 따로 따로 걸어가면 언뜻 혼자만 살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롯이 본인의 체중만을 견디며 더 멀리나아갔다가 때로는 잠시 멈춰서 뒤쳐진 사람을 기다려주기도 하고 뒤로 가서 등을 밀어주며 힘을 실어주기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인거다.


나는 당시의 이기적이었던 선택을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로 꼽는다. 이따금씩은 나 하나만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

직장이 나를 평생 책임져주겠는가, 습기가득한 목욕탕의 그 시끌벅적함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는가.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거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 가고 싶어서 결혼했다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