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짱이J Jan 05. 2022

#10 사랑해


사랑해.      


네 눈을 사랑해. 검은자 가득 날 비추는 그 눈이 좋아. 한 번씩 쑥스러워 들지 못하는 고개도, 장난치듯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도. 사랑해. 


사랑해. 널 사랑해. 사람들과 함께일 때면 잘 섞인 것처럼 보만, 사실 어쩐지 겉도는 널 사랑해.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굴다가 혼자인 곳에서 무너지는 사람인 걸 알아서 속상해. 함부로 대하는 말엔 무덤덤하다, 내가 사랑한다 말하니 오히려 너무 다정해서 마음 아프다고 하는 널, 사랑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뭐든 해주려고 하는 널 알아. 사랑만 받아도 모자를 만큼 허약한 마음을 하고서,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상할까 걱정부터 하는 널 알아. 누군가 자길 사랑하게 만드는 재주가 없다고, 나도 금방 떠날까봐 불안해하는 널 사랑해. 그마저도 내가 알까 티내지 않으려 애쓰는 널. 사랑해.     


너와 안고있는 순간 생각해. 언젠가 네가 완전히 날 떠나버린다 해도, 지금 이 시간, 이 장소, 이 우주에서, 이토록 사랑한 네가 있어 나는 괜찮다고. 수천 년이 지나 우리가 아는 모든 생명이 죽어 없어진 후에도, 이만큼이나 널 사랑한 내가, 이만큼이나 날 사랑한 네가, 무수한 우주 중 하나로 남으리란 사실에 감사해. 널 안아. 너무나 소중한 너를, 내 온기를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을  안아.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9 오늘의 우산(3). fi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