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을 왜 몸으로 하는 거니?
삐그덕... 삐그덕...
몸에서 자꾸 신호를 보낸다. 얼마 전엔 무릎이 말썽이더니 이번엔 손 마디마디가 저린다.
고철 로봇? 아니 로봇 보단 삐그덕 거리는 나무의자가 된 것 같다.
서글픔이 살짝 새어 나온다.
정확히는 삐그덕이 아니라 찌릿찌릿이다. 손이 갑자기 '찌릿'하면서 저려오는 느낌이 들면 대부분 혈액순환이 잘 안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증상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늘의 이 느낌은 좀 달랐다. 또 걱정이 한 보따리 펼쳐졌다. 부지런히 인터넷 검색을 하고 나의 경우에 맞는 사례가 있는지 매의 눈이 되어 글을 찾고 읽었다.
손 저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손목터널증후군, 척골터널증후군, 목디스크, 뇌졸중,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등이 있는데, 뇌졸중이나 당뇨 합병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갸우뚱거리며 한참을 읽고 생각해 본 결과로는 병증에 의한 손 저림은 아닌 것 같았다. 응급질환으로 인한 저림 증상이 아니라면 평소 손을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고, 저림이 발생하는 부위를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으로도 저림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손을 사용한 후에는 따뜻하게 데운 수건에 손을 대고 온찜질을 하는 것이 근육 긴장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당장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와 손 위에 살포시 얹어두고 조금은 안정된 마음으로 다음 글들을 읽어 내려갔다.
"체중 관리와 바른 자세 유지도 중요하다. 비만은 손목터널증후군과 당뇨병, 당뇨 합별증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도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저림 증상이 쉽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식사량을 조절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비만을 개선하면 혈액순환과 신경 눌림으로 인한 저림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순간 욱하는 뭔가가 올라왔다. 손위에 고이 얹어져 있던 물수건을 빨래통에 집어던졌다. 별것이 다 살쪄서란다.
며칠 전 집어던진 물수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때 읽었던 칼럼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했다.
"손발 저림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육제척으로 많은 일을 하거나 뼈와 근육 등이 노화되어 목과 허리의 신경이 압박을 받을 경우 손발 저림 증상이 잘 나타난다."
노화 때문이었나? 왜 이 와중에 기분이 가라앉는 것인지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비만은 인정하기 싫으면서 노화는 받아들여지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기준값들이다. 아무래도 뚱뚱한 체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부정적이어서 그런가 보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읽었던 '비만 낙인'에 대한 기사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설문에서 게을러 보이고 의지력과 자제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경우는 노화 때문인 것 같다.
노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는 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 마음만은 20대 젊은 여자와 같지만 그 활력은 아름다움의 유한성과 함께 사라지고 있다.
내가 늙고 있다.
노화란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점프하듯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난한 과정이 있다. 어제는 쌩쌩하던 관절이 오늘은 살짜기 삐그덕 대기 시작하고 내일은 조금 더 찐한 신호를 보내올 것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와 타협이 필요하다.
조심조심... 살살...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살아갈 나의 노화된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조금은 덜 거추장스럽게 조금은 더 건강한 모습으로 노년을 맞을 수 있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