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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oplanet Jul 21. 2020

러쉬(LUSH)

자연주의 화장품의 시작과 끝 (Naked Cosmetic Brand)


러시의 시작


무려 40년 전, 영국의 작은 도시 풀(Poole)에는 두피 모발 전문가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이 살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미용실에서 뷰티 테라피스트로 일하던 리즈 위어(Liz Wier)를 만나게 된다. 미용에 관심 있던 두 사람에게 같은 고민이 있었다.


화학 성분 없이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 화장품은 없을까?


그들은 천연 화장품에 해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챙겨주는 과일과 채소, 식물과 꽃 등에서 천연 성분을 추출해 두피 오일, 샴푸 그리고 염색약 등을 제조해 판매하기로 한다. 그 업체가 바로 러쉬의 전신이자 1977년에 설립된 ‘콘스탄틴&위어(Constantine & Wier)’이다.


콘스탄틴&위어의 친환경 브랜드는 사업적인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 바디샵’ 납품을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을 고른다. 제품의 질이 좋고 고객의 반응이 좋아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더 바디샵’에서는 이들의 레시피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 후 사업을 지속하던 그들은 1995년 11월 12일 자신이 함께했던 직원들과 같이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신선한 화장품을 목표로 다시 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그 회사가 러쉬다.



러쉬의 3대 원칙


마크 콘스탄틴과 창업자들은 러쉬를 설립하면서 3대 원칙을 수립한다.


천연재료를 사용할 것,
광고를 하지 않을 것,
그리고 포장을 세련되게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이 원칙들을 자신들만의 차별점으로 삼아 재료 선정, 제품 생산, 패키징 그리고 다양한 캠페인까지 적용해 나간다. 수많은 화장품 업체들이 화려한 포장과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 그리고 기능성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이 와중에 이런 메시지를 한결같이 지켜내는 것이 가능할까? 그들의 3대 원칙이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 내에 반영되는지 하나씩 알아보자.



1. 천연으로 도배하다


천연 재료를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면 유통기한의 문제점이 생긴다. 러쉬의 창업 멤버 중 제품 개발자였던 헬렌 앰브로센과 미생물학자 닐 버틀러는 방부제를 넣지 않고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을 연구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연구는 성공하는데 세균 번식을 억제시키는 성분을 각종 식물 성분과 오일에 배합하여 ‘바이오 프레시 마스크’나 ‘롤 클렌저’ 등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천연 재료를 선택하는 과정도 독특하다. 러쉬는 크리에이티브 바잉 팀(Creative Buying Team)을 두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와 제휴하여 재료를 직접 구매한다. 좋은 재료가 있는 곳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재료를 테스팅하면서 제품을 만드는데 꾸준히 노력한다.


또한, 러쉬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사람이 일일이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제조한다. 재미있는 점은 각 제품에 제조일, 유통기한뿐만 아니라 제조자의 이미지와 이름을 기입하는데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높은 신뢰감과 함께 러쉬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준다.




2. 광고 대신 선한 캠페인을 하다


마크 콘스탄틴은 어린 시절 숲에서 자랐다. 그는 종종 숲에 누워 하늘을 나는 새를 바라보기 좋아했다고 한다.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소년이었다. 자연과 하나였던 어린 시절의 영향 탓인지 그는 인위적인 광고를 지양했다.


대신 그가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러쉬는 천연재료 공급업체나 해외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그들은 동물실험 반대, 공정무역 강조 그리고 환경 보호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그들의 미션을 임직원과 공급업체 담당자들에게까지 수혈하려고 애쓴다. 2012년에는 ‘러쉬 프라이즈’를 제정해 동물실험 반대 운동과 대체실험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에게 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또한, 러쉬는 ‘팜 오일 프리 캠페인’도 진행한다. 팜 오일은 야자열매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기름으로 요리나 조미료 및 화장품 원료로 쓰인다. 그러나 팜 오일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열대 우림의 반 이상이 사라지고 그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놓였다. 러쉬는 영국의 비누 제조사 케이스와 함께 세계 최초로 팜 오일을 넣지 않는 비누를 생산하는 등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 51개국, 약 940여 개의 매장을 오픈하고 성장 중인 러쉬가 가장 구매력이 클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는 것은 존경스럽다. 중국은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동물 실험이 필수적인데 러쉬는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세상에는 말뿐인 미션이나 경영철학을 걸어놓고 이익을 쫓아 혹은 생존을 위한 타협으로 정반대의 행위를 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시대에 러쉬의 행보는 참 아름답다.





3. 가장 세련된 것은 포장하지 않는 포장, 벌거벗은 화장품


러쉬는 포장에 대해서도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구매한 제품을 썰어서 친환경 포장봉투에 가볍게 싸서 증정한다. 러쉬의 대표적인 상품인 마스크나 보습제를 담는 ‘블랙팟’ 포장재는, 100% 분해되는 무독성 물질이고 구매 고객이 이 포장재 5개를 모아 매장에 돌려주면 사은품을 증정한다. 그래서 러쉬에게 벌거벗은 화장품(Naked Cosmetic)이라는 별칭이 생겼다. 또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퇴비로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유지한다.





러쉬의 마케팅 : 오감 마케팅


러쉬가 처음부터 오감 마케팅을 설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고객에게 자연적인 것을 보다 강조하는 과정에서 감각을 자극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고 연구자들에 의해 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크 콘스탄틴은 두피 모발 전문가 외에도 조향사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는데, 러쉬를 처음 설립한 시대에도 패키지는 줄이되 향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고 싶었다고 한다.


후각. 이것이 러쉬가 고객을 유인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여러분도 종종 경험해 봤을 대부분의 러쉬 매장 앞에는 커다란 욕조나 손 씻는 대야가 있다. 여기서 강한 향이 나는 입욕제나 비누를 풀어 회전시키면서 향을 진하게 만든다. 매장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건 뭐지?’ ‘어디서 나는 거지?’, ‘향이 좋은데? 혹은 별론데?’ 이런 식으로 호기심이 생겨난다.



후각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면 다음은 ‘시각’이다. 대부분의 자연주의 브랜드가 자연 그대로의 초록색 빛이나 차분한 노란색 계열 등 푸르른 느낌을 강조하다 보니 약간은 맹맹한 색감을 사용하는 반면에, 러쉬는 정 반대의 방식을 택한다. 천연 재료가 가진 빨강, 파랑, 노랑 등 선명한 색을 제품에 다채롭게 표현해 굉장히 화려하다. 향기에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은 시각적인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매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보통 매장 안에는 빠른 비트의 음악들이 틀어져서 고객의 ‘청각’을 자극해 구매 욕구가 일도록 흥분시킨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매장을 들어섰을 때 청각적인 부분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향과 시각이 더 진하게 다가왔고, 마치 케이크를 잘라놓은 듯한 제품들과 과일가게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가 더 강렬하게 남았다. 러쉬 직원분들은 친절하게 다가와 제품을 사용해 보고 만져보도록 유도했는데, 이 ‘촉각’이 오히려 제품에 대한 구매의사를 더욱 높였던 것 같다. 아울러, 다른 고객이 비누를 구매할 때 도마 위에 비누를 넣고 치즈 자르듯 자르는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미각’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종합적인 오감에 대한 체험이 러쉬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포인트들이라고 생각한다.


* 마케팅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의 저서 <브랜드 센스>에 따르면 포춘 선정 100대 기업의 35% 이상이 오감 브랜딩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오감 마케팅 혹은 브랜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간의 본능에 따른 판단이 감성적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오감을 활용한 마케팅을 지속할수록 브랜드 결속과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브랜드 가치가 증가했다. 아울러, 유사 제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특히, 디지털화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이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한다. 러쉬는 이러한 오감 마케팅을 총체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


여기에 친환경적이거나 사회적 가치를 핵심으로 두는 기업의 제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여러분에게 한 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그 제품의 색상이나 마케팅 이미지는 어떤가? (잠시 생각해보자) 혹시라도 나무, 자연과 같은 색감이나 왠지 차분하고 바른 이미지를 제공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지는 않았는가? 혹시 이런 생각과 느낌들... 고정관념은 아니었을까?


러쉬의 3대 원칙이 기업의 근간을 이뤘다면, 러쉬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것은 창의성이다. 러쉬는 창의적 콘셉트의 제품들을 통해 자연주의 위에 파격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욕조에 폭탄을 투하하라’는 콘셉트의 입욕제 버블바나 액체 샴푸가 대다수일 때 고체 샴푸바를 만들어 낸 것도 러쉬다. 러쉬는 맨 앞의 시작 챕터에서 언급했듯 고객이 화장품을 이용할 때 알레르기가 최소화되기 위한 좋은 천연 재료 발굴과 배합 연구를 끊임없이 하면서도 그것을 독창적인 제품 형태와 메시지를 통해 소통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3대 원칙에 녹아들어 있었다.


2019년 기준 러쉬의 한해 매출은 1조 931억 원이고 한국 법인인 러쉬 코리아는 762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16% 성장했다. 친환경적인 경영이 곧 효율적인 경영임을 증명하고 있는 기업, 러쉬.이들의 사례를 보고 배우면서 우리 소셜벤처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해가길 바란다.





오늘도 에코플래닛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 러쉬 홈페이지 : http://lush.com/

- 러쉬 코리아 홈페이지 : https://www.lush.co.kr/

- 매거진B(러쉬) : https://magazine-b.co.kr/lush/

- 한국경제 기사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6051932071

-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5TEALr80BTc

-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yEsAEooaB5g

- 유튜브 영상 : https://youtu.be/zAU3tf1H-WM

- 러쉬 포스팅 자료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456210&memberNo=31752908&vType=VERTICAL

- 러쉬 브런치 자료 : https://brunch.co.kr/@broadbeom/8

- 러쉬 블로그 자료 : https://blog.naver.com/fdy666/221963353570

- 매일경제 기사 : http://luxmen.mk.co.kr/view.php?sc=51100009&year=2011&no=304528

- 네이버 블로그 자료 : https://blog.naver.com/fdy666/221963353570

- 창업경영신문 : http://sbiznews.com/news/?action=view&menuid=30&no=27353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dearcozy/222031429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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