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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범 Jul 17. 2017

브랜드식스센스, 섹시한 사회운동가 러쉬(LUSH)

북적한 길거리. 상큼한 치자향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는다. 향은 일대에 퍼져있다. 코끝을 찌른다. 향에 발걸음이 이끌린다. 발이 닿은 곳엔 한 매장이 우직하게 자리 잡아있다. ‘러쉬(LUSH)’다. 러쉬 매장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향과 색이 길라잡이다. 은은한 향을 따라가면 형형색색의 제품들이 가득 찬 러쉬 매장을 만날 수 있다.     

 

‘브랜드 식스센스’가 택한 첫 번째 브랜드는 러쉬다. 브랜드 식스센스는 브랜드를 인지하는 여섯 감각을 해부한다. 브랜드의 철학, 창업자, 서체, 네이밍, 제품, 매장이다. 여섯 가지 기준으로 해당 브랜드를 분석한다.   

   

러쉬는 육감을 모두 자극하는 브랜드다. 향긋한 냄새로 코를, 다채로운 색으로 눈을, 먹음직스러운 제품으로 입을, 피부에 닿는 독특한 제품으로 피부를 자극한다.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 우리의 귀도 사로잡는다. 첫 번째 글을 러쉬로 여는 이유다.      


러쉬는 신선한 수제 화장품(Fresh Handmade Cosmetics)을 파는 회사다. 엄연한 회산데, 두 가지가 없다. 러쉬는 이윤추구도,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No commercial, No Marketing). 대신 환경과 동물이 자리를 꿰찬다.        


러쉬는 신선한 자연성분을 원료로 제품을 만든다. 제작은 음식을 만들 듯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환경을 파괴하는 화학제품은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제품이 상할 수도 있다. 유통기한도 짧다. 생산량은 최소화한다. 포장도 하지 않는다. 화장품의 얼굴인 포장을 포기한 것이다. 무기를 들지 않고 화장품 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나간 셈이다.        


반윤리적인 사회문제 해결의 중심에도 러쉬가 있다.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동물 권리회복에 앞장선다. 세계 곳곳에서 캠페인도 벌인다. 2012년 4월엔 영국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같은 해 6월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화장품 동물실험 반대 서명을 제출했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 ‘굿 비즈니스 어워드(Good Business Award)’에 러쉬를 2년 연속 선정했다. 러쉬는 2006년, 동물 복지를 위한 ‘PETA 트레이브레이저 어워드(PETA Trailblazer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브랜드 러쉬를 여섯 감각으로 분석한다. 

     



제 1감(感) : 철학 – 러쉬, 윤리 소비를 완성시키다.     


러쉬는 사회운동가다. 윤리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는 일절 하지 않는다. 화장품 회사지만 시민단체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 논란거리가 된다. 브랜드 이미지나 판매량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민감한 사안을 다룬다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쉬는 승승장구했다. 러쉬는 49개국에 800곳이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엔 총매출이 전년대비 10% 성장했다. 브랜드가 탄생한 지 10여 년 만에 이룬 쾌거다.      

러쉬는 윤리적 의무와 이윤 추구를 분리하지 않는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문제를 제품으로 위트 있게 풀어낸다. 바다표범 사냥 근절 운동에 참여할 땐 흰 바다표범 모양 버블바 ‘First Swim(생애 첫 헤엄)’을 출시했다. 이 버블바의 판매 수익은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에 전액 기부됐다. 성소수자의 인권 회복을 위해선 ‘#GayIsOk’란 문구가 새겨진 ‘사랑 비누’를 내놨다. 역시 수익금 전액이 국제 동성애 인권 단체 ‘ALL OUT’과 성소수자 단체에 전해진다.      

윤리 소비는 제품 제작 과정에도 이어진다. 동물실험은 일절 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창립한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입장이다. 동물 실험을 자행하는 기업과도 거래하지 않는다. 되려 해당 기업이 그 실험을 그만두도록 회유하거나 설득한다. 러쉬 제품은 환경 보호에도 앞장선다. 제품의 75%엔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간다 해도 매우 적은 양이다. 이땐 함유량을 제품에 표기한다. 모든 제품은 식물성 원료로만 제작된다. 제품 중 83%는 꿀과 계란 성분조차 포함되지 않은 ‘비건(Vegan, 엄격한 채식주의)’ 제품으로 탄생된다. 생산량도 제한한다. 한 번에 200~300kg 정도만 내놓는다. 이윤을 늘리기 위해선 스테디셀러 제품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절제한다. 소비자들이 필요한 만큼 소량만 구매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미식가적 소비’를 지향하는 것이다.    

 

러쉬는 ‘최소한’에 정통해있다. 윤리적 가치에 어긋나는 부분들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포장과 샘플도 그중 하나다. 세상 모든 사물은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둘은 아니다. 부패하지 않는다. 썩는다고 해도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오래 걸린다. 러쉬에게 둘은 쓰레기다. 그래서 최소화한다. 비누를 사면 마분지에 빵을 싸듯 무심이 담아준다. 화분을 닮은 검정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한다. 샘플은 '깜짝 선물' 형태로 증정되지만, 역시 최소한으로 배포된다.    


윤리는 러쉬의 기준이다. 여타 기업들에겐 윤리적 가치는 옵션이지만 러쉬에겐 필수다. 루이뷔통 모기업인 LVMH와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 에스티로더의 합병 제안을 거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기업이 러쉬의 가치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윤리적 가치 판단은 러쉬의 윤리 디렉터(Ethics Director)가 결정한다. 윤리 디렉터는 각 국가의 지사들이 윤리적 경영을 잘 실천하는지 감독하는 역할도 맡는다. 윤리 디렉터의 영향력은 최고경영자(CEO) 이상이다. 윤리 경영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선 CEO의 허락을 받지 않는다.      


러쉬는 윤리적 가치를 브랜드 전반에 녹였다. 이러한 브랜드 이념은 러쉬의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 (Mark constantine)에게서 나왔다.     


제 2감(感) : 창업자 – 미용사와 그린맨(Green man) 거쳐 ‘러쉬 마피아’로     


영국에선 성장만 좇는 상황을 ‘메뚜기가 된다’다고 표현한다. 메뚜기는 탐욕의 제왕이다 . 농작물을 집어삼켜 궁극적으로 기근을 불러일으킨다. 그 반대는 꿀벌이다. 꿀벌은 차근히 회사를 키우면서 좋은 일을 한다. 우리 목표는 꿀벌이 되는 것이다     

마크 콘스탄틴은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러쉬를 꿀벌에 비유했다. 화장품 기업으로 자연과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그의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러쉬 창업자 '마크 콘스탄틴'(오른쪽)

미용과 화장은 어릴 적부터 그의 전공이었다. 특히 배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엔 연극 수업을 가장 좋아했다. 화장에 사로잡혔던 열여섯 청년은 돌연 집을 나와 숲 속 생활을 시작했다. 야전에서 천연화장품을 탐구하고 개발했다. 자연과 동물에 대해 더욱 알아가게 됐다. 그는 언론에서 종종 ‘그린맨’이라 불리는데, 이때 생긴 별명이다. 숲을 나온 그는 미용사가 됐다. 미용사로 일하며 모발과 메이크업에 전문성을 쌓았다. 두피와 모발학도 연구했다. 70년대엔 헤나 관련 저서를 집필할 정도였다.      


콘스탄틴은 7전 8기의 사나이다. 두 번 화장품 기업을 창업해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러쉬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첫 기업 ‘콘스탄틴&위어(Constantine and Weir)’는 1977년 영국 소도시 풀(Poole)에 세웠다. 천연 성분으로 만든 염색제와 로션 등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가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도 이때다. 어느 날 그는 인근 바닷가에 죽어있는 새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새의 배 속엔 플라스틱이 가득 차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동물들이 피해를 받는 상황을 목도한 그는 이후 환경과 동물보호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세운 화장품 회사 세 곳 모두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생산하게 된 이유다.     


러쉬의 전매특허인 향도 콘스탄틴의 손에서 나온다. 그는 러쉬의 시작부터 향으로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향사 훈련을 받고 현재까지도 러쉬의 향 제조를 맡아오고 있다.     


2017년 현재 러쉬는 친환경 제품으로 화장품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이 됐다. 콘스탄틴은 ‘러쉬 마피아’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됐다. 러쉬 창업자를 일컫는 일종의 애칭이다. 매장 1000여 곳을 목표로 브랜드 규모를 키우는 중이다. 배는 커졌지만 방향은 잃지 않는다. 40년 된 창업자의 의지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윤리와 환경에 대한 고민은 러쉬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 드러난다.


제 3 감(感) : 서체 – 때로는 자유분방하게, 때로는 정직하게.     


서체는 브랜드의 목소리다. 그 자체로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가 된다. 서체와 콘텐츠의 조합은 메시지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서체도 마치 미디어처럼 같은 메시지라도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표현력과 전달력이 다르다. 미디어학자 마셜 맥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라 역설했다. 서체가 하나의 미디어라면, 서체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러쉬는 두 가지 서체를 사용한다.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손글씨와 모범생 같은 서체 ‘헬베티카’다. 두 서체 모두 러쉬의 속성을 받아들인다. 손글씨는 흘림체로 캐주얼한 요소를 강조한다. 서체 디자인은 러쉬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랙터 ‘케이티 타브람(kaite Tabaram)’이 맡았다. 그는 영국의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서체를 디자인했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랙보드에 흘려 쓴 글자다. 글자만 봐도 북적북적한 시장에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이 즐비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이 서체는 골목 담벼락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피티 느낌도 담고 있다. 반(反) 문화 정서가 담긴 이 서체는 사회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러쉬의 태도와 어울린다.   

   

서체 헬베티카는 로고에 사용됐다. 이 서체는 손글씨와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안정감과 정직함이다. 1957년 스위스에서 탄생한 헬베티카는 기본과 균형을 상징한다. 스위스의 중립적이고 민주적인 국가 이미지란 후광도 이러한 상징에 한몫했다. 헬베티카는 3M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돼, 범용적이고 중립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이 서체에선 믿음이 품겨진다. 소비자가 환경과 동물을 사랑하는 외골수 사회운동가를 믿게 되는 이유다.      


러쉬는 자유분방함과 정직함, 양 극단에 서있는 서체들로 특별한 이야기를 적어 소비자에게 보낸다.      


제 4감(感) : 네이밍 – 단순함이 품은 위트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보통 화장품 네이밍은 길다. 복잡하고 어렵다. 긴 이름을 읊다 보면 숨이 찰 정도다. 정확한 의미도 파악이 되지 않는다. 제품 효능이나 형태를 수식하는 단어들에 미사여구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글로벌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의 한 제품명은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다. 국내 제품도 이에 못지않는다. 미샤가 내놓은 미투 제품의 이름은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이다. 두 제품은 단순히 ‘갈색병’과 ‘보라색병’으로 불린다.     

 

러쉬는 다르다. 네이밍이 간결하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단어 하나 혹은 두 개로 상품의 이름을 짓는다. 예컨대 풀향이 나는 샤워젤은 ‘그래스(Grass, 풀)’, 딸기향을 풍기는 마사지바는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Strawberry Feels Forever)’라 부르는 식이다. 이름만 들어도 향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은 덤이다.      


물론 의미가 모호한 이름도 존재한다. 벌꿀향이 매혹적인 샤워젤 ‘플라잉 폭스(Flying Fox)’는 이름만으론 어떤 상품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때 러쉬는 아래 상품설명으로 의미의 닻을 내린다.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네이밍을 아래 카피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플라잉 폭스엔 제품명 아래 재미난 내용이 적혀있다. 


당신 위에서 벌이 쫓아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꿀을 넣었기 때문에 언제 벌이 쫓아올지 모른답니다~

벌꿀을 몰래 훔쳐먹은 여우처럼 온몸에 꿀 향이 가득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러쉬엔 간혹 섹시한 이름도 있다. 야릇한 이름의 샤워젤 ‘실키 언더웨어(Silky Underwear)’, 제목만 봐도 섹시한 입욕제 ‘섹시 밤(sexy bomb)’과 ‘어 프렌치 키스(A French Kiss)’ 등이다. 새빨간 립밤엔 ‘잇 스타티드 위드어 키스(It Started With a Kiss)’라 붙였다. 샤워젤 ‘그래스’엔 두 뺨과 귀 끝자락이 붉어지는 설명이 곁들어있다. 


제품의 사용법을 잘 모르겠다면 마음에 둔 그 사람을 당신의 샤워에 초대하세요 
 

러쉬는 단순한 이름에 위트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자유분방한 서체가 더해져 재치는 배가 된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착한 기업’이 취하는 행보라곤 쉽사리 생각되지 않는다. 섹시한 사회운동가 러쉬의 발걸음은 제품으로 이어진다.           


제 5감(感) : 제품 – 자연주의 제품이 섹시할 수 있는 이유.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화장품은 대체로 무채색을 강조한다. 희고 차분한 느낌을 고객들에게 전한다. 반면 러쉬는 강렬한 향과 화려한 색을 강조한다. 착한 이념엔 어울리지 않은 제품 콘셉트이다.      

향과 색을 전방에 내세우는 이유는 제품 본연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러쉬는 제품 자체로 이목을 끈다. 포장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러쉬의 생각과 같은 맥락이다. 제품을 담은 종이는 페이퍼백처럼 단조롭지만 러쉬 상품이 담기면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더 환경친화적이고 화려해진다. 제품 그 자체만으로 러쉬의 이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러쉬 제품은 신선하고 자유분방해 보인다. 반면 제조 공정은 제품 이미지와는 상반된다. 엄격하다. 러쉬는 윤리적 가치를 제품 제조의 기준으로 삼는다. 제품을 만들고 난 뒤 환경파괴나 동물학대를 최소화 하자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제품 제조는 신선함에 방점을 찍는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 고품질 에센셜 오일, 안전한 인공 성분을 사용한다. 제품을 보존하는 첨가물은 되도록 자제하며, 모든 제품에 들어가는 천연향료는 자체 개발한다. 러쉬는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특별한 팀을 구성했다. 일명 ‘크리에이티브 바잉(Creative Buying)’팀이다. 이 팀은 정직한 재료를 생산하는 원산지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때로는 정글을 여행하거나 오지를 탐험한다.        

러쉬 제품이 탄생하는 장소도 화장품 공장보다는 커다란 주방을 닮았다. 실제로 공장이 아닌 부엌(Kitchen)으로 불린다. 공장 책임자도 ‘셰프’라 부른다. 제조 공정은 가내 수공업에 가깝다. 요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바디 스틱을 만들 땐 반죽 밀대를 사용하거나 식칼을 이용한다. 소시지 기계나 머핀 제조기도 사용한다. 빵 반죽처럼 보이는 바디크림은 실제 요리에서 사용하는 달걀과 버터로 만든다. 이렇게 러쉬가 신선한 재료로 수작업해 제품을 생산하는 이유는 공장 한편에 적힌 한 문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 빌리브(We believe)’라 불리는 이 글엔 상품 제작에 대한 신념이 담겨 있다.       


우리는 러쉬 제품의 품질이 좋으며 고객이 항상 옳다는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신선함이라는 단어에 마케팅 이상의 정직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믿습니다.


제 6 감(感) : 매장 – 러쉬 이야기의 집결지     

러쉬 매장은 모든 브랜드 요소가 모이는 공간이자 고객과 만나는 최전선이다. 철학, 서체, 네이밍, 컬러, 향이 모두 한 곳에 집결된다. 매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매력적인 향이 고객을 맞이한다. 로고는 매장 기둥에 우직하게 자리 잡아있다. 입구엔 신제품 홍보 대신 환경보호나 동물실험 반대와 같은 러쉬의 이념이 박혀있다. 매장 안쪽에선 알록달록한 제품들이 고객을 맞이한다. 입욕제나 비누들은 날것 그대로 진열돼있다. 마치 영국 재래시장에서 파는 치즈나 형형색색의 과일이나 사탕들처럼 보인다.

영화 <노팅힐> 스틸컷

러쉬 매장은 영국 재래시장을 닮았다. 테이블은 고동색 가구들은 좌판에 깔린 나무 상자들을 연상케 한다. 일부러 이케아 같은 북유럽풍 가구를 피해 인테리어 한 것이다. 도마나 칼, 스테인리스 볼이나 냄비, 흰 접시나 싱크대도 시장을 쉽게 떠올리게 한다. 상품들을 얼음에 담아두거나 덩어리로 썰어 판매하는 방식도 영국 시장 상인들의 방법과 유사하다.       

 

러쉬 점원은 이념을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러쉬에선 점원을 ‘캠페이너’라 부른다. 점원은 고객을 한 명씩 전담 마크해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전파한다. 제품을 설명하며 러쉬가 진행하는 캠페인이나 이념을 이야기한다. 러쉬의 모든 매장이 커뮤니케이션 부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에듀테크 연합 ‘스콜레’에 따르면 마크 콘스탄틴은 “고객들과 만나는 현장 직원들이 가장 중요하고, 그들이 우리의 모든 것을 전달하는 사람이다”라고 점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마치며...

     

러쉬의 행보는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초엔 화장품 보존제에 관한 정보를 담은 핸드북 ‘더 프리저베이티브즈 핸드북(The Preservatives Handbook)’을 발간했다. 합성보존제에 대한 대안인 ‘셀프-프리저빙(Self-Preserving)’에 관한 내용이다. 이달 15일엔 서울에서 열린 ‘2017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2012년부터 5년째 참석하고 있다. 성소수자 구성원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 러쉬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의 80%는 성소수자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우미령 러시 코리아 대표는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데 반해 입사한 직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용기 있게 사회운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러쉬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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