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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조 Nov 19. 202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단편선

오늘 출근길은 유독 많이 붐볐다.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많아서인지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그런데, 다시 한번 가만히 생각하니 다들 나처럼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덜깬 몸을 움직여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나 성별만 다를뿐, 나와 별반 차이없는 사람들. 조금 더 들어가면, 그들은 내 부모일수도 있고 삼촌, 친구, 후배, 선배, 지인의 지인들일텐데.. 그들이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면 살짝 부딪혔다고 짜증을 냈을까? 아니면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이며 웃음을 지었을까?


혼자서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고전 소설이 떠올랐다. 밀리의 서재를 켜고, 오래전 힘들었던 내 마음을 위로했던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찾아 노란색 버튼을 눌렀다. 여러 번 읽었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지만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은 늘 읽는 시점과 상황에 따라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작품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천사 미하일이 인간 세상에서 세 가지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핵심을 조명한다.


원래 미하일은 나체로 쓰러져있어야...쿨럭...


이야기는 가난한 구두장이 세몬이 길가에서 벌거벗은 채 쓰러져 있는 미하일을 발견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와 돌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하일은 세몬의 집에서 구두 만드는 일을 배우며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간 세상에 내려온 천사였다! 


그가 신으로부터 받은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 깊이, '사랑'을 가지고 있다


미하일은 세몬과 그의 아내 마트료나의 따뜻한 환대와 사랑을 통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즉,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유한 신사가 장화를 주문하러 왔을 때, 그가 곧 죽을 운명임을 알게 되면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깨닫는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의 필요와 미래를 아는 지혜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모를 잃은 쌍둥이 자매를 사랑으로 돌보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세 번째 진리를 깨닫게 된다.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 어떤 빛이 내 온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표현이 어떤 종교적 표현은 아니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리고 딱히 무언가를 믿거나 의존하는 성향도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저 표현과 같은 깨닳음 혹은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작품을 통해 전달한 세 가지 질문이 신의 계시를 대리한 것이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인간사에 대해 던진 철학적 질문이든 간에 나는 인간의 삶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었고 작품 속에서 온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깃든 사랑의 힘과,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한계를 강조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서로 사랑하고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본질임을 전달하고자 했던 것 같다.


요즘 참 살기 힘들다. 주변을 돌아보면 관대함이나 여유가 점점 부족해지는 것이 체감된다. 살아간다는 것이 버겁고 개인의 능력을 쥐어짜는 시대. 한편으로는 AI와 같은 기술의 미친 듯한 진일보에 발맞춰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러다보니 인간이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나누며 배려할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나와 딱히 관계없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날을 세우고,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도 무심해진다. 나 역시 그렇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그저 나의 하루가 온전한 것에만 집중한다. 그 결과 정작 놓치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작은 현상들은 누적되어 여러가지 사회 문제로 터져 나온다. 그 부작용이 큰 사건으로 이어질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사람이 사람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이 작금의 냉정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냥 따스함이나 배려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작게나마, 아주 작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을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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