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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in the kitchen Nov 19. 2023

치매 (1)

엄마를 부탁해

엄마는 언젠가부터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17년 전 처음외국에 나갔을 때는 국제전화로 거는 전화가 못내 부담스럽고 그다지 할 말도 없어 전화를 자주 안 했는데, 메신저가 나왔음에도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와 안 친해서일까, 아님 습관이 되어서일까? 그것도 아님, 할 말이 없어서일까...? 혹시 엄마도 나처럼 장거리 인연은 잘 못 챙기는 스타일일까? 그러다 우리는 그룹대화창을 만들었고, 종종 모든 사소한 안부들을 묻는 걸로 모든 연락을 대신했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대화가 거기서 그친 게..


언니가 그 바쁜 와중에 큰맘 먹고 엄마랑 힘들게 시간을 내어 뉴질랜드에 오게 되었을 때, 엄마는 기뻐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엄마는 나의 해외로 가는 길에 가장 많은 반대를 한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이 다녀온 베트남/태국 이런 곳 말고 선진국이 가고 싶었다 했다. 혼자서는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막연한 큰 장벽과 두려움으로 한 발짝도 혼자서는 뗄 수 없었나 보다.


지난달 한국에서 엄마를 봤을 때, 엄마는 나에게 물었다. '나도 뉴질랜드 가면 안 돼?'

나는 거기에 왜 엄마를 데려갈 수 없는지에 대해 이해시키기보다, 외면하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침묵이 엄마에겐 '싫어'라고 들렸을까..? 엄마는 이내 곧 실망감과 함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내가 왜 엄마를 데려갈 수 없는지 엄마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도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얼마나 많은 대화들을 생략하며 살아왔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엄마는 한 번도 나에게 어떠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 적이 없었다. 언제나 명령조 아니면 비난조였다.

사실 엄마는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차근차근한 말투로 설득시켜야 하는 환경도 만나보지 못했던 거 같다. 나는 엄마의 그 한마디가 얼마나 절실한 엄마의 소원이었는지는 알고 있다. 마치 내가 고등학교 1학년때, 엄마한테 '엄마, 나 미술학원 다니면 안 돼?'라고 했던 내 작은 아우성에 얼마나 많은 소원이 담겨있었는지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내가 그렇게 항공사에 들어가려 했던 것도 엄마 때문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엄마와 엄마가 기억을 잃기 전에 여행을 실컷 시켜주고 싶어서였다. 엄마에 대한 애정이 하늘에 닿을 만큼 깊지 않았던 걸까...? 나는 연거푸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한 번씩 떨어질 때마다 내 감정은 곤두박질쳤다. 그래고 한참이 지난 뒤,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부끄럽지만 도전했었다.. 합격이란 이름에 한 발짝 뒤에 서서 닫힌 문을 볼 때의 답답함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많이 무뎌지려고 했고, 타인의 입을 통해 지쳐가는 마음을 다잡으려고도 했다. 


엄마는 어릴 적 가난한 시골에서 살았다. 먹는 것도 많지 않았던 그 시절, 고구마 감자 옥수수로 배를 채우곤 해서 한 번은 감자를 볼 때마다 옛날 배고플 때 생각에 감자가 먹기 싫다고 했다. 엄마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사실 선생님의 매서운 회초리는 엄마를 학급 반장으로, 교단 위에 올라가는 학생대표로, 상장들을 받아내게 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가난은 그녀를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삶은 어지러웠다...

내가 한국을 떠날 때 가져온 한 권의 책이 있었다. 비행기에서 볼 요량으로 챙겨 온 책인데 신경숙의 "Please look after Mom" / "엄마를 부탁해" 영문버전이었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실종되어 가족들이 애타게 찾는 그런 과정의 스토리였다. 가족으로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없는 무력함과 엄마가 내 엄마였을 때의 모습을 그들은 어제본 엄마처럼 되새기고 있었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 후회...


그들의 먹먹함이, 그들의 초조함이 나의 이야기가 될 거 같아 두려워진다.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메인다...

사랑하는 엄마를 잃을까봐, 나를 기억 못할까봐 라기 보다, 한 여자로서의 엄마가 너무 가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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